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공동도급) 불가’...건설사 아킬레스건 된 정비사업 입찰공고


정비사업서 '찬밥'된 컨소시엄 시공… 건설사들 '공동 수주 허용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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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 "상품성 떨어진다" 공동시공 거부… 건설업계 "과열 경쟁 원인"


    #.“컨소시엄은 절대 허용하면 안 된다. 명품 아파트 단지 조성을 위해서는 단독 시공사 선정밖에 없다.”(한남뉴타운 3구역 재개발 조합원 A씨)

시공사 선정 재입찰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이 최근 입찰 공고에 ‘컨소시엄(공동도급) 불가’ 조항을 명시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탓에 재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하우징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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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단일 브랜드 유치로 ‘상품성’을 확보, 제대로 ‘값’을 받겠다는 속내도 작용했다. 컨소시엄 아파트가 단일 브랜드 단지에 비해 시세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하자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도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이에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의 시공사 컨소시엄 기피 현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컨소시엄에 대한 ‘무조건’ 불가는 오히려 입찰 건설사를 제한하고, 과열 수주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수도권에서 재건축ㆍ재개발 시공사 선정을 마친 정비사업장은 총 171곳으로 이 중 컨소시엄 시공 사업지는 40곳(23%)에 불과했다. 그나마 재개발 구역의 경우 84곳 중 33곳(35%)이 컨소시엄으로 시공자를 선정했으나,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44곳 중 컨소시엄(공동 시공) 단지는 7곳(15%)에 그쳤다.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마친 단지들뿐 아니라 현재 시공사 선정에 나서고 있는 단지에서도 컨소시엄은 ‘찬밥’ 신세다. 한남3구역처럼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입찰공고에 아예 못 박지 않더라도 조합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단독 수주 입찰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갈현1구역 조합원들은 조합이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입찰공고에 넣지 않자 반발하고 나섰고, 결국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로 이어졌다.

그간 비교적 컨소시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던 지방에서도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입찰 조건에 명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 범천1-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조합이 컨소시엄 금지 조항을 내걸었다.

이처럼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들이 컨소시엄 시공을 기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독입찰의 경우 특화설계를 내세워 브랜드별 강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시공사가 함께 짓는 컨소시엄의 경우 특성상 특화설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 시공사들 간 의견 조율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과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컨소시엄을 기피하는 이유다.

실제 정비사업 후 매매시장에서도 단독 시공 아파트가 상승폭에서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공동 시공 단지) 전용면적 112㎡형은 입주(2018년) 당시 26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 30억 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그러나 인근 ‘래미안 퍼스티지’(단독 시공 단지) 전용 115㎡형은 같은 기간 31억 원에서 37억 원으로 6억 원 이상 올랐다. 단독 시공 단지가 집값도 비쌀 뿐더러 시세 차익도 더 크다.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의 컨소시엄 기피 움직임에 건설사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달 18일 개최한 ‘서울시 건설사업 추진 간담회’에서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장에서의 수주 과열 경쟁의 원인 중 하나로 조합의 단독 입찰 강요를 지목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컨소시엄 불가가 위법이라는 별도 규정은 없다며 조합의 컨소시엄 불가 입장에 대해 문제 삼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은 “컨소시엄 불가 조항을 명시하는 것은 분명 조합의 권한이지만 정비 물량이 극심하게 부족한 상황에서 조합의 요구만을 내세워 단독 입찰을 요구하는 것은 과열 경쟁을 불러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견건설사 관계자도 “조합들은 컨소시엄 허용이 경쟁 입찰을 막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컨소시엄 불가는 중소형 건설사들의 참여 기회 자체를 박탈할 수 있다”며 “건설사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선영 기자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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