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줄 알았는데 되네?… 강북 최대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에 쏠린 눈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재건축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상황에서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일부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취소하거나 미룰 정도로 재건축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인데 시장 분위기가 바뀔지 주목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소재 성산 시영 아파트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자격 요건을 갖췄다. 성산 시영 아파트는 총 3710가구 규모로 강북에서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1986년에 지어져 올해로 준공 35년 차가 됐다.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조선DB


오래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 통과에 힘을 쏟는 이유는 안전진단이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어서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지정, 조합설립,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분류를 살펴보면 A~C등급은 유지·보수(재건축 불가),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공공기관 검증 필요), E등급은 재건축 확정 판정으로 각각 나뉜다. 성산 시영 아파트는 올해 초 정밀 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았다. 최종 단계로 국토부 산하기관인 건기연이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적정성 평가를 했다.


안전진단에서 재건축이 가능한 등급이 나오면 통상 아파트 가격도 오르는 등 호재로 인식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재건축 단지들은 줄줄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었다. 정밀안전진단(1차)에서 조건부 재건축 가능 판정인 D등급을 받았던 서울 구로구 오류동 동부그린 아파트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유지보수)등급’으로 결정됐다.


강북 재건축 대어로 꼽힌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은 첫 단계인 예비안전진단도 통과하지 못했다. 강남 재건축 잠룡 중 하나인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도 민간업체의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재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에서까지 여당이 압승하며 "이번 정부에서 재건축은 물 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왔던 상황이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기조가 강화되면 강화됐지 약화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일부 단지는 총선 결과가 나오자 재건축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8단지가 지난달 양천구청에 안전진단 평가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1단지 등 안전진단을 신청한 다른 단지도 안전진단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던 상황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아파트 가격도 내림세다. 서울 재건축 대장주 은마아파트의 경우 지난달 전용면적 84.43㎡가 18억9300만원(4층)에 팔렸다. 서울시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43㎡가 18억원대에 거래된 것은 지난해 6월 18억9000만원(1층)에 매매된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성산 시영의 안전진단 통과를 계기로 이런 분위기도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은평구 불광미성아파트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9단지 아파트 등에도 이목이 쏠리게 됐다. 성산시영 이외에도 줄줄이 안전진단을 통과할 경우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성산 시영의 안전진단 통과가 공급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재건축 규제 자체가 완화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여전히 규제도 많아 재건축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안전진단이 통과됐다는 건 노후한 일대를 정비해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하지만 안전진단이 통과됐다고 해도 이후 단계에 각종 규제가 있기 때문에 재건축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북에서 오랜만에 나온 매머드급 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정부가 강남 정비사업의 규제를 풀기에는 집값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주로 소규모 재건축이나 공공재개발에 대한 규제만 완화하면서 재건축을 규제하는 지금의 기조가 바뀌기는 힘들 것 같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성산시영이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에 이어 목동까지 여세를 몰아 안전진단 허들을 뛰어넘는다고 해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단계별로 규제책이 있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정 기자 조선비즈 


[집코노미] 재건축 접자는 개포6·7단지에 무슨 일이


"정비계획 수립 잘못돼"

구역해제 추진 움직임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6·7단지의 사업에 파열음이 일고 있다. 일부 주민들이 서울시에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정비계획 수립이 잘못돼 재건축을 마치더라도 재산상 피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6·7단지에선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조합설립 동의 철회서를 걷고 있다. 지난해 2월 주민동의율 82%를 채우면서 추진위가 설립돼 이미 조합설립 동의율(75%)을 훌쩍 넘긴 상태지만 오히려 이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비계획을 처음부터 재수립하기 위한 극약처방”이라고 말했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개포동 개포주공6·7단지. 한경DB




개포지구 한가운데 들어선 개포주공6·7단지는 일대 주공아파트 가운데 마지막 ‘재건축 퍼즐’로 꼽힌다. 1960가구 규모의 15층 이상 중층 단지인 탓에 주변 저층 단지들보다 사업이 늦어졌다. 당초 5단지까지 통합재건축을 구상했지만 현재는 따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6·7단지는 내년 2월까지 조합설립을 신청하지 못하면 일몰제에 따라 구역해제 대상에 든다.


사업을 막아서는 움직임이 일어난 건 재건축의 밑그림에 해당하는 정비계획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2017년 수립된 정비계획에 주민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개포주공6·7단지의 정비계획에 따르면 재건축을 통해 짓게 되는 2994가구 가운데 2000가구가량이 중소형 면적대다. 향후 조합원들이 분양신청을 할 때 종전주택보다 면적대를 넓히더라도 400여 가구는 소형주택을 배정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비대위의 계산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앞으로 관리처분계획 수립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라며 “조합원들의 분양 희망 주택규모를 조사한 결과 지금보다 가구수를 줄이고 면적대를 넓혀야 한다는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강남구청이 주민공람 등의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민 김모 씨는 “주민들은 구청이 입안한 정비계획이 어떤 내용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며 “법에 명시된 조사와 확인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구청 담당자들을 감사원에 제보했다”고 말했다.


정비계획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주민 총의를 모아 변경이 가능하다. 가구수 등을 10% 이상 바꾸는 중대한 변경의 경우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야 할 추진위원장 자리는 1년가량 공석이다. 선임 과정을 두고도 내홍이 빚어지고 있는 탓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이달 추진위원장을 보궐선임한 이후 정비계획 변경을 위한 설계회사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희망 주택형 조사에 필요한 추정분담금을 산출해줄 감정평가사 선정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이달 초 아예 서울시에 정비구역 직권해제를 요청했다. 구역해제는 재건축 사업 자체를 물리는 절차다. 처음부터 밑그림을 다시 그리겠다는 것이다. 관철되지 않을 경우 구역지정 취소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구역 해제는 신중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정비계획 변경 입안을 구청에 제안해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힌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갈등 요인이 다양하다”며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경우 많은 이들의 투자손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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