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깡통 주택 속출 일산 어떡하나 ㅣ 심상찮은 강남권 전세


​집값 급락하자 "대출금 갚아라"…'깡통주택' 공포 덮친 일산


코로나發 '깡통 주택 리스크' 커지나


몇년새 아파트 가격 급락

"담보가치 밑으로 떨어졌다"

은행서 대출 차액 상환 요구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의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면적 95㎡ 아파트를 갖고 있는 A씨는 최근 집을 급매로 내놨다. 호가는 6억원 정도지만 5억2000만원에 처분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대출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기존 금액 그대로 연장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A씨는 “아파트값이 떨어져 대출 한도액이 줄었다며 차액을 갚으라고 하는데 돈을 구할 길이 없어 집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A씨뿐만 아니다. 고양시에서는 집값 하락으로 금융회사들의 대출금 차액 상환 요구가 이어지자 급매물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매물 증가는 다시 가격 약세를 불러와 은행들의 상환 압박이 거세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일산 주민들, 억대 상환금 ‘폭탄’

1일 은행권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두산위브더제니스를 비롯해 식사동 위시티,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등 대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단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대규모 미분양이 생겨난 곳이다. 인기 지역이 아니다 보니 집값 하락 압력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들 아파트는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대책 등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집중 관리 대상이 됐다. 은행들은 만기 일시상환 방식 대출의 경우 담보 가격 이하로 집값이 떨어지면 만기 시 차액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두산위브더제니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국민은행이 발표하는 KB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대출을 내준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객관적인 거래 가격을 정하기 어렵다며 시세를 공개하지 않았다. KB부동산 시세가 없으면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공동주택가격(공시지가)이나 외부 감정평가기관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담보 가치를 정한다. 각종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지가는 실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서 형성되기 마련이다.


두산위브더제니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일산 지역에는 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이 아니라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대출을 받은 집주인이 꽤 있다”며 “갑자기 은행에서 빚을 갚으라고 하면 대응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산위브더제니스의 가격 약세는 위시티나 하이파크시티 등에도 고스란히 악재로 작용했다.


전세 보증도 덩달아 어려워져

집값 하락은 전세 대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보증기관들이 보증을 거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보증보험(SGI)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선순위 채권 최고액과 임차 보증금을 합친 금액이 해당 주택 추정 시가의 각각 100%, 80% 이내일 때 보증을 해준다. 그러나 집값이 떨어지면서 이 조건을 만족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업계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다른 지역으로 급격하게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분양가 이하로 집값이 급락한 지역이 많지 않아서다. 대부분 입주자가 분할상환식 주담대를 택하는 것도 우려를 줄이는 요인이다. 한 대형 은행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상황을 전체적인 것으로 확대할 필요는 없지만 부동산시장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김대훈/신연수 기자 ram@hankyung.com 한국경제



심상찮은 강남권 전세… “보증금 감당안돼 월세 끼고 재계약”


개포동 49m² 1년새 5억→8억… 전세보다 월세 매물 찾는게 빨라

서초-송파 신축아파트 재계약에 재건축 이주-청약 대기수요 겹쳐

올 하반기 전세금 급등 우려


    최근 2, 3년간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며 전세 가격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다. 여기에 2018년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뷰신반포(595채), 송파구 헬리오시티(9510채) 등 신축 아파트가 대거 공급될 당시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의 재계약 시점까지 다가오고 있다. 재건축 이주, 청약 대기 수요 등이 겹치며 하반기(7∼12월) 전세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중개소에 인근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붙어 있다. 해당 단지는 2년 전에는 전용면적 84m²가 7억∼8억 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호가가 9억 원 초반에 형성돼 있다. 강남권 아파트 중에는 세입자가 2년 전보다 4억 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곳도 있어 전세금 일부를 월세로 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일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2018년 5월 입주한 아크로리버뷰신반포의 경우 당시 전세 10억∼11억 원 선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78m²가 15억 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워낙 전세가 많이 올라 대부분 보증금을 그대로 올려 내기보다 월세를 일부 끼고 재계약을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최근 입주한 단지뿐만 아니라 학군이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강남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치역 인근 ‘학군 1번지’로 꼽히는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용면적 84m² 전세 호가가 15억5000만 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 자율형사립고 폐지 방침이 전해진 이후인 9월경 13억5000만 원 선에 거래됐던 것을 감안하면 6개월 새 2억 원 가까이 올랐다.


송파구의 20평대 아파트에 사는 박모 씨(34)는 입주할 당시만 해도 6억 원대였던 보증금이 2억 원 이상 올라 고민하고 있다. 박 씨는 “아이 어린이집 때문에 멀리 이사하기도 힘들어 대출을 받거나 월세를 조금 더 내는 반전세로 재계약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전세가 너무 많이 올라 당황스럽다”고 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강남 4구의 전월세 거래 중 월세(반전세 포함)의 비중이 2018년 1∼5월 30.7%였는데, 올해 1∼5월에는 39.7%로 늘어났다.



2019년 초 입주했던 강남구 개포래미안블레스티지는 입주 당시 4억∼5억 원 선이었던 전용면적 49m²의 전세 가격이 8억 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는 “아직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지 않아 전세 매물 자체가 없다고 보면 된다”며 “월세 매물을 찾는 것이 그나마 빠를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12월 입주한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전용면적 84m² 전세 시세가 실거래 기준으로는 8억∼9억 원, 호가 기준으로는 10억 원대에 형성돼 있다. 입주 당시만 해도 6억∼7억 원에 전세 입주가 가능했던 곳이다.




1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종합 전세 가격은 0.09% 상승했다. 문제는 앞으로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 대출 규제에 저금리 등이 겹치며 전세 가격이 오를 요인이 더 많다는 점이다. 특히 강남권의 경우 3000여 채 규모의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데다 강동구 둔촌주공의 분양이 지연되며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대기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로 매매시장이 주춤하면서 기존의 매매 수요가 대기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며 “정부가 전월세 관련 규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시행이 어렵기 때문에 하반기 전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정순구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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