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살아남으시길 [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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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살아남으시길

2020.04.20

새가 노래하는 아침입니다. 어디에선가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와 발코니로 나가보니 새 몇 마리가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변함없는 봄의 전령입니다만 우리는 자유로운 새들보다 못한 몸으로 집 안에 갇혀 있습니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꽃 시장조차도 모두 문을 닫아 갈 수도 없으니 생전 경험하거나 상상도 못한 봄을 맞고 있는 것입니다.  

내 생에서 두 번째 어두운 봄,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수족을 맘대로 쓸 수 없어 절망했던 어느 봄과 인류가 몰고 온 재앙 앞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2020 년 봄 입니다. 갑자기 T.S. Eliot 시 황무지(The Waste Land)의 역설적인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위대한 시인은 어떤 통찰력으로 이런 시를 남겼을까, 라일락이 피어나는 4 월이 잔인하다는, 차라리 지난겨울이 따뜻했다는 역설적 표현이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수가 있을까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치명적인 코로나바이러스의 심각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깨닫지 못했던 비위생적인 습관에 대하여 많은 반성을 하게 합니다. 오래 해왔던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여러분의 일상생활은 어떠한지요?

면역체계가 무너진 나는 일상생활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어 비행기를 탈 때도 항상 소독제 티슈를 가지고 좌석이나 벨트를 모두 닦습니다. 호텔방에 들어가면 문고리 등, 머무르는 동안 상용해야 하는 호텔의 물건들을 모두 소독제 티슈로 닦고 사용하는 버릇은 오래된 습관입니다. 한국 방문 중 지하철을 탈 때는 반드시 장갑을 끼고 손잡이를 잡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승객들이 나를 이상한 나라에서 온 외계인처럼 쳐다보곤 했습니다.  

영주 귀국하여 아예 모국에서 머물러 살 생각을 하고 작은 사업을 시작했던 88 올림픽 무렵 사람들과의 모임이 많았습니다. 디자이너인 내가 직업적 일보다 유통업체 사람들을 만나 사교를 해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지만 문제는 한잔 하는 일이 많았고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비위생적인 일들을 목격하게 된 것입니다. 술잔을 주고받고 돌리거나 찌개, 탕 종류 음식을 모두 함께 숟가락을 냄비에 넣고 떠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많이 흘러 한국인의 생활 수준과 민도가 향상되어 자랑스럽지만 일부의 TV 프로그램 방송에서 그때와 다름없는 비위생적인 상황이 지금도 연출되고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모두 나름대로의 청결 수칙이 있겠으나 공포스러운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나의 위생 수칙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1) 귀가 후 외출복을 벗고 실내복으로 갈아입은 후 손을 씻는다.(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앉았던 의자에는 많은 세균과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데도 세균이 묻은 외출복을 입은 채 수면을 취해야 할 쾌적한 침대에 앉는 모습이 한국 방송에 많이 나옴)

2) 외출 때 이용했던 핸드백, 핸드폰, 장보고 온 시장바구니 봉지나 패키지 등을 부엌 상판 위나 식탁 위에 올려놓지 않는다.(여기저기 놓았던 핸드백이나 시장에서 가져온 봉지는 매우 많은 세균 바이러스가 묻어있는데도 식탁이나 음식하는 부엌 상판 위에 올려놓는 장면이 한국 드라마에 많이 나옴)

3)슈퍼에서 식품을 구입할 때는 상품을 자신의 손으로 이것저것 많이 만지지 않고 장갑을 끼고 만진다.    

4) 구입한 식품 패키지(우유, 요구르트, 양념병, 포장된 식품)는 유통과정에서 많이 오염되었으므로 냉장고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비눗물로 씻고 물기를 닦은 후 냉장고에 넣고 야채, 과일은 씻은 것과 안 씻은 것을 구분하여 냉장한다.

