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왜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못하느냐'고 개탄한 감사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이 내부 간부회의에서 "외부 압력이나 회유에 순치된 감사원은 맛을 잃은 소금" "감사관 한 사람 한 사람이 야성을 가져야지, 원장인 제가 달려들고 여러분이 뒤에서 (저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돼선 안 된다"고 했다 한다. 최 원장은 지난달 20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를 맡아온 공공기관감사국장을 다른 자리로 보내는 인사를 한 직후 이 회의를 열었다. 바뀐 국장은 임명 넉 달밖에 안 된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월성 1호기 감사가 지지부진한 데 대한 문책 인사였다.


최재형 감사원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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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원장은 그 자리에서 "누구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제 제기조차 금지되는 사안들이 있는데 감사원은 그런 성역이 없는 감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검은 것을 검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검은 것을 희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도 했다. 공직 사회와 감사원 안팎 모두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이 왜곡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을 닫고 있다고 개탄한 것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는 국회가 작년 9월 의뢰해 시작됐다. 월성 1호기는 경제성평가에서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도 2018년 6월 소집된 한수원 이사회에서 폐로 결정을 내렸다. 경제성평가를 터무니없게 왜곡했는데도 계속 가동이 이득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이사들에게 짜깁기 자료를 돌려 폐쇄 결정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이미 드러나 있다. 자료가 다 공개돼 있으므로 감사원이 마음만 먹으면 한두 달 안에 감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두 차례 감사 기한을 연장했고, '4·15 총선' 직전인 4월 9일·10일·13일 연달아 감사위원회를 소집해 결과 발표 여부를 논의했지만 역시 보류 결정이 났다.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 총선을 앞둔 여권에 아픈 내용일 수밖에 없다. 현재 감사위원 6명 중 원장을 뺀 5명이 정권 입김 아래에 있다. 민변 부회장 출신 등 3명이 친정부 인사고 2명은 감사원 내부 출신이다. 감사원 사무총장은 조국 민정수석 시절 고속 승진한 사람이다. 이들이 법규에 정한 기한에 맞춰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를 미루고 있다면 직무유기고 직권남용이다. 이 죄목으로 전 정권 여러 사람이 감옥에 갔다. 이제 여당이 압승했으니 그런 걱정 없이 감사까지 왜곡하려들 수도 있다. 감사원장이 감사원의 존재 이유를 묻는 탄식을 할 지경이 됐다. 감사원은 앞으로 무슨 염치와 자격으로 공직 사회에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5/08/20200508044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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