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부동산] 아파트 거래 10분의 1토막 ㅣ 잠실 실거래가 '뚝'…"하락 신호탄?"


아파트 거래 10분의 1토막, 부동산 '잔인한 3월'


봄 성수기지만 집 보는 것 꺼려해… 매매·전월세 거래 거의 올스톱


재건축 조합 내달까지 분양해야… 상한제 피하는데 총회 못해 발동동

지자체들 "상한제 연기해야"


    서울 성동구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까지 단 한 건도 중개하지 못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라앉은 시장에 우한 코로나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긴 탓이다. 박씨는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이사 계획을 미루거나, 감염 우려 때문에 집을 외부인에게 보여주길 꺼리는 사람도 늘어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다"며 "2월 초만 해도 전·월세 계약이라도 간간이 있어 사무실 운영비는 벌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올스톱' 위기에 처했다. 보통 2~3월은 신학기 이사 수요가 많아 부동산 중개업소의 성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집을 팔려는 사람도, 사려는 사람도 코로나가 잠잠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4월 말까지 분양을 해야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데, 주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조합원 총회도 코로나 확산 우려로 못 열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정부에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반응만 내놓고 있다.




아파트 거래 급감, 중개사 교육도 중단


전국 아파트 매매량은 작년 12월 6만7957건에서 지난달 5만972건으로 25% 줄었다. 이달 들어선 참혹한 수준이다. 1일부터 9일까지 거래량은 5668건에 불과하다. 아직 3월이 3분의 1밖에 안 지났고, 신고 기간(계약 후 60일)이 많이 남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적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2월 9598건이었는데 이달 들어 9일까지는 281건에 그치고 있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따지면 309건에서 31건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격감했다. 같은 기간 전·월세 거래 역시 9598건에서 1120건으로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18년 '9·13 부동산 대책' 후 한 차례 급감했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회복되는 중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12·16 대책'을 발표하고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 데다, 우한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다시 얼어붙었다.


중개업소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강남권에서는 문을 닫은 중개업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송파구 B공인 관계자는 "15억원 넘는 아파트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 문의는 사실상 끊겼다"며 "말동무 찾아 놀러 오던 동네 어르신들도 코로나 사태가 악화된 후엔 안 오신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소 신규 개업도 기한 없이 연기되고 있다. 개업을 하려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로부터 하루 8시간씩 4일(총 32시간)간 의무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달 중순부터 이번 주까지 3주째 교육이 중단됐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입국을 미루면서 대학가 원룸 주인들은 임차인을 찾지 못해 임대료를 내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대학가 원룸 임대료는 전월 대비 2~9% 떨어졌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도 진퇴양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도 우한 코로나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면 다음 달 28일까지 분양 공고를 내야 하는데, 분양가 결정 등 주요 의사 결정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조합원 총회를 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총회가 효력을 가지려면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 출석이 요건인데 강동구 둔촌주공,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는 조합원 수가 5000명이 넘는다. 총회를 열면 1000명 이상이 모일 수밖에 없으니 코로나 확산을 우려한 정부와 서울시는 정비사업 관련 총회를 연기·취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조합 입장에선 이달 말까지 총회를 못 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게 돼 무작정 미룰 수도 없다. 조합들은 분양가 상한제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강남구, 은평구, 동작구 등 일부 지자체도 국토부에 분양가 상한제 유예를 요청했고, 다른 구청들도 동참을 검토 중이다. 분양가 상한제 유예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입장에도 약간의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진 분양가 상한제를 연기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총회를 연기해야 하는 사업장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재건축·재개발 조합 모임인 미래도시시민연대의 권구철 조합경영지원단장은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수 있는 퇴로는 열어주지 않고 있다"며 "좀 더 현실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조선일보 




잠실 실거래가 '뚝'…"하락 신호탄인가, 급매물 때문인가"


대출 규제·자금출처 조사 부담에 매수 실종

전문가들 '대세 하락'에는 동의 못해

"일부 고가매물 한정" 의견도


    강남3구 중 대표적인 주거지인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부동산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 잠실 아파트 시장에서 호가가 2억~3억원씩 빠진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 일각에선 "이제 하락기가 시작된 것 같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거래는 급매물 중심으로만 이뤄질 뿐, 전체적인 거래량이 크게 늘지는 않아서다.


