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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지역구 공천 문제 있다

2020.03.05

미래통합당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2월 11일 전 영국 런던주재 북한대사관의 공사로 재직하다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공사를 영입하면서 그를 21대 총선의 지역구 후보로 전략 공천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지역구는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서울 강남 갑구로 정해졌다.

미래통합당이 태 공사를 국회에 보내려고 하는 것은 4만 명을 넘는 탈북민에 대한 배려차원에서는 물론 올바른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 그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견 타당한 선택이라고 본다.

그는 자신의 출마가 북한 지도부와 해외주재 외교관 및 근로자들에게 한국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과정을 학습하는 생생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또 총선일이 북한에서 태양절로 기념하는 죽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이라며, 그날 한국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북한에 민주주의가 무엇인가를 알리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모두 가상한 일이다.

문제는 지역구 출마로 인한 그의 신상정보 및 동선의 노출과 그것이 초래할지 모르는 신변안전의 위험이다. 태 공사는 그동안 신원 노출을 피하려고 주민등록부에는 본명이 아닌 태구민(太救民)이란 가명으로 올렸는데, 주민등록상의 이름으로 후보등록을 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에 따라 가명으로 선거에 나서게 된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지역구 출마는 지역민들과의 밀착이 필수적이다. 사람과 장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유권자들과 접촉해야 한다. 그를 영원히 침묵시키고자 하는 세력이 있다면 이런 기회는 음험한 유혹이 될 수도 있다.

그의 망명이 북한 김정은 체제에 얼마나 심대한 타격이 되었을까는 그가 강연과 저술 등을 통해 폭로한 북한 체제의 실상으로 충분히 미루어 짐작되는 일이다. 드물게 가족 모두와 함께 해외 주재를 허용했을 만큼 그의 충성심을 믿었던 김정은이 가족을 데리고 탈북한 그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을지도 짐작되는 일이다.

북한이 그동안 남한 상대로 저지른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테러를 통해 보여준 것은 보복의 집요함과 잔인함과 무모함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일성 김정일 집권시절에 저지른 1·21사태와 아웅산 사태를 비롯, 대한항공 858기 폭파와 천안함 폭침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같이 국가를 상대로 한 테러 외에 개인에 대한 테러의 사례도 흔했다. 가장 가까이로는 2017년 김정은 치하에서 저지른 그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이다. 외국의 공항에까지 테러조직을 보내 범행을 자행했다. 1997년에는 한국으로 망명한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이 북한이 남파한 3인조 테러범에 의해 경기도 성남 분당의 아파트 앞에서 권총으로 암살됐다.

노동당비서로 김정일의 개인교사를 지내다 한국으로 망명한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한 암살 기도가 수차례 적발되기도 했다. 황 씨는 당국의 경호와 대중 노출을 최소화하는 은둔생활을 했으므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태 공사의 지역구 출마는 그를 사지로 내모는 위험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이 작년 하반기 이후 그의 휴대폰을 해킹해왔다는 것도 심상치 않은 일이고, 미래통합당에 입당한 탈북민들을 공격하면서도 태 공사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가 선거활동 중에 테러를 당한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도 불행임은 물론 남북관계의 악화와 4·15 선거 결과를 왜곡시킬 우려도 크다. 그래서 당국도 그가 총선 후보로 나올 경우 보다 철저한 경호를 다짐하고 있기는 하다.

과거와는 달라진 남북 북미 대화 기조 아래에서 북한이 그런 무모한 테러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그러나 2년여의 대화를 통해서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면 그런 낙관론이 오히려 무모한 것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일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서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더니 3일에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저능자'라고 조롱하는 담화를 냈다.

북한은 그동안의 모든 대남 테러에서 범행을 시인한 적이 없다. 모두 남한이 꾸며낸 자작극이라고 했다. 지금 한국 내에는 '태영호 체포조' 등 종북단체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남한의 자작극으로 뒤집어씌울 토양이 과거 어느 때보다 충분히 마련돼 있다.

태 공사 개인적 소망을 명분 삼아 그를 지역구 후보로 공천한 미래통합당의 결정에 필자가 찬동하지 않는 이유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도가 추악한 모습으로 변질되기는 했지만, 본래의 취지는 직능별 전문성을 살린다는 것이고, 태 공사는 거기에 최적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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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임종건

한국일보와 자매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의 여러 부에서 기자와 부장을 거친 뒤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 및 사장을 끝으로 퇴임했으며 현재는 일요신문 일요칼럼, 논객닷컴 등의 고정필진으로 활동 중입니다.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및 감사를 역임했습니다. 필명인 드라이펜(DRY PEN)처럼 사실에 바탕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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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ngi, conpaper E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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