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내릴 땐 언제고... 정부 "지원금 기부 유도하는 화면 바꿔라"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다 버튼을 잘못 눌러 ‘실수로 기부를 했다’는 신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정부가 신청 화면 개선을 각 카드사에 요청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실수 기부가 발생한 것은 한 페이지 안에 개인정보 동의와 기부 동의 메뉴를 함께 넣도록 한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의 영향이 있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12일 "정부에서 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 메뉴 구성을 개편해달라는 요청이 와서 작업 중"이라며 "기부 버튼을 최종 신청 후 새로운 페이지로 노출하거나 아예 팝업 창으로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첫날 억울하게 기부 재난지원금만 1조 

(에스앤에스편집자주)


한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카드사 앱 캡처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첫날이었던 11일 각 카드사에는 실수로 기부를 했다는 민원이 쏟아졌다. 카드사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재난지원금을 신청할 때 개인정보 제공 등에 동의하다가 기부하기 항목까지 동의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기부금 입력란 옆에 ‘전액기부’ 버튼이 있는데 이를 ‘전액 송금받기’ 등으로 착각해서 누른 경우도 많다. 기부금액 입력이 끝나야 지원금 신청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기부하지 않기’ 버튼 대신 ‘동의하지 않는다’는 항목만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실수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이런 방식의 메뉴를 구성했다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인터넷에는 ‘정부가 실수 기부를 유도하고 있으니 절대 기부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지침까지 나돌고 있다. 한 신청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계속 동의를 누르다가 무심결에 ‘전액기부’와 ‘신청완료’를 눌렀다"며 "일부러 이렇게 화면 구성을 한 것 같다"고 했다.


카드사가 재난지원금 신청 절차 중간에 기부금 항목을 넣은 것은 정부의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카드사에 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를 구성할 때 기부 신청 절차를 이런 식으로 만들라는 내용을 전달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신청자들의 혼선을 우려해 기부 항목을 별도 페이지에 두자고 건의했으나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결국 재난지원금을 실수로 기부한 고객의 경우 당일 신청 건에 한해 기부 취소를 허용해주고 있다. 항의가 계속되자 정부도 결국 신청 화면 개선을 각 카드사에 요구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대로 화면을 구성했는데, 고객들이 ‘정부 눈치 보느라 실수 기부를 유도한 것이냐’고 항의해 기업 이미지도 실추되고 있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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