[단독]"애초 북측 통일각서 둘만 보려던 북·미…한국이 막았다"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이 국내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을 앞두고 일부 민감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자신의 보좌관 시절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및 북ㆍ미 협상 비화 등을 회고록에 담았다. 민감한 외교적 사안이 폭로 형식으로 공개되자 청와대는 발끈하고 나섰다. 

 

볼턴 회고록서 공개한 '판문점 3자 회동' 비화 파장

북-미, 양자 회동 추진에 한국 참석 고집했다 주장

청 구체적 해명 없는 상황에서 볼턴 주장 뒷받침 정황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은 22일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날 “한미동맹 관계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 발전시키고 양국의 안보와 이익을 강화하는 노력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입장을 미국 국가안보실(NSC)측에 전달했다. 자칫 한미간에 외교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위해 휴전선을 넘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




특히 청와대의 자존심을 건드린 건 북한과 미국이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줄곧 한국을 배제하려 했다는 볼턴의 주장이다. 우리 정부가 내세워 온 '운전자론'을 사실상 폄하하고 나선 것이다. 볼턴이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 한 건 지난해 6월30일 열렸던 판문점 정상 회동이다. 남한을 배제하려는 미국과 3자 회동을 연출하려는 우리측 사이에 밀고당기기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상당부분 왜곡"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당시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 정상 회동을 준비하면서 당초엔 문재인 대통령 없이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북ㆍ미 정상이 만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북미 접촉에 정통한 소식통은 22일 “(북ㆍ미 판문점)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일본에 머물던 중 트위터에 깜짝 제안하고, 북한 측이 이에 호응해 이뤄졌다”며 “회동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북한은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을 두 정상이 만나는 장소로 추진했으나, 한국 측의 요구로 결국 판문점 남측 지역인 자유의집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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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어 북측 통일각으로 가 김 위원장과 둘이 만나려 했지만 미국 대통령 경호 문제와 함께 한국 측이 강력히 주장해 자유의집으로 장소를 옮겨 자연스런 남ㆍ북ㆍ미 정상 만남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일 휴전선을 넘어 남측 땅을 밟은 직후 문 대통령ㆍ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인사를 나눈뒤 자유의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동했다.  




이는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미국 측은 여러차례 문 대통령의 (북ㆍ미 정상회동) 참석을 거절했다”고 회고록에 쓴 부분과 맥락이 닿는 정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아 보일 것이다. 김 위원장과 인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하고 자리를 피하겠다’는 얘기를 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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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ㆍ미가 한국을 배제한 채 정상 회동을 추진한 건 북한 측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직전인 지난해 6월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을 내세워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북ㆍ미 대화에서 빠질 것을 공개 요구했다. 판문점 회동을 놓고 북한은 3자가 아닌 북ㆍ미 양자 회동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이라며 "한국이 당사자로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에서 북·미 협상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턴의 회고록 인터넷에 PDF로 풀려…트위터에는 파일 주소도 게재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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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출발하기 직전인 28일 오전 트위터로 “판문점에 갈 거다. 김 위원장이 국내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걸 본다면 악수하고 인사나 하자”고 썼고, 북한이 곧바로 “정식으로 제안하라”며 응하며 회담이 이뤄졌다. 미국 당국자들, 특히 국무부 일부에선 정상회동을 반대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트위터 제안 이후 국무부를 중심으로 북한이 요구한 공식 제안을 어떤 식으로 할 지를 논의했다는 게 당시 회동에 참여했던 인사의 전언이다. 그 결과 미군이 관할하는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일직장교실에서 직통전화(핫라인)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통해 북한 측에 알리자 3~4시간 만에 평양에서 외무성 관계자들이 판문점에 도착해 정상회동을 위한 실무협상이 열린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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