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 IT 업체의 새 먹거리..."규모만 1兆에 달해"


1兆 공공 IT시장 수주 3파전

 

    작년 말 LG CNS는 사업 조직을 클라우드·AI(인공지능)·스마트팩토리 등 신기술 기반으로 새롭게 나눴다. 삼성SDS는 지난달 23일 클라우드·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담당하는 사업부가 각자 공공·금융 사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SK C&C도 주요 사업 부서를 기술 분야로 나누고 그 밑에 디지털 사업 발굴과 수행 조직을 배치했다. 전문성을 높여 공공·금융 차세대 전산 시스템 등 IT 서비스 '수주전(受注戰)'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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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공공 SI(시스템 통합) 등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가 제한됐던 대기업 IT 서비스 계열사가 권토중래(捲土重來)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과 금융회사가 앞다퉈 AI(인공지능),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대기업 IT 서비스 계열사 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공공·금융 IT 서비스 시장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법으로 막혀 전산 시스템 구축 사업에 진입하지 못한 대기업 IT 서비스 회사들이 첨단 기술력과 독자적 개발 방법론으로 무장해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 IT 수주전 뛰어든 대기업

2013년 정부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공공 전산 시스템 구축 등에 대기업 참여를 막았다. 이례적으로 최신 기술인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적용할 경우에만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당시만 해도 해당 기술을 시스템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고, 대기업의 사업 참여는 드물었다. 돈이 되지 않자 대기업은 시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삼성SDS는 2013년 공공 사업에서 철수했고, 시장에 남은 LG CNS는 수주 규모가 반 토막 났다. SK C&C는 공공기관 대신 금융권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정부 각 부처와 금융권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기존 서버에서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공공 IT 시스템도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기술력을 갖춘 IT 서비스 대기업이 시장에 재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7월 행정안전부는 196억원 규모의 차세대 지방세 정보 시스템 1단계를 발주했고, 삼성SDS가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SDS가 공공 IT 사업을 수주한 건 6년 만이다. 작년 8월 농협이 10년 만에 시스템을 교체하는 300억원 규모의 NH농협캐피탈 차세대 시스템 구축 사업은 LG CNS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1조원 시장 잡아라"

올해는 더 큰 장이 선다. 작년 7월 1단계 사업이 발주됐던 행안부의 차세대 지방세 정보 시스템 본사업(1600억원 규모)이 발주되고, 보건복지부는 30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 시스템 입찰을 진행한다. 2000억원 규모의 우체국 금융 차세대 시스템도 나온다.

우체국금융 시스템 구성도/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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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금융권도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시장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1000억원 규모, 우체국보험은 700억원 규모, OK저축은행은 400억원 규모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사업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외교부의 차세대 전자 여권 사업까지 포함하면 올해 나오는 공공·금융 IT 서비스 입찰은 최대 1조원 규모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대기업 IT 서비스 업체 간 입찰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그룹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IT 서비스 업체들이 그룹사의 디지털 전환 완료 등으로 일감이 줄고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며 "앞으로 공공과 민간 분야에서 최첨단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구축이 이어지면서 IT 서비스 업체들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성민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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