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아는가...마스크 생산 못 늘리는 이유를


정부 이제야 알았나, 마스크 생산 못 늘리는 3개의 벽

① 필터 부족 - 중국서 수입 막혀… 설비 설치하는데 최소 4개월
② 수입 한계 - 전세계 마스크 절반 생산하는 중국이 수출 차단
③ 정부 惡手 - 강제납품 요구했다가 공장 생산량 300만장 줄어



     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우체국엔 경찰차 두 대가 출동했다. 이날 이곳에서 파는 85명분 마스크를 얻기 위해 줄을 선 주민들 사이에서 붙은 싸움을 말리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줄을 섰다는 박모(여·64)씨는 "우체국 문을 열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은 가운데 어느 주민이 번호표를 85번까지 자체 제작해 나눠줬는데, 이후 도착한 주민들이 '번호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해 시비가 붙은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등 이른바 '공적(公的) 판매처'에 보건용 마스크 총 576만장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약속한 하루 '500만장'을 15% 웃도는 수치였다. 그런데도 전국 판매처에선 마스크가 판매 시작과 동시에 동나다시피 했고, 허탕 친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판매처마다 수백 명 대기 행렬이 생겼지만, 각 판매처 마스크 보유량이 그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여전히 긴 줄 - 코레일유통이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마스크를 판매하겠다고 밝힌 3일 오후 2시 광주 북구 광주역에 마스크를 구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마스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코레일유통은 이날 광주역 1만장, 서울역 2만장, 대전역 1만5000장의 마스크를 장당 1000원에 판매했다. /김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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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국 우체국(읍·면 소재)에는 매일 425장이 들어가는데, 1인당 5장씩 85명이 사고 나면 끝이다. 약국은 1곳당 50장씩 받는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매장별 보유량이 들쭉날쭉이다. 농협 관계자는 "물량이 부족해 규모가 큰 매장에 주로 보내는데 이마저 공급량이 균일하지 못하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이날 '마스크 부족'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국내 생산량이 한 달 3억장 정도"라며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2800만명이 하루에 한 장씩 쓴다"고 했다. 사실상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속하고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불편을 끼치는 점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스스로가 지난 26일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 능력이 있다"며 '매점매석'을 원흉으로 지목한 지 6일 만이다. 업계에서도 마스크 부족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본다. 김 실장은 '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를 거론했지만, 실제로는 어린이와 청소년도 마스크를 쓴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서 마스크 증산이 그렇게 어려운가'라는 의문이 나온다. 문제는 보건용 마스크 필수 원자재인 'MB(Melt Blown)필터' 공급 부족이다. MB필터는 정전기를 이용해 먼지나 세균 등을 걸러내는 기능을 한다.

마스크 제조 업체 대표이사 A씨는 "국산 마스크 70%는 국산 필터를, 30%는 중국산 필터를 쓴다"며 "중국이 필터 수출을 중단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했다. 필터 국내 생산량을 급격히 늘리기도 어렵다.

필터 생산 업체 B사 관계자는 "필터 생산 설비 1대 가격은 40억원이고, 설치에만 최소 4개월이 걸린다"며 "그사이 마스크 대란이 끝나면 애물단지가 될 게 뻔한 설비를 민간 업체가 새로 들여놓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수입 확대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글로벌 최대 마스크 생산국은 중국, 그다음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에 따르면, 전 세계의 마스크 하루 평균 생산량은 약 4000만장. 이 가운데 중국이 2000만장을, 한국이 1000만장을 생산한다. 나머지가 일본·멕시코 등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지난 1월 이후 의료·보건용품과 그 원자재 수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다.



이른바 '마스크 긴급조치'(26일 시행)를 통한 정부의 섣부른 개입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미 국내 대기업 등과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생산량 50% 강제 정부 납품' 조항은 공장들의 생산 의지를 꺾었다. '10% 이상 수출 금지' 조항은 중국 측으로부터 필터를 공급받는 대신 생산량 절반을 넘기기로 한 공장들 문을 닫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최대 1300만장을 넘던 국내 마스크 하루 생산량은 최근 1000만장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정부·여당은 이날부터 국민을 상대로 '마스크 아껴 쓰기'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효율적인 마스크 사용 방법으로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노력도 병행해달라"고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저도 마스크 두 개를 갖고 일주일을 사용한다"고 했다.
윤수정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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