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에 대하여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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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에 대하여

2020.04.23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2020년을 사는 사람들의 생활규범이 되었습니다. 너도 나도 사람 만나는 일에 신경 쓰입니다. 밥을 같이 먹는 것도, 가까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도 조심스러워집니다. 만에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접촉한 것이 드러나면 나와 나의 가족은 14일간 자가격리 대상이 될 것입니다. 평소에 자주 보던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미안한 일이 됩니다.

틈을 내서 걸어봅니다. 한강 둔치길이나 동네 공원에 나가 걸으면 무르익은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요즘 서울의 공기가 무척 깨끗해진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자동차 통행이 줄어들고 또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덜 유입되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러스 사태는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걷기에 참 좋은 조건입니다.
걷는 것은 바이러스 시대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좋은 방법일 듯합니다.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무적인 정보가 있습니다.

지난 3월 발간한 ‘미국의사협회저널’(JAMA)이 “하루 평균 8,000보를 걷는 사람은 4,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이나 암에 의한 사망 위험이 51% 감소할 수 있다.”는 데이터 분석 연구 결과를 내놨는데,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았습니다.
이 데이터 분석 연구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미국 ‘국립건강원’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문가들이며 미국국립암연구소의 찰스 매튜스 박사가 이 작업을 주도했다고 합니다. 2003년~2006년에 시계나 만보기 등으로 자기 걸음을 측정한 40세 이상 미국인을 성별 인종을 고려하여 수만 명을 선정해서 10년 동안에 걸쳐 이들 조사 대상자의 걸음 수와 걷기 속도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이 기간 죽은 사람을 포함해서 4,800명을 분석 샘플로 최종 선정해서 그들의 데이터를 분석 연구했다고 합니다.
이 분석 연구는 4,000보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즉 하루 평균 8,000보를 걸었던 사람은 4,,000보를 걸었던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51% 감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1만2,000보를 걸은 사람은 4,000보를 걸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65%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 분석에서 통념과는 다른 흥미로운 점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걸음 수가 많을수록 사망 위험이 감소하지만, 걷기 속도와는 상관없다는 겁니다. 즉 천천히 걸어도 많이 걸으면 심장질환과 암에 의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겁입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의 충언이 인상적입니다. “이 방 저 방을 왔다 갔다 하거나, 허공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기라도 하세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우리나라 일만이 아닙니다. 77억 전 세계인의 심리를 지배합니다. 그래서인지 외신에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나옵니다. 앞으로 여행도 이런 추세에 맞춰 변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중엽 자연 속에 묻혀 단순한 생활의 경험을 회상하며 쓴 책 ‘월든’, 그리고 그가 살았던 숲과 연못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걷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한 방법입니다. 걸으면 사회적 스트레스와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혼자 걸으면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이 되고, 같이 걸으면 눈을 마주치지 않아도 인간과 소통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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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수종

‘뉴스1’고문과 ‘내일신문’ 칼럼니스트로 기고하고 있다. 한국일보에서 32년간 기자생활을 했으며 주필을 역임했다. ‘0.6도’ 등 4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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