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단 한 사람 때문에 못 바꾸는 탈원전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선언일은 2017년 6월 19일이었다. 대통령 탄핵의 비정상 상황에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취임 41일 만에 국가 에너지 정책의 혁명적 변경을 발표했다. 전문적 식견의 보좌도 받지 않았다. 그날 대통령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 방사능 사망자나 암 환자 수는 파악조차 불가능하다"고 했다. 모두 근거 없는 숫자였다. 원전 사고로 숨진 것으로 확인된 사람은 현재 없다.


어느 의대 미생물학 교수가 강연에서 "문재인 캠프에서 제안했는데 그대로 정부 정책이 됐다"고 자랑했다. 원전 재난 영화인 '판도라' 총괄 자문을 맡았던 사람이다. 문 대통령은 2016년 12월 그 영화를 본 후 "머리맡에 폭탄 하나 매달아놓고 사는 것과 같다. 판도라 상자 자체를 치워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2018년 11월 체코 총리와 회담하면서는 "한국은 원전 24기를 운영 중인데 40년간 사고가 없었다"고 자랑했다. 같은 사람이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


장관, 청와대 참모, 한전 사장, 한수원 사장 등은 대통령이 하라는 대로 하는 로봇이다. 그렇다 보니 한수원의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왜곡' 같은 일이 벌어진다. 전체 원전 평균 이용률이 89%인데 월성 1호기만 60%를 적용해 계산했다. 그래도 결과가 생각과 다르자 왜곡된 설명 자료를 이사회에 제출해 영구 폐쇄 결정을 유도했다. 지난해 1조3000억원 적자를 낸 한전은 대학 구조 조정이 절박한 때에 대통령 공약이라며 1조6000억원짜리 한전 공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짓고 있는 보그틀 원전 원자로는 두산중공업이 납품했다. 미국은 원자력 아버지 국가다. 그런데도 1979년 스리마일 사고 이후 정치권이 원전 산업 생태계를 무너뜨려 원자로를 못 만든다. 미국에 납품할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두산중공업이 경영 악화로 국책은행 긴급 자금 1조원을 대출받게 됐다. 탈원전이 금메달급 국가 대표 원전 기업을 못쓰게 만들었다.


우리 석유 비축량은 모조리 합쳐 250일분 정도다. 석유는 공급이 불안한 에너지다. 1GW 발전소 가동에 석탄은 연 220만t 필요하지만 우라늄은 22t이면 된다. 우라늄 연료는 한 번 장전하면 1년 반을 쓴다. 긴급 상황에선 비행기로 공수해 올 수도 있다. 환경성, 경제성, 안보 가치를 다 따져봐도 탈원전은 크게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잘못된 걸 다 아는데도 고칠 수가 없다. 대통령 한 사람 때문이다. '대통령 무책임제'의 폐해다.

조선일보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28/202003280001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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