엘리트 매맷값 2억원 '털썩'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잠실 3인방으로 불리는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아파트의 매맷값이 떨어지고 있다. 이 세 단지는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4㎡형이 19억원대 중반~20억원 선에 거래됐다. 그러다가 수억원씩 떨어진 매물이 나오면서 최근 18억원 초중반선에 팔리고 있다.


최근 잠실 아파트시장에서 호가가 2~3억원씩 빠진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 입주한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 /한경DB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84㎡ 매물은 지난달 말 18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이 매물이 거래된 뒤 현재 호가가 가장 낮은 매물이 17억원대 초반에서 형성된 상태다. 트리지움 84㎡는 지난달 말 18억1000만원까지 밀렸다.


잠실 E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이 막히고 자금출처 조사에 대한 부담도 커지니 선뜻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며 “조급한 일부 집주인들이 급매를 던지면서 가격이 내려갔다”고 전했다.


"아직 하락장 아니다"


매물들의 가격은 내려갔지만, 시장 자체는 뜸한 상태다. 정부가 강도높은 부동산 시장 옥죄기에 들어가면서 매수자도 매도자도 눈치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이제 집값 급등세가 끝나고 하락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잠실 등 초고가 주택이 많은 강남권 아파트들의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는 해석이다.


당분간 집값이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아파트 급등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며 “주택 매수세가 약화되면서 한동안 관망하던 매도인들도 호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집값이 침체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러나 “아직은 하락장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잠실 주택시장에 가격이 떨어진 단지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은 맞지만 일부 고가 매물에 국한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 규제가 고가 아파트에 집중돼 있으니 주택 가격이 비교적 높은 편인 잠실 일대 단지들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다”면서도 “이는 초고가 단지에서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 추세 하락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현재 각종 규제 탓에 거래량 자체가 줄어 일부 급매에 따른 현상으로 가격 변동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중에 유동성은 늘었지만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고, 잠실 일대 입주량이 많지 않을 것 등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급매물 1~2건이 불러온 착시효과"


공인중개사들도 최근의 집값 하락은 '일반적인 하락세'와는 다른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약세장의 징후인 단계적 가격 하락이 아니라는 얘기다.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급매물 1~2건이 시세를 끌어내리는 것일 뿐이라는 것. 실거래가 추이가 전체 시장을 반영하는 것처럼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게 우세한 의견이다.


잠실동 P공인 대표는 “집값이 떨어진다고 보려면 과거 10억원에 팔리던 아파트가 다음 거래에서 9억5000만원에 팔리면 또 다음 매도자가 9억원에 매물을 내놓는 식으로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은 호가가 일정 구간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파크리오 전용 84㎡의 경우, 작년 11월 19억1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18억4000만원, 17억9500만원 등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달 다시 18억3000만원으로 실거래가가 뛰었다. 현재 호가는 17억원대 후반선~19억원 사이에서 멈춘 상태다.




인근 L중개업소 관계자는 “작년 초에도 가격이 잠깐 빠졌다가 시간이 지나니 가격이 올랐지 않느냐면서 '결국 집값은 상승한다'고 얘기들을 한다”며 “매도가 급한 일부 집주인 외엔 호가를 낮추기 보단 버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거래량이 적고 급매와 정상 거래가 뒤섞여 있다보니 통계도 잠실 부동산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중이다. 한국감정원의 통계와 민간 조사기관의 통계는 잠실 집값 추이를 정반대로 판단했다. 지난주 감정원 조사에서 송파구 아파트 가격 변동율은 –0.06%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를 보인 반면, KB국민은행 조사에선 0.17%로 ‘플러스’를 나타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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