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스트레스’ 자가 진단법


‘감염병 스트레스’ 이렇게 극복하세요


코로나19 심리상담 지원

#프리랜서 김 모(47·남) 씨는 아침에 눈뜨면 확진자 수부터 확인한다. 총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생긴 습관이다. 사는 동네가 확진자의 이동경로에 해당하는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총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부터는 생필품을 사들였다. 최근 일주일 동안 몇 차례에 걸쳐 몇 달은 버틸 식량을 확보했다. “전쟁 난 것처럼 무섭다. 너무 불안해서 생필품과 의약품 등을 미리 사뒀다”고 말했다.


#직장인 도 모(45·여) 씨는 평소 서울 동대문에서 지하철을 타고 문래동으로 출근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되면서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탄다. “사람들이 빼곡히 들어찬 지하철에 타는 게 겁난다. 택시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고 창문도 연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도 식당에서 안 먹고 집에서 싸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식당은 불특정 다수와 만날 수밖에 없다.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외국인 기업에 다니는 장 모(38·여) 씨는 며칠째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 회사에서는 이미 재택근무 방침을 전달받았고, 식료품 등 필요한 건 모두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은 줄었는데, 왠지 우울하고 처지는 기분”이라며 답답함과 함께 무력감을 토로했다.




#대학교 졸업반인 김 모(25·남) 씨는 개강은 연기됐지만 취업 준비로 외부 활동이 많아 근심 걱정이 가득하다. 며칠 전부터는 소화불량에 불면증까지 생겼다. “취업에 감염 걱정까지 생각이 많다. 얼마 전부터 속도 메슥거리고 잠도 설친다”고 털어놨다.


감염 공포와 불안감 호소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불안, 불면, 공포감 등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자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태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람들의 마음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그러면서 감염자와 접촉자들은 입원 치료나 격리 과정에서 감염병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감염병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일반 국민도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심리 상태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어느 정도 불안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는 분석이다. 의학계와 관련 학계에 따르면 국가적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 사람들은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거나 수면장애를 겪는다. 또 의심이 많아져 사람들을 경계하고, 무기력해지는 등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두통이나 소화불량, 어지럼증, 두근거림 등 신체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감염병 정보를 검색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지나치게 타인을 경계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외부 활동을 멈추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모두 ‘감염병 스트레스’의 보편적 증상이라는 얘기다.





24시간 응급 심리상담 지원

하지만 심리적 부담이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정도라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에 상담해보는 것도 좋다. 과거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배운 만큼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국민을 위해 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센터 등과 함께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1월 29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은 확진자와 가족, 경리 경험자 등의 심리적 안정과 일상생활 복귀를 돕고 감염병에 대한 국민의 과도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예방하기 위한 심리 지원뿐 아니라 관련 정보도 제공하는 서비스다. 2월 14일 기준으로 심리상담 누적 건수는 총 3594건이다(임시 생활시설 318건, 확진자·격리자 279건, 일반인 2997건). 이후엔 따로 상담 건수를 집계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만큼 현시점에서 심리 지원은 더 많이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심민영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장(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은 “감염병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각자가 지나치게 불안해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는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적극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감염 확진자와 가족에 대해서는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영남권 트라우마센터, 나주·춘천·공주 국립정신의료기관에서 권역별로 유선전화나 대면 상담을 하고 정신건강 평가 등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해 치료를 연계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핫라인(02-2204-0001)을 통해 24시간 응급 심리상담도 지원한다.


자가 또는 시설 격리자에 대해서는 보건소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상담과 심리 지원을 실시한다. 격리자 또는 불안을 느끼는 국민은 누구나 정신건강복지센터 핫라인(1577-0199)을 이용하면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다.


‘감염병 스트레스’ 자가 진단 해볼까

자신의 불안 수준을 알고 싶은 경우에는 국가트라우마센터 누리집(https://nct.go.kr)을 통해 자가 진단도 할 수 있다. Δ두통, 소화불량, 어지럼, 두근거림이 있거나 Δ잠을 못 자거나 Δ불안하고 쉽게 놀라거나 Δ화가 나고 짜증이 많아졌거나 Δ원치 않는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Δ잘 기억하지 못하고 집중하기 어렵거나 Δ멍하고 혼란스럽거나 Δ눈물이 나고 아무것도 하기 싫거나 Δ기운이 없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반응이 계속된다면 주저 말고 도움을 청할 것을 국가트라우마센터는 권고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때를 놓치지 않고 적절히 대처하면 좀 더 쉽게 이겨낼 수 있다.




‘마음의 방역’이 필요… 가짜 정보에 현혹 금물

적당한 불안감은 신종 감염병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문제다. 불안, 짜증, 분노 등의 나쁜 감정이 심해질 위험이 높다. 옛말에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제가 없다. 질병 방역만큼 심리 방역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심리 면역을 높일 방법은 뭘까.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은 ‘소통’을 제일 크게 강조했다. 혼자 견디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스트레스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 또 인터넷·메신저 등을 통해 퍼지는 ‘가짜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올바른 판단을 흐려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철저한 대비는 중요하지만,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우울감을 더한다.


더불어 즐거운 활동을 찾아보면서 낙인이나 부정적 인식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질 것도 당부했다. 심민영 단장은 “되도록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시작하고,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것은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 감염병 자체와 싸움 못지않게 이제는 감염병으로 인한 공동체와 시민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나갈지 고민해야 할 때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공포를 함께 극복하는 마음의 방역이 필요한 이유다.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교수에 따르면, 감염성 질환은 공포와 분노라는 2단계 심리 전염 과정을 거친다. 김 교수는 “감염병은 공포와 함께 분노를 자아내는 방식으로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서 “바이러스는 때로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증상을 악화시키지만 마음을 크게 다치게 해 사회적 분열이나 혼란을 낳기도 하는 만큼 생명도 지키고 마음도 지키는 면역을 모두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리 방역 위한 7가지 ‘마음의 백신’

다음은 김 교수가 정리한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일곱 가지다.

격려 백신 나를 격려하기. 나에게 일어나는 정상 스트레스 반응을 잘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그리고 자신을 격려한다.




긍정 백신 좋은 일 하기.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거나 혼자 지낼 누군가에게 전화해주는 등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가 극복되도록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실천한다.


실천 백신 수칙을 솔선수범해 실천하기. 철저한 개인위생 등 모두가 지키기로 한 수칙을 성실히 지키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행동을 실천한다.





지식 백신 제대로 알기. 가짜 정보에 속지 말고 믿을 만한 정보를 듣고 인식한다.

희망 백신 끝이 온다는 것을 알기. 대부분의 감염은 주기가 있고, 지역사회 감염 단계를 지나 종식기가 올 것임을 분명히 인식한다.


정보 백신 도움받는 법 알아두기. 보건소, 선별진료소, 연락할 곳을 구체적으로 알아두고 필요하면 전화 통화로 확인해놓는다.

균형 백신 이성의 균형 유지하기.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으면 혼란이 온다. 감정과 사고의 균형, 몸과 마음의 균형, 가정과 일의 균형, 걱정과 안심의 균형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평화롭게 진행되던 집 밖의 일상이 다 멈춰 선 느낌이다. 정작 무서운 건 바이러스가 아닌 듯싶다.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공포와 혐오가 더 두렵다. 감염병을 둘러싼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해소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마음의 방역이 절실한 때다

심은하 기자 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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