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휴지, 쌀...전세계가 한국에 SOS


3월 수출액, 라면 42%·손 소독제 7배↑

싱가포르 "휴지 수출해 달라"

홍콩은 비싼 한국산 쌀 수입

미국선 햇반, 만두 매출 껑충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생필품·식량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한국은 예외다. 온라인 쇼핑몰·편의점·대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 채널이 포진돼 있고, 물류·배송망도 촘촘하다. ‘사재기가 별 필요 없다’는 학습 효과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반면 미국·유럽뿐 아니라 일본 도쿄에서도 사재기가 극성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사재기 대란 없는 한국’에 휴지·손 소독제·쌀 등을 보내달라는 각 나라의 SOS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생필품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싱가포르의 한 수퍼마켓에서 현지인이 한국 라면 '불닭볶음면'을 구입하고 있다. /EPA




①싱가포르 쇼핑몰 “휴지, 되는대로 수출해 달라”

지난달 23일, 홈플러스 일상용품팀의 화장지 담당 바이어(구매담당자)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Qoo10(큐텐)의 상품기획자였다. 큐텐 측은 “당장 계약을 진행할 수 있는 긴급 사안”이라며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 화장지’를 물량 닿는대로 수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큐텐과 PB 상품 수출 협의를 한 적이 있었던 홈플러스는 “우선 롤티슈와 곽티슈를 보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 단가·물량 협의를 거쳐 계약까지 걸린 시간은 단 3일. 전북 군산에서 생산한 홈플러스 화장지 2000세트를 실은 컨테이너선은 6일 밤 부산항에서 싱가포르를 향해 떠날 예정이다.


홈플러스가 싱가포르에 수출한 자체 생산 롤티슈와 곽티슈. /홈플러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달 18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동 제한·국경 봉쇄 조치를 발표하자 화장지를 비롯한 각종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싱가포르는 주요 식료품의 90%를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한다. 이에 한 슈퍼마켓 체인에서는 화장지·국수·쌀 등 생필품 구매 수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한국 화장지는 큐텐이 싱가포르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그동안 찌개 양념이나 과자 등 수출 품목을 늘려온 홈플러스는 “화장지를 대량 수출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롤티슈(30개입) 1000세트, 곽티슈(6개입) 1000세트는 부피가 커서 15t 화물 트럭 2대를 꽉 채웠다. 홈플러스 경영기획조정팀 이범희 차장은 “큐텐 측 요청으로 화장지 말고도 생수 같은 각종 생필품 수출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화장지 2000여개는 6일 부산항을 통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홈플러스


②‘글로벌 쌀난(亂)’…한국 쌀은 수출 판로 뚫는다

전북 익산에서는 1일부터 ‘새일미’ 품종 쌀을 매달 20t씩 홍콩에 수출하기로 했다. 한국 쌀은 해외에서 중국·동남아 쌀보다 2~3배 가량 가격이 비싸, 품질이 좋아도 수출 판로를 뚫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에서 온라인 구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북도청 농식품산업과 관계자는 “앞서 수출 협상을 해오던 홍콩에 두 달 전 쌀 13t을 시범 수출했는데 금세 완판됐다”며 “일정을 앞당겨 정식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익산 새일미 쌀은 홍콩 온라인 쇼핑몰과 슈퍼마켓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전남 강진에서도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에 ‘새청무’ 품종 쌀을 처음으로 수출했다. 올해 강진에서는 쌀 90t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공공 비축미 수매가 이뤄진 대전 농업기술센터 운동장의 모습(왼쪽). 지난 1일 전북 익산 한성영농조합 관계자들이 홍콩에 수출할 쌀을 옮기고 있다(오른쪽). /신현종 기자·전북도청




해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식량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농산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곡물 비축량을 확대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인도·태국에 이은 세계 3위 쌀 수출국 베트남은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고, 캄보디아도 5일부터 쌀 수출을 멈췄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대 수출국인 인도의 쌀 무역업자들도 최근 신규 수출 계약을 중단한 상태다. 이에 중국·일본에서도 쌀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 쌀 가격 기준인 ‘태국 백미’가 1t 당 560~570달러에 거래되면서, 2013년 4월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쌀 주요 수출국인 태국과 베트남에서 가뭄으로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코로나 사태로 쌀 사재기 및 공급 긴장 상황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쌀난(亂)’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다. 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쌀 관측 4월호’는 당분간 국내 쌀 가격이 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KREI는 “코로나 확산으로 경기가 침체되고, 외식이 줄어들면서 식자재 업체의 쌀 소비량이 감소해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③손 소독제 공급 나선 ‘K뷰티’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손소독제 수출액은 569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배(604.1%) 급증했다. 3월 한 달 수출액이 지난해 전체 수출액(678만달러)의 83.9%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 등 손 소독제를 구할 수 없는 곳에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손 소독제가 쌓여있다. /연합뉴스


해외 수출 시장이 열리자 화장품 기업들도 손 소독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안에 손 소독제 상품을 출시할 방침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한국테크놀로지와 함께 미주 지역에 손 소독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약국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는 영국·필리핀·미국 수출을 앞두고 있고, 현재 러시아·스페인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④‘라면·밥·김치’ 조합에 눈 뜬 세계

미국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에 위치한 CJ제일제당 만두 공장은 지난달부터 주말에도 생산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급증한 미국에서 한국 스타일의 냉동 만두도 ‘사재기’ 대상이 된 것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 미국 대형마트에서 비비고 왕교자 만두, 햇반, 슈완스 냉동 피자 주문량이 평소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K푸드 '3대장' 라면, 즉석밥, 김치. /농심·CJ제일제당·대상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1분기 농식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7억43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3월 한 달 수출액은 6억7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8% 늘었다. 가공 식품 수출액은 14억1500만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라면 27.5%, 쌀 가공식품(대개 ‘즉석밥’) 18.4%, 김치 19%, 인삼 5.9% 등 저장성이 좋거나 건강 식품으로 알려진 품목 수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6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 치솟았다.


지난해 9월 CJ제일제당의 인천 비비고 만두 공장 가동 현장.(자료사진) /주완중 기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식품업체 매출까지 포함하면 K푸드 해외 판매액은 훨씬 커진다. 농심에선 지난달 라면 글로벌 매출(현지 생산 및 수출 판매)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한경진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6/20200406023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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