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4.9억원'에서 멈춰선 이유


서울 아파트 매매가 '14.9억' 늘어나는 이유는?


대출 규제 때문이라지만…규제 기준은 KB·감정원 시세

마포구 '마래푸'·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등 매매가 14.9억

개포 '대청아파트' 전용 60㎡ 호가도 14.7억~14.9억원


    서울에서 거래되는 아파트의 매매가가 14억9000만원을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다. 서울 강남이나 마포, 경기도 과천 등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지역에서 이러한 매물이 집중적으로 나오고 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에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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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는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 시세에 근거해 이뤄진다. 때문에 실거래 가격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하지만 집주인들이나 매수자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일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거래성사를 위해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14억9000만원에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하기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이러한 턱걸이 매물이 늘고 있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하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이 14억9000만원, 8억9000만원으로 수렴하고 있다.


마포‧과천 매도 호가 14억9000만원으로 낮춰

서울 마포구와 과천시 등 15억원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매매 호가가 14억9000만원에 맞춰지고 있다. 12일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 전용 84㎡(1층)의 매물이 14억9000만원에 나왔다. 규제 전 시세는 15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주택이지만 집주인이 12‧16대책 이후 호가를 낮췄다.


아현동 S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물 가격이 대출규제 전과 비교했을 때 3000만~5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관망하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간혹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시세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경우 2층 이상은 일반 평균가(15억8000만원)를 적용받지만 1층은 이보다 약간 낮은 하위 평균가(14억7000만원)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도 최근 호가가 하향조정되고 있다. 집주인들은 매물을 15억원 이하로 조정하면 매매가 더 잘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5억원선에 거래되던 서대문구 e편한세상신촌 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14억원대로 시세가 내려앉았다. 대출규제 전인 지난해 11월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14억8800만원으로 가격이 하락했다. 이 단지의 매물은 14억9500만원선에 나오고 있다.


15억 초과 아파트가 서울시 77%를 차지해 대출규제 직격탄을 받은 강남구 상황도 마찬가지다. 15억원대 시세를 형성하던 강남구 개포동의 '대청아파트' 전용 60㎡는 최근 호가가 1000만~3000만원 가량 떨어져 14억7000만~14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T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는 실제 매매호가가 아닌 국민은행이나 감정원에서 발표하는 시세로 이뤄지지만 매도자들이나 매수자들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며 "이를 이용해 매매 거래가 잘 되도록 중개업소들에서 대출 금지 가격인 15억원 이하로 매물을 낮춰 내놓으라고 유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12·16 대책에도 주담대 늘어

하지만 고가 아파트 거래는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작년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자체 중 하나인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의 ‘래미안슈르’ 전용 84㎡ 아파트는 대출규제 이후 호가가 약 5000만원 하락한 14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D공인 대표는 "매수자가 간간히 매물을 찾고는 있지만 대출규제 탓에 섣불리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며 "16억원에 호가하던 단지가 14억 중반으로 내려앉는 등 하방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원 통계에서도 보면 서울에서 고가아파트가 가장 많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지난달 말 집값이 0.03% 내렸다. 33주만에 하락 전환한 후 지난 주에도 0.04% 떨어지며 하락폭을 키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매거래 위축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상대적으로 저가 주택이 많은 서울 외곽지역이나 비규제 수도권 지역에 대한 수요는 늘면서 가계 대출 규모는 되레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대비 3조7000억원 증가한 892조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는 2조6000억원 오른 규모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조3000억원 증가한 반면 일반신용대출 등을 포함하는 기타대출 잔액은 6000억원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상,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 지정, 대출 제한 등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가계대출은 계속 증가하는 모습"이라며 "12·16 대책에 따른 풍선효과로 대출이 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로 실수요 및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혜원/배정철 기자 anhw@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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