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건설, 정비사업 수주 전략은


정비사업 수주 셈법 다른 삼성물산·현대건설

삼성물산, 사업 안정성 높고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 가능한 서울 강남권 ‘재건축’만 참여

현대건설, 노후화 및 슬럼화됐지만 흙속의 진주 될 ‘재개발’ 지역 수주···기술력 배가 기대



    건설업계 양대산맥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올해 봄 정비사업 마수걸이 수주를 향한 전략에선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고가 지역이라는 인식이 뿌리박힌 강남권의 내로라하는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수주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현대건설은 낙후되고 슬럼화 이미지가 강한 재개발 지역이지만 준공 후 기술력이 배가 돼 보일법한 흙속의 진주를 찾아다니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업계 선두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정비사업 수주를 두고는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신반포15차(좌)와 범천동 1-1구역(우)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현대건설, 리스크 상쇄할 가치 높은 원석 기대감에 배팅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8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범천 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이 수주한 범천동 일대는 1940년대 부두하역 노무자들을 위해 마련된 사택이 자리잡았던 곳이다. 이후에도 갈수록 낙후됐지만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현재도 철도정비창으로 서면 등 도심으로 가는 길목이 막혀있어 괴리감이 크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5만 원 수준의 작고 낡은 월세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대다수 부산시민에게는 슬럼화된 지역으로 인식된다.

다만 지금은 노후화됐어도 천지개벽의 가능성이 큰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서면과의 단절에 큰 영향을 줬던 철도정비창 이전이 가시화됨에 따라 범천에서 서면까지의 도보 이동이 용이해 질 게 기대돼서다. 상주 근무인원이 많은 문현 국제금융센터까지도 접근성이 좋아져 주거수요가 상당히 늘어날 것이 기대된다. 바로 옆 범천 수질개선과 함께 친수공원 조성도 진행 중이다. 이들 요소에 따른 지가상승도 당연히 수반된다. 때문에 현대건설은 범천 1-1구역 입찰에 참여하면서 서울 강남권 최고급 아파트에 버금가는 부산의 상징적 아파트로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현대건설은 절반이 넘는 조합원의 동의를 얻으며 시공권 확보에 성공했다.

 


범천 1-1구역 재개발 조합은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덕에 건폐율·용적률도 최고한도로 받아낸 상태다. 초고층 빌딩같은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것이다. 정비사업 완료 후 현대건설의 시공 효과는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이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 22일에도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북측 제2구역 재개발 도시환경정비사업 올해 마수걸이 수주를 한 바 있다. 이곳 역시 현재는 경의중앙선 철로 인접으로 시끄럽고 상권 활성화가 안 돼 정돈이 필요한 동네중 하나이지만 용산역 개발 호재 등을 업고 준공 후 가치는 매우 커질 것으로 보인다.

부촌 이미지 강한 반포에서도 1급지만 노리는 삼성물산

같은 시기 시공능력평가 업계 1위인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와 신반포15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에만 시공사 본입찰 의향서를 내며 수주활동에 임하고 있다.

 


반포동은 공동주택 3.3㎡ 가격 기준 전국 최고가 지역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신반포로를 사이에 두고 좌, 우에 자리잡은 아파트들은 특히 더 높은 값의 시세를 형성한다. 신반포15차 전용 150㎡의 경우 준공 38년차임에도 현재 포털사이트 매물정보에 60억 원에 매물이 올라있을 정도다.

게다가 신반포15차는 준공 후 규모도 640여 세대에 그쳐 수익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은 수주를 위한 물밑작업에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사업의 안정성 확보와 함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재개발은 도로, 상하수도, 비상대피시설 등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해 이들 전반을 개선하는 사업의 특성상 복잡하다. 또 사업 추진을 훼방하는 비대위의 활동도 더 많아 시공사 입장에선 리스크가 크다. 반면 재건축은 기반시설이 양호해 노후한 아파트만 새로 지으면 되는 주거환경 개선사업이어서 비교적 수월하다. 게다가 일부 상가의 반대세력을 제외하면 추진 동력도 재개발보다 확보돼 있는 편인데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반포15차는 인근에 아크로리버파크, 래미안퍼스티지, 원베일리 등이 있지않나. 자연스레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게다가 이주 및 철거까지 진행한 상태이기 때문에 시공사 입장에선 더욱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현장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은 기자(nice@sisajournal-e.com) 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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