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풍을 맞았다 [김홍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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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풍을 맞았다

2020.04.07

‘우한(武漢) 바이러스는 하루에 막을 수가 없지만,
주사파 바이러스는 4월 15일 하루에 막을 수 있다.‘

‘대한민국 여권으로는 다른 나라에 갈 수 없다.
그래서 야권으로 바꿔야 한다.‘

‘뭉치면 죽고, 헤치면 산다.’

‘코로나 바이러스 오래 안 갈 거야.
왜냐하면 중국제(Made in China)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재앙이 온 나라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낯선 말들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착한 임대료, 사회적 거리, 도시 봉쇄, 코로나 백수, 코로나 난민, 코로나 블루(corona blue), 팬데믹(pandemic), 인포데믹(infodemic), 록 다운(lock down), 경제 빙하기, 고용 암흑기 등도 익숙하지 않은 말들입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았던 말의 강도가 갈수록 불안과 공포를 더해 가는 양상입니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우두망찰하고, 사람들은 넋을 잃어 가고 있습니다. 잔인한 死(사)월입니다.

말의 번롱(翻弄)을 넘어 나라 안에서는 절망에 가까운 상황이 엄습해오고 있습니다.
보육공백, 졸업·입학식 없는 학교 인터넷 강의 진통, 병실 없어 입원 못한 어머니 딸 옮을까봐 목숨 끊어, 무료 급식 스톱…독거노인·노숙인 끼니 막막, 코로나가 삼킨 취업시장…실직 쓰나미, 항공사 국내 첫 셧 다운…코로나 생이별, 한 달 매출 0원…여행사 93곳 폐업(3·월 6일), 한국 올해 마이너스 성장 예측…. 사람·기업뿐만 아니라 나라가 풍(風)을 맞은 격입니다.

# 창살 없는 감옥, 단절 좌절의 시대를 맞다

지구촌은 적막강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절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이동제한 급속 확대…35개 국 10억 명이 갇힌 상태(3월 23일), 전 세계 학생 40%가 등교 못해, 세계 자동차공장 셧 다운…붕괴 위기, 세계 증시 한 달 새 3경 원 증발, 미국 실업자 매주 400만 명 쏟아져, 이탈리아 신문 부고(訃告)란 1~3개 면서 10개 면으로 늘어, 세계 소비 50% 차지하는 미국·유럽 마비…물건 팔 곳이 없다, 美 감염 방치 땐 최대 2억 명 감염-170만 명 사망할 수도….

인류가 급격한 생태계 변화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아비규환입니다.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휴지·빵·쌀·채소·과일·고기에 이르기까지, 생필품 사재기가 선진국에서 더 극성입니다. 한 달여 전 손자들 뒷바라지 도와주러 오스트레일리아에 간 아내는 “모든 것이 흔한 이 나라에서 키친타월을 휴지 대신 쓰고 있다”며, “여차하면 신문지로 밑 닦을 판”이라고 안달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올 항공편조차 없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아노미 상태가 된 듯합니다. 일부 국가에선 가택 격리 위반 시민에 곤봉 세례, 사살 명령까지 내렸습니다.

질병보다 무서운 앞날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치판 야료(惹鬧)입니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례당’입니다. 민주당과 군소정당 4+1이 만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산물입니다. 야당이 선수를 치자 반대하던 민주당도 유령정당을 만들었습니다. 구차스런 변명은 “의병(義兵)이 자꾸 나와서”(이인영 원내대표)입니다. 정작 실체를 보니 의원 꿔주기에다 ‘사돈’ ‘형제’ 운운하며, 선거 후에는 흡수·통합을 공공연히 거론하는 위성정당입니다. 의병이 아닌 귀태(鬼胎)의 의병(疑兵)들입니다.

이 원내대표가 거론한 의병은 죽창을 든 의로운 지사라기보다는 관군(官軍)입니다. 진짜 의병은 바이러스 창궐에 전력 대항하는 사람들입니다.
코로나 극복에 써 달라며 암보험 깬 기초수급자, 적어서 미안하다며 마스크 11장을 기부한 장애 어린이, 환자가 급하다고 대구로 뛰어간 신혼 1년차 간호사, 개인의원 접고 대형병원서 자원봉사 나선 의사, 죽음을 감내하는 의료진에 도시락·간식 후원하는 야시장 상인들. 이들이 진정한 의병입니다.

# 코로나 이후의 정치 또 다른 전쟁 되나

또 다른 걱정은 코로나를 왜곡하는 꼼수정치의 암담한 미래입니다.
여당은 ‘코로나 방역 성공’을 총선 슬로건으로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아시아 4룡(龍 )국가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대만 298-2, 홍콩 644-4, 싱가포르 844-2인데 한국은 9,661-158입니다.(3월 30일 현재) 정부 여당은 이를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합니다. 일부 외신들의 한국 방역 찬사를 앞세워 정치판은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습니다. 제비 한 마리 보고 여름이 왔다고 떠드는 꼴입니다.

보이지 않는 질병보다 보이지 않는 정치는 더 두렵습니다.
시민정신을 외면한 채, 넘쳐나는 가짜뉴스 속에서, 황당한 공약을 남발하는, 정체도 모를 깜깜이 정당들. 후보 얼굴도 못 보는 비대면 선거로 뽑을 21대 국회는 어떤 모습으로 어떤 행태를 자행할까요? 세금 쏟아붓기로 폭증한 나라 빚, 훌쩍 오른 공시지가가 부를 세금폭탄과 조세저항은 어쩔 건지, ‘사회적 패권 교체’는 무엇을 위한 꿍꿍이인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래는 불안하고 암담하기만 합니다.
BC(Before Corona)는 겪어 봤지만, AD(After Disease)는 앞이 캄캄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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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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