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지구온난화'의 결과물


추위가 실종된 겨울은 '지구온난화'의 극단적 결과물


    제트기류는 지구를 동서로 최대 시속 400km의 빠른 속도로 도는 바람이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이 2014년 공개한 이 사진처럼 때로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요동치면 가뭄이나 한파(겨울), 열파(여름)가 올 수 있다. 최근 미국 연구팀은 약 300년 동안의 기후 자료로 이 현상이 1960년대부터 심해졌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제트기류는 지구를 동서로 최대 시속 400km의 빠른 속도로 도는 바람이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미국항공우주국이 2014년 공개한 이 사진처럼 때로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요동치면 가뭄이나 한파(겨울), 열파(여름)가 올 수 있다. NASA 제공.


지구 온난화로 여름 폭염, 겨울 한파가 번갈아 한반도를 몰아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올 겨울은 ‘추위가 실종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달 초 발표한 국내 기상현상 분석에서 12월 전국의 평균 기온은 2.8도로 같은 달 전반과 말에 세 차례 한파 특보가 발표되는 추위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따뜻한 남서기류가 자주 유입되며 평년 (1~2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 많았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포근한 겨울의 원인으로 12월 중순 이후 시베리아 부근 기온이 평년보다 높아 북쪽 찬 공기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강도가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열대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 내외로 높아 한반도 남동쪽에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이 강도를 유지하며 북쪽 찬 공기가 한반도로 깊숙이 내려오는 것을 막는 역할을 했다. 



21일 기상청 한파 특보를 살펴보면 작년 겨울과 비교해 볼 때 올 겨울 한파 특보는 거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한파 특보란 한랭한 공기가 유입돼 특정 지역에서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는 현상을 말한다. 


기상청은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0도 이상 하강해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또는 아침 최저기온이 –12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한파 주의보를 발령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보다 15도 이상 하강해 3도 이하이고 평년값보다 3도 낮을 것으로 예상될 때, 또는 아침 최저기온이 –15도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한파 경보가 발령된다. 


기상청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도 기준 2018년 12월 1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한파 특보는 총 10차례 발령됐다. 특히 2018년 12월 26일에는 경기도 동부와 북부에 한파 경보가, 인천·서울·경기도 서남권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돼 이듬해인 2019년 1월 1일까지 지속됐다. 


 

 

2019년 12월 전국 평균기온 추세. 기상청 제공.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내려진 한파 특보는 5차례에 불과했다. 12월 초인 4일 22시 기준 경기도 양주·포천·연천에 한파주의보가, 12월 5일 22시 기준 경기도 가평·양평·파주·동두천 일대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됐다. 서울 지역에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12월 11일 23시와 12월 30일 22시로 두 차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 이례적인 고온 현상에 대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지구 온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 기후 변동성이 확대돼 양 극단의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 겨울 한반도의 경우 최근 몇 년과는 달리 한반도 추위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됐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발생했던 북극 고온 현상이 올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북극의 찬 공기와 중위도 지역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 부는 바람인 ‘온도풍’을 흔히 제트기류라 하는데 제트기류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 온도차가 커질수록 세진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 온도 차이가 줄어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해 동아시아 지역에 한파를 몰고 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한반도 한파는 북극 고온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속되면서 발생했다면 올해는 북극 고온 현상이 실종돼 북극 한기가 갇힌 것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인도양과 서태평양 해수 온도가 올라가며 북극 한기가 갇히며 세력이 약해진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은 적도 지역이 더 빨리 가열되느냐, 북극이 더 빨리 가열되느냐에 따라 양상이 극단적으로 달라진다”며 “올해의 경우 적도 지역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굉장히 고온화하면서 한반도 겨울이 포근해졌다”고 설명했다. 적도 지역 수온이 올라가며 세력을 확대하자 시베리아 고기압이 확장돼서 한반도로 내려온다고 해도 힘을 못쓴다는 얘기다. 


폭설이 내린 최근 몇년간 도로 사정은 최악이 됐다. 픽사베이 제공.




예년과 달리 강설이 적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기상청은 올해 눈이 적은 원인에 대해 “한반도 주변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으며 특히 약한 시베리아고기압으로 인해 서해상에서 해수면과 대기의 온도차로 생기는 눈구름 발달이 약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9년 12월 한달동안 전국 13개 지점의 최심신적설은 0.3cm로 1973년 관측 이래 가장 적었다. 최심신적설은 24시간 동안 새로 내려 쌓인 눈의 깊이 중 가장 많이 쌓인 깊이를 뜻한다. 2019년 12월을 제외하고 12월 최심신적설이 최소였던 해는 1998년으로 0.6cm였다. 특히 서울의 경우 2019년 12월 최심신적설은 0.0cm로 눈이 내리지 않았던 2004년 12월 이후 최소였다. 최심신적설 0.0cm는 실제 눈이 쌓이지 않았거나 기록되지 않을 정도로 적더라도 눈이 관측장소나 주위 지면을 반 이상을 덮었을 때를 의미한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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