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인천공항에 선 줄


[만물상]텅 빈 인천공항에 선 줄


    지난 1일 네덜란드의 한국인 유학생이 동유럽 국가 조지아에 갔다가 공항에서 강제 추방당했다. 공항 직원은 한국 여권 소지자라는 이유로 체온을 잰 뒤 추방 결정을 내렸다. 이 유학생은 "이탈리아·폴란드·에스토니아 중 한 곳을 '추방 희망국'으로 골라야 했고 추방에 필요한 항공권도 내 돈으로 샀다"고 했다. 조지아가 한국인 입국 제한을 공식 발표한 것은 그로부터 5일 뒤였다.


이달 중순 봄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오려던 미국·캐나다 유학생들은 다들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때' 입국을 제한할 방침을 시사했고, 미국 길이 막히면 캐나다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엔 베트남으로 가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 40분 만에 인천으로 회항하기도 했다. 그날부터 한국인 무비자 입국을 불허키로 한 베트남 정부가 "오지 말라"고 한 것이다. 현재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는 100개국이 넘었다.


한국인 입국제한 103곳으로 

日 사실상 전면 입국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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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컨설팅 회사 헨리앤드파트너스는 지난 2006년부터 '헨리 여권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각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나라 수를 헤아려 순위를 매긴다. 한국은 2011년 처음 10위권에 든 이후 계속 순위가 올라, 지난 1월만 해도 독일과 함께 공동 3위였다. 그때까지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는 189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었다. 일본과 싱가포르 여권이 그보다 한두 국가 많았다. 과거 한국 여권은 암시장에서도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한국 여권은 이름 모를 아프리카 섬나라에서도 문전박대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GDP에서 무역 비율이 70%에 달하는 한국은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망하는 나라다. 그런데 10대 수출국 가운데 미국을 뺀 9개 국가가 한국발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3위 교역국인 일본 입국도 사실상 막혀버렸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생산 절반을 맡고 있는 베트남 공장에 출장 갈 수도 없다. 해외 매출 비율이 98%에 달하는 SK하이닉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인들은 세계 곳곳에서 "중국으로 돌아가라"는 엉뚱한 모욕을 당하곤 했다. 이제 다른 동양인들이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손가락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인천공항 등 국제 공항이 텅 비었다고 한다. 사진으로 보니 충격적이다. 그런데 줄도 서 있다. 빨리 일본 미국으로 가려는 한국인들과 한국을 탈출하려는 불법 체류자들이 만든 줄이다. 한 번도 경험 못 한 일들을 이제 그만 경험했으면 한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9/20200309000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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