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문화재의 거장, 신영훈 대목수 별세 ㅣ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건축문화재의 거장, 신영훈 대목수 별세


  한옥 등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큰 발자취를 남겨온 신영훈 대목수가 지난 28일 향년 85세로 별세했다.

고인은 7년여 전부터 건강 악화로 인해 투병해오다 이날 오전 별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신영훈 대목수.(사진=유족 제공) 2020.5.29 photo@newsis.com


1935년 개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9년부터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주요 건축물의 보수·복원에 전념해왔다. 1962년 서울 숭례문 중수공사 감독관에 이어 경주 토함산 석불사, 금산사 미륵전 중수공사, 전남 승주 송광사 대웅보전 공사 등의 감독관을 맡았다.


또 파리 고암서방(이응로 화백 기념관), 경북 청도 운문사 대웅보전, 안동 하회 심원정사 선산 동호재, 충북 진천 보탑사 삼층목탑, 충남 해미 미륵사 미륵전, 영국박물관 한옥사랑방 신축 등에서 총감독 역할을 했다.


1962년부터 1999년까지 문화재 전문위원을 지냈고 해라시아연구소 소장, 한옥문화원 원장, 지용한옥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수상 이력으로는 200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건축문화인상, 2016년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대상 공로상, 2019년 건축역사학회 학술상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절로가는 마음', '건축과 함께한 나의 삶', '신영훈 문화재전문위원의 역사기행', '신영훈의 역사기행', '한옥의 고향', '우리한옥' 등이 있다.


유족에는 부인 이숙범씨와 아들 대용(Vcts Malaysia 대표)·호용(SM에너지 이사), 딸 지용(지용한옥학교·한옥과문화 대표)씨, 며느리 박경리·이현주(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4호실, 발인은 30일 오전 7시다.

[서울=뉴시스] 박정규 기자  pjk76@newsis.com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10년 전 독자 2명이 기사에 대해 항의할 것이 있다며 회사를 찾아왔다. 회의실에 마주 앉아 까닭을 물었다. 전날 게재된 기사에서 다룬 건물의 소유주들이었다. 그들은 “이 건물을 디자인한 건 우리인데 왜 우리 허락도 없이 건축가의 이름만 기사에 냈느냐”고 말했다. 항의는 당연히 수용하지 않았다.


 

건축을 향하여/르코르뷔지에 지음·이관석 옮김/299쪽·2만 원·동녘


그로부터 5년 후 한 선배가 “건축을 잘 아는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데 소개해주고 싶다”며 회사 근처 한 건물 식당을 알려줬다. 찾아가 보니 잊고 있던 그 건물과 그 사람들이었다. 선배에게 예전 일을 설명하고 빠져나왔다. 일로 인해 맺은 수많은 만남 중 가장 불쾌했던 만남이다.




스스로 ‘건축을 좋아한다, 관심이 많다’고 하는 사람을 이따금 만난다. 그에게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를 아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 이 책을 읽은 사람의 수는,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유명 건축물인 프랑스 롱샹 예배당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 수보다 적을 것이 틀림없다.


2002년에 번역본 1쇄가 나온 이 책을 지금 글로 소개하는 것은 어색한 일이다. 육중한 고전을 굳이 읽지 않아도 충분히 읽은 척할 수 있게 해 주는 가뿐한 책들이 효용을 겨루며 출간되는 세상에서, 55년 전 세상을 떠난 건축가가 남긴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니. 그럼에도 쓸모없는 글이 될 가능성은 낮으리라 생각한다. 공자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논어를 읽어본 사람도 그만큼 드물 것이다.


“건축은 숙련된 기술을 활용해서 볼륨을 빛 아래에 정확하고 장엄하게 모으는 작업이다. 건축가의 과업은 볼륨을 감싸는 표면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볼륨을 잠식하고 흡수해 스스로 우위를 차지하는 기생충 같은 표면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전도된 상황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건축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건축가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느냐고. 공모전을 주최한 공공기관이 제한 조건을 미리 파악하지 않은 탓으로 인해 당선 후에 통째로 다시 새로운 설계를 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한다. 공모전 담당자가 예나 지금이나 ‘건축가는 그렇게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상가가 자신만의 문법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축가는 건설에 능통해야 한다. 건설은 문법보다 어렵고 복잡한 과학이므로 건축가는 오랜 시간 거기에 매달리게 된다. 그러나 그 수준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주택의 평면, 입체, 표면의 일부는 실용적 자료에 의해, 다른 일부는 상상력과 조형적 창조에 의해 결정된다.”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구입이나 완독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거나 설계경기 진행을 맡았다면, 그저 서점을 잠시 방문해 이 책과 주변의 다른 건축 관련 책들을 대강이라도 훑어주길 부탁하고 싶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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