5) 식탁 상차림 할 때 숟가락 젓가락을 그냥 식탁 위에 놓지 않는다. 식탁 위엔 많은 세균이 노출되었을   가능성이 많으니 개인 트레이를 사용하거나 냅킨 혹은 접시받침을 사용하여 숟가락 젓가락을 놓는다.(소독된 식탁이라면 안 해도 됨)

6) 변기는 사용 후 뚜껑을 반드시 닫은 후 물을 내린다(세균이 변기보다 30 센티 위로 튀어 올라 화장지와 화장실, 목욕실을 오염시킴). 남성들은 반드시 좌변기에 앉아서 이용하도록 한다. 서서 시용하면 소변이 튀어올라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오래 남아 있게 된다.(주거용 좌변기는 앉아서 이용하는 것이지 서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니 이참에 앉아서 사용하는 습관을 들일 것)

7) 술잔을 주고받는 것보다 자작이 더 위생적이며 자신의 입에 들어간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상대방에게 권하지 않는다. 남들과 함께 먹는 식탁 위의 요리를 자신의 젓가락으로 여기저기 헤집어서 들었다 놓았다 하지 않는다. 비빔밥을 한 양푼에 비벼서 같이 숟가락을 넣고 떠먹지 않는다.(아직도 한국 유명 방송 드라마나 심지어 유명한 요리 프로그램에도 이런 모습이 자주 등장함 )

8) 노래방 마이크와 노래책은 가장 비위생적이므로 사용 후에는 반드시 손을 소독하거나 아니면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 후에 버린다.

9) 지하철 손잡이는 고무장갑이나 일회용 장갑, 삶아 쓸 수 있는 장갑을 끼고 잡는다.

10) 주유소에서 주유할 때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사용 후에 버리고, 급유 시스템에 설치된 신용카드를 넣는 slot(touchless 신용카드 시스템이 아닌 경우)에 카드를 밀어 넣어 결제를 해야만 할 때는 사용 후 반드시 크레딧 카드와 손을 소독한다. (신용카드를 넣는(insert) 카드 접수기 slot 안에는 다른 사람의 오염된 카드로 인한 바이러스가 남아 있어서 내 카드를 오염시킬 수 있음 )

11) 은행 ATM 사용할 때의 카드는 앞 사람이 쓴 카드로 인한 바이러스가 slot 안에서 내 카드를 오염시킬 수 있으니 사용 후 손과 함께 소독을 하거나 7 일간 쓰지 않고 놔두면 자연히 바이러스가 죽는다.

이제는 친한 이들과의 자연스런 포옹이나 악수조차도 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어서 정말 숨이 막힙니다. 사실 오랫동안 철저한 위생 습관을 들여온 나 자신도 요즘은 무척 힘들고 지칩니다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젠 대충대충 해서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을요. 인간의 탐욕이 자멸의 굴레를 자초했고 그 댓가로 받는 죄와 벌입니다. 미래에 이보다 더한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  

여기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은 미국인들보다는 정부의 지시를 잘 듣는 편이어서 거리두기도 잘 지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국경이 봉쇄되었고 미국에서 캐나다로 의료장비와 PPE(personal protective equipment)용품을 일절 수출할 수 없게 한 트럼프의 정책이 시작되어 이곳의 사정은 어떻게 변할지 모릅니다. 몇 주 전의 사재기 경험을 겪은 나는 무섭습니다. 아직은 식품 등 일상 필요한 물자들은 국경을 통해 들어오고 있지만 식품(쌀, 고구마, 과일, 야채는 미국 캘리포니아산이 많음)뿐만 아니라 많은 일상용품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이곳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내일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지요. 아직까지 사재기가 없는 한국의 시민의식은 선진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어려서부터 정리정돈을 좋아하고 더러운 것을 참지 못하여 까탈을 부리기도 했지만 이런 시기에는 오히려 나의 습관이 여러모로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매우 중요합니다. 봄 꽃놀이도 좋겠지만 이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매사를 참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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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마리

미국 패션스쿨 졸업, 미국 패션계에 디자이너로 종사.
현재 구름따라 떠돌며 구름사진 찍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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