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에너지 등 인프라 사업, 왜 자꾸 수익성이 떨어질까


‘잡고보자’ 인프라 사업 수주 경쟁…수익성은 뚝


    공공 발주 형식으로 진행되는 토목·에너지 등 인프라 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프라 사업 부문의 수익성(원가율)이 떨어지는 건설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인프라 사업 분야의 원가율 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기업들이 여럿이다. 매출 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원가 비중이다. 원가율이 높아졌다는 말은 수익성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건설업종은 자재와 인건비 등으로 지출되는 원가 부담이 큰 편이라 원가율 관리가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래픽=박길우


대형건설사들의 실적 추이를 보면 주택사업에서만 이익을 내고 있고, 토목·플랜트사업 부문은 위축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업계는 사업 물량은 줄어든 가운데 고정비 지출이 커진 점을 실적 악화 요인으로 꼽았다.




GS건설의 경우, 2018년 토목사업 부문에서 240억원의 수익을 거뒀으나 지난해에는 80억원의 적자를 봤다. 회사 측은 "토목 사업 현장 자체가 줄어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건축 주택사업 부문에서 5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반면, 토목 분야는 1811억원의 적자를 봤다. 앞서 토목사업 부문은 2017년 263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2018년에도 639억원 적자였다.


대림산업의 경우, 2018년 토목사업 부문 영업이익이 7791억원에 달했으나 지난 해에는 1709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토목사업 업황 자체가 좋지 않다"면서 "전체 사업물량은 줄었는데 판매비와 관리비 등 고정비 지출은 줄이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인프라 사업 수주를 위한 출혈 경쟁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해외 토목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더욱 역점을 둬야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도 토목 등 인프라 사업 부문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 한양은 지난 9일 공시에서 1분기 말 기준 토목 사업 부문 37개 현장의 평균 원가율이 87.48%라고 밝혔다. 문제는 수익이 나지 않거나 손해인 사업장도 있다는 것. 이 회사가 진행한 나노국가산단 지원 나노교 건설사업(105.51%), 이천~충주 철도건설 제3공구 노반신설 기타공사(101.69%), 광명서울 2공구 사업(100%), 을숙도대교~장림고개간 지하차도 건설공사(99.85%) 등이 예다.


계룡건설산업은 작년 12월 말 기준 토목공사 사업 부문 누적 공사수익(매출)은 1조6423억여원으로 전체사업(건축·토목·분양·해외건설)의 약 27.9%를 차지하지만, 누적 발생원가는 1조5473억7974만여원으로 전체 사업 누적 원가의 약 28.7%에 달했다. 누적 공사이익은 949억6539만여원으로, 전체 사업에서 거둔 이익의 18.4%에 그쳤다. 원가 비중은 크고 이익은 작은 셈이다.


업계는 정부가 발주하는 인프라 사업 물량은 늘지 않았는데, 건설 수주를 원하는 기업들이 경쟁을 하면서 입찰액이 자꾸 낮아지는 등 업황이 팍팍해졌다고 말한다. 정부가 발주하는 인프라 사업은 대부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낮은 공사가액을 제시한 곳이 선정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수익성이 높지 않은 공공부문의 인프라 공사 수주가 오히려 향후 회사의 전체 실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발주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물량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업계 경쟁은 치열해지고 이에 따라 원가율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건축 부문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며 원가율을 개선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수주 이력이 있어야 다음 번 수주에도 참여할 수 있다"면서 "사업을 유지하려면 당장 손실을 보더라도 정부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는 편이 좋아 눈물을 머금고 입찰에 나서는 것"이라고 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시 환경이 불안해 기업들의 매출원가율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노무비, 자재비, 일반 경비 등 정부고시가격이 실제 원가 상승 현실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지윤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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