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속속 귀국하는데 7만명 중국 유학생들.."나 휴학해야 하나"


"中친구들 속속 귀국하는데 휴학해야 하나"… 대학가 덮친 우한폐렴 공포

국내 中유학생 7만명…개강 앞두고 속속 귀국
"같은 수업 듣고, 기숙사 함께 쓰는데…개강 걱정"
"미세먼지 심할 때보다 마스크 판매량 2배 이상"
대학들, 중국 학생 등교 금지·교환학생 전면 중단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서운 걸 어쩌겠어요."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에서도 확산 조짐을 보이자 서울 시내 한 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고모(25)씨는 고민에 빠졌다.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은 아니지만 상하이(上海), 선전(深圳) 등 고향에 갔던 중국인 동기들이 3월 개강을 앞두고 속속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고씨가 듣는 수업의 정원은 20명, 이 가운데 절반인 10명이 중국인 유학생이다. 고씨는 29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만나 "국내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학을 마치고 국내로 유턴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학교는 어떻게 다녀야할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29일 오전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이화여대 정문에 들어서고 있다. /김송이 기자

중국발(發) 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가 대학가를 덮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한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인 대학·대학원생 수는 6만 9287명.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43%가 중국인 유학생이었다.

대학들은 후베이성을 다녀온 학생들의 등교를 당분간 금지하거나 ‘감염 예방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자체 대책안을 내놓았지만, 학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부 한국 학생 사이에서는 △개강 연기 △중국인 유학생 폐렴 검사 소견서 제출 △중국인 관광객 출입금지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한 폐렴 피하려면 ‘휴학’이 답...‘중국인 입국 금지시키자’는 의견도"

이날 서울 시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는 모두 ‘좋음’을 기록할 만큼 맑았다. 하지만 오전 9시 등교 시간 신촌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우한 폐렴 때문에 학교 가기가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학내 편의점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심할 때보다 마스크 판매량이 2배 이상 많다"며 "그만큼 학생들이 우한 폐렴 감염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29일 오전 서울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에 마스크를 쓴 학생이 들어가고 있다. /이은영 기자

각종 시험 준비 등으로 방학에도 항상 북적였던 도서관도 이례적으로 한산했다. 도서관 관계자는 "우한 폐렴 걱정 때문인지 평소보다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재학생 조모(23)씨는 "수업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있고, 함께 조별 과제도 해야 하는데 개강을 앞두고 (우한 폐렴) 사태가 터져 걱정이 크다"며 "지금으로써는 휴학밖에 선택지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학교 식품영양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도 "사태가 안정되면 모를까. 다음 학기에 중국인들과 조별과제 하는 것을 꺼려 할 것 같다"고 했다.

연세대 기계공학과 재학생 이모(24)씨는 "춘제(春節·중국의 설)에 방학까지 겹쳐서 많은 중국인 학생들이 고향을 방문했다가 개강을 앞두고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현재는 방학 중이라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는 등 개인적 노력이라도 할 수 있지만 개강을 하면 속수무책일 거 같다"고 말했다.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도 우한 폐렴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중앙대 공과대학 입학을 앞둔 김모(19)씨는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가 괜히 꺼려진다"며 "새내기로는 아쉽지만 사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학교에서 신입생 대상 행사 취소를 고려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 각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가도 될까요?" 등 단체 행사 참여를 고민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학가에 불어닥친 반중 감정… "부적절해" 내부 지적도

대학가를 덮친 폐렴 공포는 중국 유학생을 향한 반중(反中)·혐중(嫌中) 감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한 폐렴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난 27일,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는 중국인 유학생을 비난하는 글이 줄이었다.

지난 28일 오전 성균관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에브리타임 캡처

한 재학생은 "춘제에 중국 갔다가 돌아오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을 것"이라며 "인종차별이든 뭐든 좋다. ‘짱X’를 보면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성균관대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개강하면 중국인 ‘밭’일 텐데 우리 학교 단체 우한폐렴행(行) 아니냐"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막연한 경계나 혐오 발언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양대 중어중문과 재학생 김모(25)씨는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도 보균자일 수 있는데 무작정 중국인 학생들에게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장연(23)씨는 "우한폐렴에 대한 한국인의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은 중국과의 협력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며 "무조건적인 반중(反中) 정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입생 OT 무기 연기에 캠퍼스 투어 중단 … 대학들 대책 마련 부심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대학들은 중국으로 돌아간 중국인 유학생들의 입국을 미뤄달라고 권고하거나 일정 기간 동안 등교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서울대는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학생은 증상이 없어도 잠복기를 고려해 입국 후 14일 간 등교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재학생 전원에게 보냈다. 부산외대는 중국으로 돌아간 중국 유학생 644명에게 2월 말 이후 입국을 권고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 대학은 졸업식, 입학식 등 학사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한다.

배제대는 아예 올해 1학기 중국 자매대학과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고, 중국 학생 78명을 국내에 초청할 예정이었던 전남대는 한·중 국제 교류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대학들도 자체 대안을 내놓고 있다. 연세대는 교직원 및 재학생을 상대로 중국 방문자 현황 파악에 나섰고,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새내기 OT 행사'는 무기한 연기했다. 이화여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다수 참여했던 캠퍼스 투어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기존에 있던 예약들도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동국대 어학원과 숙명여대 어학원은 각각 다음달 3일, 4일까지 휴강을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29일 오전 외국인 유학생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한국어 교육기관 중 하나인 서울 고려대학교 한국어센터에 휴강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대학 관계자들은 "우한 폐렴 사태와 관련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하고 있다"며 "추가적으로 교육부로부터 세부적인 지침을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대학별 추가 대책 마련을 논의 중이다. 앞서 지난 27일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후,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단체행사 자제 요청, 증상 발현 시 신고 방법 등을 안내했다고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여러 대학이 추가 대책을 문의하고 있어, 이날 장관 주재 회의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김송이 기자 이은영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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