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사스 때 처럼 폭등한다

 

사스 때 두 달간 1200원 웃돌았던 환율… 데자뷔 우려

원·달러 환율, 1190원 돌파… "이번주 고비 1200원 넘을지도"
‘사스 패닉’ 2주간 60원 넘게 급등… "지금은 中 영향 더 커져"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190원을 넘어서자 17년 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패닉'을 떠올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2주 만에 1190원대에서 1250원대로 치솟았고, 두 달 동안 1200원 위에서 움직였다. 우한 폐렴 역시 중국이 발병지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돼 원·달러 환율은 이달 중 고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1일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쓴 채 근무하는 한 직원의 모습./연합뉴스


 


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1191.8원에 장을 마감하면서 작년 12월 11월(1194.7원) 이후 한 달 반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불과 2주 전인 20일(1158.1원)보다는 무려 33.7원이나 올랐다. 설 연휴 이후 중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확진자가 늘어나자 위험 회피 심리가 증폭된 것이다. 달러·위안 환율도 30일 역외시장에서 올해 처음으로 1달러당 7위안을 넘기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났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러한 환율의 흐름이 사스가 발병했을 때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2003년 2월 사스 감염 사례가 최초 보고된 이후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웃돌았다. 같은해 3월 4일 1193.1원(종가)이었던 환율은 2주 뒤인 19일 1256.8원까지 급등했다. 우리나라에서 첫 감염자가 나왔던 4월 중에는 장중 1259.5원까지 올랐다.

 


우한 폐렴은 그 발병지가 중국이라는 점에서 사스와 유사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확산 속도는 더 빨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더 클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우한 폐렴은 발병 한 달 만에 중국 내 확진자가 6000명에 가까워져 사스 사태를 이미 넘어섰다. 사스는 발병 9개월 동안 감염자 수가 5300명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중국에서 연장된 춘절 연휴 이후의 상황을 봐야 하는데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워낙 커졌고, 한국 경제와의 상관성도 높아져서 사스 때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환율이 다음주 내로 12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잠복기를 지나면서 확진자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데, 이 상황이 잦아들 때까지는 환율이 상당히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환율은 지난해 미·중 무역협상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8월 13일 1222.2원 고점을 찍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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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조짐이 나타나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주를 고비로 2월 중 고점을 찍고 불안이 완화되는 국면이 나타날 걸로 본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 조선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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