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지배 '부정적 알람' 끄는 법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머릿속을 지배하는 부정적 '알람' 끄는 법


   마음이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어가지만 괜찮아지지 않는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나쁜 일이 벌어지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기억’을 계속해서 마음 속에 호출하며 그 당시의 끔찍함을 생생하게 재경험 하곤 한다. 이를 ‘곱씹기’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단 한 번 일어난 일로도 영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수치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잘 때마다 발차기를 하거나 오래 전에 열받았던 일을 다시 떠올리며 씩씩 거리고 얼마전 일어난 실패를 떠올리며 계속해서 자신은 '쓰레기'라고 되뇌이는 것이 좋은 예다. 특히 꽤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도 여러번 수 년 동안 곱씹기를 하며 끊임없이 상처받고 또 상처받으며 마음을 멍들이곤 한다. 


Mind, Body and 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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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만 떠올리면 좋을텐데, 좋았던 일보다 나쁜 일을 계속해서 다시 재생하고 재경험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존재 가능한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 능력을 쌓기 위함이다. 화, 두려움, 슬픔, 부끄러움 등의 부정적인 정서는 생존에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들이다. 각각 내게 해롭기 때문에 물리쳐야 하는 대상이 있다는 정보(화), 살려면 빨리 도망쳐야 한다는 알람(두려움),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경고(슬픔), 나의 사회적 평판과 자존감에 큰 타격이 생겼다는 경고(부끄러움) 등을 보낸다. 생존에 중요한 신호들인만큼 우리 마음은 긍정적인 정서보다 이들 부정적인 정서들을 더 크게 경험하고 오래 저장한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게 그렇게 화가 날/ 두려울/ 슬플/ 부끄러울 일인가?’라며 감정을 재해석 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해소하지 않으면, 이들 감정은 끄지 않은 알람처럼 계속해서 다시 울리며 언제든 머릿속을 지배하곤 한다. 쓸모 있는 알람이지만 좀 집요하고 아무 때나 울린다는 단점이 있는 셈이다. 이렇게 원치 않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지속되면 우울증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래서 특히 충격적인 사건이나 큰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 이를 무시하지 말고 감정을 잘 해소하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감정을 해소하는 데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을 조각조각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진짜 원인을 찾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열이 나고 가슴이 뛰게 만드는 약물을 주고 옆에 무신경한 사람을 하나 세워둔다. 그러면 사람들은 약물에 의해 흥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의 단점과 잘못을 읊어댄다. 이는 독특한 상황이지만 실제로 일상 생활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원인을 잘못 짚곤 한다. 그러다가 엉뚱한 해결책에 빠지고 진짜 문제는 해소하지 못한채 계속 고통받곤 한다. 따라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 공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고 내 감정이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표현하는 글쓰기(expressive writing)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와 동료들은 오랜 연구를 통해 내가 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분석하며 글을 써내려가는 행위가 부정적인 감정들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며 실제 문제 해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페니베이커에 의하면 표현하는 글쓰기를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사건에 주목하기

오늘 날씨가 어땠고 오늘 무슨무슨 일을 했다는 정보들나 사실관계에 대해 집중하기보다, 또 객관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기보다 나에게 의미가 있으며 내게 특정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에 집중하자. 다른 사람들이 뭐 그런 일을 가지고 그러냐고 얘기할 것만 같은 사소한 일도 괜찮다. 그 사건 자체의 디테일보다도 그 일을 통해 내가 어떤 다양한 감정을 느꼈는지, 그 감정을 느꼈을 때의 경험이 어떠했는지, 그 때는 무슨 생각을 했고 지금은 무슨 생각이 드는지에 집중하자. 


②형식에 얽매이지 않기

이 때 중요한 팁은 맞춤법, 문법, 멋진 말 쓰기 같은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목적은 글에다 내 감정이 잘 보이게 자세히 그려내는 데 있다. 감정과 관련된 경험들을 뱉어내는 과정에서 내가 나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다. 다른 사소한 것들은 신경쓰지 말고 나의 느낌과 생각을 풀어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자. 


③오직 나를 위한 나만 보는 글을 쓸 것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 무의식적으로 가상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쓴다. 누군가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막연히 제 3자를 신경쓰며 자기 검열을 하곤 한다. 이런 얘기를 사람들이 보면 큰일난다든가 이런 표현은 옳지 않다는 둥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글을 쓴다. 여기에서 벗어나 오직 나만 보기 위한 글을 써보자. 나만 보기 때문에 아무것도 부끄러울 것 없다. 이런 감정과 생각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나중으로 미루고 나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초점을 두자. 감정은 내 마음이 나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특정 메시지를 감지한 것이 내 잘못인 것도 아니다. 


④머릿속을 정리해보기

이렇게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쓰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해되고 해소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자세히 생각하다보면 왜 그랬는지가 보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해결책이 보이거나 해결책이 보이지 않더라도 누구에게 도움을 구하면 좋을지 떠오르곤 한다. 또는 단순히 문제를 확실히 깨달은 것만으로도 막연하게 느껴졌던 불안이 손에 잡힐 듯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여러번 마음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다. 학자들은 한 문제에 대해 하루 20분씩 4일 정도 이어서 글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 


감정은 메시지다. 내가 내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순간, 즉 감정이 그 존재 목적을 달성하게 된 순간 더 이상 불필요한 알람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표현하는 글쓰기가 알람을 끄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참고자료 

Pennebaker, J. W. (2004). Writing to heal: A guided journal for recovering from trauma and emotional upheaval. New Harbinger Publisher.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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