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오늘은 마스크 없다고요?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식구는 6명, 정부는 5장만"… 뿔난 시민들 '마스크 30장' 코스트코 찾았지만 '빈손'

‘마스크 대란'…새벽 3시 코스트코 찾은 시민들
정부는 5장, 코스트코는 30장 제한… 6배 차이
"식구 많은데, 정부 공급으로는 하루치도 안돼"
‘마스크 성지’ 입소문에, 결국 재고 바닥

"오늘은 마스크 없다고요?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


 

    수은주가 영하 1도로 떨어진 3일 새벽 1시, 경기도 광명 코스트코 매장 입구 앞에는 시민 20여 명이 모여있었다. 영업 시작까지 7시간이 남았지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러 나온 것이다. 하지만 모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매장 입구 유리문에 ‘내일은 마스크가 입점되지 않습니다. 이후 입점(판매) 일정은 미정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여기 아니면 귀한 마스크를 어디서 구하겠느냐"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여기가 마지막 희망이었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노인도 있었다.

3일 오전 1시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의 코스트코코리아 광명점 입구 앞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서로 "마스크 오늘 진짜 안 팔아요?"라며 재차 물었다. /이소연 기자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마스크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이른바 ‘마스크 대란’이다. 정부에서 농협 하나로마트와 우체국, 약국 등을 통해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했지만 구매 수량을 1인당 5장로 제한했다. 그러자 마스크를 최대 30장까지 구입할 수 있는 코스트코로 사람들이 몰렸다.

’마스크 성지’ 코스트코마저…전국 곳곳서 ‘마스크 품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매일 새벽 코스트코 앞에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로 수백미터에 이르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새벽 3시 대기 인원만 200명이 넘은 날도 있었다. 맘카페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마스크를 대량으로 싸게 살 수 ‘마스크 성지’로 불렸다.

하지만 이날 상황이 달라졌다. 코스트코 마저 재고가 떨어지면서, 이날 마스크 판매를 멈췄기 때문이다. 코스트코 측은 이후 입고 계획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른 새벽부터 번호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은 "마지막 보급지가 무너졌다"며 울분을 토했다.

3일 오전 2시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의 코스트코코리아 광명점 입구 유리문에 부착된 안내문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왔던 시민 강모(48)씨가 '날짜를 정확히 기재해주세요'라고 펜으로 글을 남겼다. 강씨는 "이렇게 하면 고객들은 내일이 3일인지 4일인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코스트코 관계자는 "현재 수급 부족으로 마스크가 입고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언제 들어올지도 미지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도 물량이 생기면 상황이 안 좋은 대구로 먼저 보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새벽시간 코스트코를 찾은 시민들은 마스크 판매가 없다는 소식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1시쯤 코스트코를 찾은 회사원 조유리(31)씨는 이미 밤샐 각오를 한 듯, 가방에 핫팩과 주머니용 손난로, 담요까지 준비해오기도 했다.

"정부가 마스크를 공급하겠다고 했는데, 우체국이나 약국에 가면 5장 밖에 살 수 없어요. 줄서는 고생은 똑같은데, 손에 들어오는 마스크 장수는 6배 차이가 나니까, 코스트코로 몰릴 수 밖에 없어요. 식구가 많은 가족들은 정부 공급에만 의존 하기 어렵습니다." 조씨는 긴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

3일 오전 1시 30분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의 코스트코코리아 광명점에 마스크를 구매하러 온 회사원 조유리(31)씨는 추위 속에서 밤을 새우기 위해 챙겨온 담요, 방석, 핫팩을 꺼내 보였다. 조씨는 "사람이 정말 많고 춥다고 들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새벽 3시 코스트코를 찾은 장모(56)씨는 "3주전부터 마스크를 구하려고 했지만 도통 구할 수가 없었다"며 "정부가 마스크 생산량의 50%를 확보해 국내에 풀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마스크 한번 구경 못했다. 정부가 말로만 하지말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식구는 6명, 정부는 마스크 5장 제한… "대가족은 어쩌라고"
코스트코에 모인 시민들은 ‘코스트코는 식구가 많은 대가족들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코스트코를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부모를 모시고 살거나 자녀가 2명이상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판매하는 마스크 5장으로는 하루치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코스트코에서는 1인당 마스크를 30장까지 구입할 수 있다. 구매 수량을 5장으로 제한한 농협 하나로마트나 약국보다 6배 많은 셈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가격도 1만4890원. 1장당 가격이 496원으로, 정부가 공급하는 마스크(1000~1500원)의 최대 3분의 1 수준이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아이 둘에 함께 사는 부모님까지 식구가 6명인데, 한 박스(30장)를 통째로 살 수 있는 곳은 코스트코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약국에 가면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지급한다고 하고, 인터넷 홈쇼핑은 비싼건 둘째치고 대량 구매 자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3일 오전 정부가 정한 마스크 공적 판매처인 서울 양천구 행복한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명숙(57)씨는 "바쁜 딸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손주 건강이 걱정돼서 이 새벽에 나왔다"며 "사태가 장기화 될까봐, 가족들 마스크 사러 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돼서 속상하다"고 했다.

마스크값이 급등하면서 비용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기도 오리동에서 왔다는 주부 김모(50)씨는 "다른 곳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면 단가가 너무 높다. 다섯 식구 한달치 마스크값이 거의 50만원"이라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미세먼지 때문에 집에 쟁여둔 마스크로 겨우겨우 버텼다. 그러다 이제 남은 게 없어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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