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이던 원전 건설비, 11조원으로 껑충

 

발전사 작성 원자력투자비 동향문건에 실투자비 적시
원자력전문가 "전보다 많이 증가, 2기 기준 8~10조원"

 

    "국내 원전은 건설비가 저렴하다. 전기요금이 싼 것은 그 덕분이다." 원자력의 효용성을 얘기하는 쪽에서 줄곧 주장해 온 논리다. 다른 전원대비 전력생산 원가가 저렴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이란 것이다. 실제 원별 전력가격은 발전소 건설비와 연료비 수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최근 온실가스나 미세먼지 등 환경비용 등이 원가에 추가되기는 했으나 아직 전원별 발전순위를 바꿀 정도는 아니란 게 보편적인 인식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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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원전은 다른 전원대비 건설비 비중이 높은 편이다. 통상 원자력계는 원전 발전원가의 50%를 건설비 몫으로 본다. 업계는 지금까지 원전 1기 건설에 2조~2조5000억원 가량이 든다고 얘기해 왔다. 원전은 건설비 절감을 위해 2기를 동시에 짓는다. 그래서 새 원전 2기를 지으려면 5조원 안팎이 드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2012년말 준공된 신고리 1,2호기 건설비도 4조7000억원이었다.

그런데 ‘1기=2조5000억원, 2기=5조원’이란 업계 산식도 이젠 ‘옛말’이 될 판이다. 발전업계가 현재 건설 중인 최신 원전의 준공시점 사업비를 추정했더니, 이보다 갑절 이상 투자비가 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안전사고 우려와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로 코너에 몰린 국내 원전이 경제성 문제로 다시 입방아에 오를 처지다.

 


본지가 입수한 '원자력 투자비 동향' 문건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로 준공시점이 연기된 신한울 1,2호기의 최초 사업비는 6조3000억원이었으나 실제 투입사업비는 8조원 내외다. 또 동일 노형으로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의 준공시점 추정투자비는 이보다 3조원 가량이 더 늘어난 11조원에 육박한다. 신고리 5,6호기는 2023~2024년 준공예정이다.

이 분석대로라면 가장 최신 원전의 1기당 건설비는 약 5조5000억원이며, 이는 8년전 지은 원전(신고리 1,2호기)보다 2.3배 이상 비싼 값이다. 설비용량과 노형이 같은 신고리 3,4호기를 지을 때 7조5000억원 든 것과도 비교된다. 이 문건은 정부와 석탄화력 표준투자비 수준을 놓고 공방을 벌이는 한 발전사가 최근 5~6년간 대형발전소 건설비가 급증한 사유와 실례를 설명하기 위해 참조자료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 자료를 근거로 당초 책정한 원전사업비와 실제 사업비(미완공 원전은 추정비) 격차를 설명함으로써 석탄화력 역시 건설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임을 설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이들 발전사는 ‘한전 발전자회사 대비 과도하게 건설투자비가 높아 이를 모두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전력당국과 신경전을 벌여왔다.

A 발전사는 문건에서 “보편적 인식인 원전 5조원(2기 건설기준)은 15년 전 투자비 수준”이라며 “준공실적은 최초 사업비 대비 약 130% 증가된다. 현재 원자력 투자비는 약 11조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5~6년간 사업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주민수용성, 환경설비, 강화된 규제 등에 따른 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원전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경주지진 이후 안전설비와 내진성능을 추가 보강하면서 단가가 크게 상승했다.

호기별 원전 건설 예상 투자비와 준공시점 투자비 추이

 


원전 전문가들 역시 원전 건설비 급등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년간 정부 전력수급계획에 관여한 노동석 미래에너지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원전 건설비가 예전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기존에 확보된 부지에 추가로 짓는 1400MW 기준으로 1기당 4조~5조원 정도가 들며, 신규부지의 경우 이보다 훨씬 많이 들 수 있다고 봐야한다. 과거 영덕(신규부지)은 9조원까지도 봤다”고 말했다.

다만 노 연구위원은 "원전이나 석탄화력은 한번 건설하는데 8~10년이 소요되고, 신규 부지에 짓느냐 기존 부지에 추가로 짓느냐, 공기업이냐 민간이냐에 따라 건설비도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민간의 경우 조달금리 자체가 워낙 차이가 나 한전자회사 단가로 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발전단가 재산정 연구를 수행하면서 국내 원전 건설비를 kW당 2100달러선으로 추정했으나 "현재는 3000달러 정도"라고 말했다. 작년 완공된 신고리 3,4호기 수준이다.

 


물론 이렇게 급등한 건설비를 발전원가에 반영한다고 원자력 전기 생산단가가 비례해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원자력 외부비용 연구를 수행했던 이창훈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체 균등화발전비(LCOE) 관점에서 보면, 생각보다 원가가 많이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발전원가에 반영하지 않은 외부비용을 얼마나 넣을 것이냐인데, 독일에서조차 외부비용은 연구자마다 100배 이상 편차가 난다"면서 "결국 사회적 논의와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구(舊) 산업을 계속유지하며 리스크를 짊어지고 갈 것이냐, 혁신적 재생에너지로 갈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이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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