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물유지관리업, 건설업종에서 제외해야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건설업종 가운데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있다. 그런데 최근 각종 시설물의 노후화로 안전점검이나 보수·보강 공사가 늘어나면서 시설물유지관리업과 여타 건설업종, 나아가 안전진단업체와의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역할이나 업무 범위에 대하여 명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1995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전문건설업의 일종으로 등장한 바 있다. 유지관리(maintenance)를 행하는 업종을 신설하면서, 개·보수와 관련된 건설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는 자격까지 부여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따른 업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내용을 '시설물 완공 후 그 기능을 보전하고 이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하여 일상적으로 점검·정비하고 개량·보수·보강하는 공사'로 규정하고 있다. 즉, ‘일상적(日常的)’인 점검・정비를 요건으로 하고 있다.




또한 단서 규정을 두어 증설이나 확장, 또는 주요 구조부를 해체한 후 보수·보강하는 공사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범위에서 명확히 제외하고 있다. 방수나 도장(塗裝) 등 단일 전문업종에 해당하는 보수·보강공사도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업무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발주기관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개·보수공사 발주 시 입찰자격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 제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많은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단순한 개·보수공사를 넘어서 증설이나 해체, 성능 개선이 포함된 공사까지 시설물유지관리업종으로 입찰자격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심각한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공학적으로 보면, 공사의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종류의 건축물이나 시설물에 대해 개·보수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시공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는 곧 전문성 부족으로 이어져 부실시공이나 불법 하도급의 우려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즉, 유지보수나 개·보수공사도 신축 공사와 마찬가지로 교량이나 터널, 댐, 상하수도, 건축물 등 다종다양하다. 따라서 해당 구조물별로 설계나 시공 분야의 전문적인 기술력과 공사경험이 있는 자가 유지관리나 개·보수공사의 시공주체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시설물의 개·보수공사와 관련된 면허를 따로 독립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발주되는 공사의 내용이나 특성을 고려해 해당 분야의 면허를 갖춘 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균열이나 누수가 있는 경우, 방수(防水)나 콘크리트 업종 면허를 갖춘 자가 개·보수공사를 수행한다. 증설이나 해체 등이 포함되는 개·보수공사는 건축이나 토목업체가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계를 보면, 시설물유지관리업체 가운데 건축이나 토목 또는 전문건설업종을 겸업하는 사례가 60% 이상이다. 개·보수공사가 시설물유지관리 업종으로 발주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여타 건설업종에서 시설물유지관리업 면허를 중복 취득했기 때문이다. 즉, 불필요하게 매몰비용이 증가된 것이다.


결국, 개·보수공사에서 업역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건설산업기본법'에서 모든 시설물의 개·보수공사가 가능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만능면허를 신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법적 건설업종에서 제외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이 경우, 기존 시설물유지관리업체 가운데 직접시공능력을 갖춘 경우에는 분야별 실적이나 기술력을 평가하여 종합이나 전문건설업종으로 편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시설물유지관리업의 원래 도입 목적대로 관리주체와 연간 계약을 맺고 일상적인 유지관리를 수행하거나, 혹은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를 전문으로 하는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 경우,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건설업종이 아니라 용역업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다. 실무적으로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업종을 신설하거나 혹은 건설기술용역업의 등록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안선영안선영 asy728@ajunews.com 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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