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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원 환경미화원

2020.02.03

아르헨티나에서 현역 국회의원이 의원직에서 물러나 본업인 환경미화원으로 돌아가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다음은 지난 1월 20일, 서울신문에 난 기사의 내용입니다.

최근까지 아르헨티나 연방하원의원이던 모니카 스치로타우에르(여, 56)가 기차역 환경미화원으로 복귀했다고 현지 언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같은 기차역 노조 관계자가 트위터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른 아침 사람이 드문 기차역 내에서 바닥을 쓸고 있는 환경미화원의 사진이다. 이 사진의 주인공이 바로 최근까지 의사당으로 출근하던 전 의원 스치로타우에르다. 노조 관계자는 "오전 6시 2분. 우리의 동료 스치로타우에르가 환경미화원으로 돌아왔다.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라면서 "진짜 아름다운, 진정 본이 되는 모습"이라는 사진 설명을 달았다. 사진과 글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단숨에 화제가 됐다. 사실 스치로타우에르가 의원직에서 물러난 건 관행을 지킨 것뿐이다. 그가 속한 정당은 지난 2017년 총선에서 이념적 노선이 비슷한 정당들과 사회주의 연대를 통해 일단의 하원 의원을 배출했다. 연대는 그러면서 가능한 한 많은 노동자 출신 정치인들이 의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재임기간을 1년으로 한다는 약속을 했다. 헌법에 보장된 임기는 4년이지만 1년만 의원으로 활동하고 물러나 예비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스치로타우에르가 2019년 하원의원에 취임한 것도 이런 약속 덕분이었다.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지만 물러난 노동자 출신 정치인들이 본업에 복귀하는 건 드문 일이다. 스치로타우에르
의 사례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정당마다 선거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묘안을 짜내느라 난리입니다. 요란한 ‘인재 영입 쇼’를 통해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는 인물을 예비후보로 선발했지만 졸속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철학은 없고 현상만 쫓다 보니, 진중권 씨가 ‘일회용 츄잉껌’에 영입 인재를 비유한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기존 정치권이 장기적인 계획이 없이 장기판의 졸처럼 소모성으로 사람들을 이용하려다 보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일할 사람 따로, 이미지용으로 쓰고 버릴 사람 따로인 셈입니다.

늘 해먹던 사람들이 서로 작당을 해서 조금이라도 더 권세를 누리려고 짜낸 묘안이 말만 번지르르한 인재 영입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인재 영입과 상관없이 여전히 율사 출신 국회의원의 비율은 지나치게 높고 이번에도 여당은 판사 출신 인재를, 야당은 검사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분들은 정치란 아무나 하지 못하는 성역으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일반 시민의 눈높이에선 아무나 정치를 해도 지금보다는 더 나을 것 같다는 게 문제입니다. 사회에서 성공한 지도층만 정치를 하라는 공식은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여러 계층에서 국민의 대표가 나와야 민의를 제대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차라리 ‘직종별, 계층별로 지원자를 모집해서 선발하고 임기가 끝나면 다시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요란하게 등장하는 것보다 의미 있게 퇴장하는 모습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전직 국회의원인 편의점 주인, 전직 국회의원인 PC방 아르바이트생, 전직 국회의원인 택배기사, 전직 국회의원인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 등등이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스토리가 될까요? 그런데 희한하게도 스스로 감동의 스토리를 만들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이미 만들어진 남의 스토리에 기대어 선거를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삐끗해도 비난을 받는 겁니다.

방송사에서 30년 가까이 경험을 하다 보니, 잘되는 프로그램과 망하는 프로그램을 구별하는 선구안이 약간 생겼습니다. 잘되는 프로그램은 새롭게 장르를 개척하거나 덜 알려진 새로운 인물을 프로그램 속에서 가치를 키워 스타로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MBC의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출연자 모두 걸출한 스타는 아니었으나 진솔함과 팀워크를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이제는 출연자 모두가 스타가 되어 있습니다. 반면에 어렵게 어렵게 대형 MC들을 모시고 그들의 인지도에 의존해서 프로그램을 만든 경우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경우가 허다합니다. 속되게 말해서 날로 먹으려는 프로그램인데 대중은 이 날로 먹으려는 심보를 기가 막히게 알아챕니다. 정치도 마찬가지겠지요?

정말로 감동을 주고 싶고 진심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싶으면 스스로 멋진 스토리를 만들면 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안 했어도 잘 버텼겠지만, 그래서 무시하고 외면했겠지만, 이제는 안이하게 판단한 정치세력은 도태될 겁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다 목숨 걸고 일해.”라고 외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목숨 걸고 일하는 서민들이 보기에 대한민국 정치는 너무 게으르고 건방지고 교만합니다. 정치도 이제 목숨 걸고 살길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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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박상도

SBS 선임 아나운서. 보성고ㆍ 연세대 사회학과 졸. 미 샌프란시스코주립대 언론정보학과 대학원 졸.
현재 SBS 12뉴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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