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안전점검, 산 넘어 산이 되지 않게 [고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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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안전점검, 산 넘어 산이 되지 않게

2020.03.31

978년 10월 홍성에서 진도 5 지진이 생겨 온 국민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 뒤 한동안 잠잠하다가, 2016년 9월 경주에서 진도 5.8,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진도 5.4 지진이 생겼습니다. 지진 때 건물이 기울어지거나 파괴된 상황은 우리나라도 지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1993년 구포역 철도 사고,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사고가 생겼습니다. 이런 사건이 생길 때, 내가 사는 곳, 내가 사는 집은 안전한지 걱정이 앞섭니다.

시설물의 관리자는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때에는 책임을 져야 하겠습니다. 건축물을 소유자나 사용자가 유지 관리하게 맡겨두면 곤란합나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기면 큰 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률에서 안전점검을 받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점검하도록 정한 법은 건축법,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 관련자들은 통상 ‘시특법’이라 부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등이 있고 관련 법으로 건설기술진흥법, 지진ㆍ화산재해대책법(지진대책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등이 있습니다. 이들 법에서 시설물 소유자는 법에서 정한 기간마다 점검하게 합니다. 점검에는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이 있으며, 점검은 대상물의 규모와 용도와 기한에 따라 정해집니다. 점검은 등록한 사업자가 수행할 수 있습니다. 등록요건에 자본금, 기술인력, 검사 장비 보유 등으로 기술문제를 점검할 능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등록해 줍니다. 시설물 관리자는 법에서 정한 주기에 성실하게 점검해야 합니다. 점검이 형식에 그치면 곤란합니다. 조사자는 전문지식을 활용하여 실제로 시설물이 안전한지를 제대로 점검해야 하고, 관리자는 점검 결과에 따라 후속으로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보수하거나 보강하는 등 적절히 조치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아 사고가 생기면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벌칙이 매우 무겁습니다. 민사상 책임은 당연히 뒤따라옵니다.

2018년 1월 밀양 병원 화재 등 크고 작은 화재사고들, 2019년 7월에는 잠원동에서 건축물을 철거하는 중에 건물 잔재가 인도와 차도에 쏟아져 사람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났습니다. 참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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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원동 붕괴 현장

이런 여러 사건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건축물을 생애동안 관리할 필요가 많아졌습니다. 이를 위하여 건축법에 있던 내용을 옮기고 강화하여 ‘건축물 관리법’이 생겼습니다. 이법에는 정기점검, 화재성능보강, 해체공사 허가와 감리 등 중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처음 법을 일부 보강(잠원동 해체 사고가 생긴 뒤 이혜훈 의원이 대표 발의하여 해체공사 허가 대상 건축물 범위를 확대함)하여 오는 5월 1일부터 시행합니다.

현재 시설물안전법과 앞으로 시행될 건축물관리법은 대상물 구분, 조사 내용. 점검 시기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관리자는 각 법에 따라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건축물 관리법 시행령(안)에 따르면 구조 안전 항목은 다른 법에서 안전 점검이나 안전진단을 했을 때에는 생략할 수 있지만 정기점검은 ‘산 넘어 산’이 될 수 있습니다(표 참조). 이렇게 되면 소유자는 이중 부담을 져야 합니다. 예를 들면, 사용승인을 받은 지 16년 지난 연면적 4,000제곱미터인 아파트는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해마다 2회 이상 정기안전점검을 받아야 하고,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3년마다 정기점검을 또 받아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건물 소유주는 긴장해야겠습니다.

시설물안전법은 주로 다리, 터널, 항만, 철도 등 기간 시설물을 관리하는 것이고, 새로 만드는 ‘건축물 관리법’은 건축물을 관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시설물안전법에서 적용 대상에 건축물을 넣은 것을 빼어 건축물관리법에서 한꺼번에 규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자가 2개 법을 찾아가면서 규정을 확인하는 것도 어렵고, 엇비슷한 항목을 되풀이해야 할 불합리함도 있습니다. ‘건축물’을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은 ‘건축물 관리법’에서 정한 내용대로 점검함으로서 실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고, 다른 법을 놓쳐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도 없애고, 중복하여 점검할 필요가 없어지니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규제는 되도록 없는 게 좋지만, 사회 안전에 꼭 필요한 규제는 규제를 받는 쪽이 덜 불편하게 그들 처지에서규정해야겠습니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 될 것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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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고영회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고(1977), 서울대 건축학과(1981)와 박사과정을 수료(2003)했으며, 변리사와 기술사 자격(건축시공, 건축기계설비)가 있습니다.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과실연 공동대표,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과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입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와 ㈜성건엔지니어링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ymail@patinf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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