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만 푸면 오른댔는데… 망부석 만드는 ‘철도 호재’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최근 집을 산 A씨(36)는 지난 3일 서울시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시가 경전철 동북선 예산 942억원 중 733억원(77%)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토지 수용 보상절차가 지연돼 삭감했을 뿐"이라며 "실제 사업 진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A씨는 사업이 또 늦어지는 것인지 불안하다.


정부가 밝힌 교통망 확충 계획이 잇달아 늦어지면서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 계획을 믿고 거주 계획을 세웠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철도 계획만 믿고 맹목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도권 30만채 지구지정 완료(예정) 지구 현황




드디어 착공 시작했다지만…먼길 돌아온 GTX A·동북선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하철·광역철도 등 철도 계획은 부동산의 미래가치를 상승시켜주는 호재로 평가받는다. 출퇴근과 자녀 교육 등을 함께 감안하는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도 이 정보를 부동산 매매의 큰 변수로 활용한다.


그러나 거창한 청사진에 비해 실제 진척이 늦어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12일 서울시 행정심판위는 강남구청에게 GTX A노선의 청담·압구정 구간 공사를 허용하라고 결정했다. 부동산 업계 일각에서는 GTX A노선이 애초 계획된 2023년에 완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강남구의 공사 구간 문제 말고도 전동차 납품 등의 문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GTX-A 노선에 투입할 전동차를 제작하는 현대로템 측은 전동차의 납품 기한이 오는 2024년 7월 29일이라고 밝혔다. 예상보다 반년 이상 늦어진 시기다. 국토부는 "시제품이 2023년 중순에 들어오는 만큼 납품을 앞당길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했지만, 납품 기한과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시험운행 기간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2024년 하반기 또는 2025년에야 개통이 가능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GTX-A 노선은 수도권 서북단인 파주 운정에서 남쪽 동탄까지 이어진다. 이 노선 주변에 집을 산 사람들은 노선의 계획 과정과 2018년 말 착공 등을 보며 노선의 2023년 개통 일정을 감안해 내집 마련 계획을 세운 경우가 많다. 사업이 늦어질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이들의 몫이다.


동북선 역시 만만찮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동북선은 지난 2007년 ‘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과 함께 발표된 지 13년 만에 첫 삽을 떴다. 2010년에는 ‘동북뉴타운신교통주식회사’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관사인 경남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사업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착공해 오는 2024년 개통할 계획이었으나, 동북선 차량기지 대상지인 현 운전면허학원 부지를 두고 운전면허학원과 소송전이 벌어지며 착공과 개통이 1년씩 늦춰졌다.


2·3기 신도시 교통사업 97%가 지연…입주민 부담금 3분의1은 잠자고 있어

2기 신도시 교통망도 계획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현재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2010년 사이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수립된 수도권 대규모 택지(면적 100만㎡ 이상 또는 인구 2만명 이상) 30곳의 교통사업 89건 중 86건(97%)이 계획 대비 최소 1년에서 최장 14년이나 지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개 사업은 준공 일정조차 정해지지 않았고, 5년 이상 장기간 지연된 사업도 57건(64%)에 달했다.




2013년 입주를 시작한 위례지구의 위례·신사선은 오는 2027년에야 완공될 예정이다. 남양주 별내지구 역시 입주는 2012년 이뤄졌지만, 별내선은 입주 11년 뒤인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김포 경전철도 김포한강지구 입주 후 8년이 지난 2019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 지구 조감도/연합뉴스


지난해 5월 국토위 홍철호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기 신도시 11곳의 입주자들은 주택을 분양받으면서 ‘광역교통개선대책 사업비’를 모두 31조 8208억원, 가구당 평균 1200만원 정도 먼저 냈지만 이 가운데 10조 6262억원은 미집행됐다. 사업 금액의 3분의 1은 잠자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철도 계획만 보고 주거 계획을 짜거나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철도 계획은 토지보상을 비롯해 착공 이후에도 각종 변수로 장기화되기 쉽다"면서 "김포 경전철의 경우에는 김포시장이 바뀔때마다 지하철로 할지, 경전철로 할지 말이 매번 바뀌었다. 투자하는 입장에서 사업의 투명성과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애매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계획이란 단순히 청사진에 불과한 것"이라며 "특히 철도 사업은 장기사업이기 때문에 가변적인 요소가 많아 맹목적인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훈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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