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수치 바꿔 월성 1호기 생매장… 명백한 게이트級 범죄"
최보식 선임기자


[나는 '고발맨'입니다… 강창호 신고리 원전 노조 지부장]
지금 여당에 정치 후원금 내왔고 탄핵 촛불 집회에 여러번 참석… 이제는 후회와 분노로 치 떨어
원전을 잘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 괴담 퍼뜨리는 '탈핵 무당'에 의해 국가적 재앙이 진행되고 있어



    울산역(驛)에서 버스로 1시간을 달려 종점에 내리니, 마중 나온 강창호(48)씨가 유쾌하게 인사했다.

"제가 생기기는 '원자력계 유해진'이지만, 실상은 '고발맨'입니다. 재작년에는 원전 관련 거짓 뉴스를 퍼뜨린 교수 두 명을 고소했습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습니다만, 작년에는 월성 1호기 폐쇄를 의결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강창호씨는 "대통령 연설로 탈원전이 법적 근거 없이 진행될 때 대부분 권력 앞에 줄섰다"고 말했다. /울산 신고리 3·4호기=최보식 기자

―송사(訟事)를 남발하는 것은 그렇게 칭찬받을 일은 아닌데.

"이렇게라도 이들이 잘못됐다는 흔적을 남겨두려는 겁니다. 작년 말 제 개인 돈으로 변호사 경비 300만원을 들여 성윤모 산자부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그러자 3075명이 고발인으로 동참했고 후원금 240만원이 들어왔습니다. 그 후원금으로는 월성 1호기를 생매장한 산자부 공무원, 한수원 담당자, 삼덕회계법인 관계자 12명을 또 고발합니다."

 

 


핵연료 담당 기술사

그는 '한국형 원전' 신고리 3·4호기(새울발전소)의 노조 지부장이다. 전체 조합원 8500명인 한수원 노조에서 새울발전소 지부는 330명에 불과하다. 말단 조직의 하나인 셈이다. 그는 노조 상근자도 아니다.

"저는 노조 활동을 안 좋아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24년 근무한 핵연료 담당 기술사입니다. 원래 고향인 영광 원전에서 근무했지요. 2012년 신고리 3·4호기를 시운전하려고 할 때 핵연료 면허증 가진 인력이 필요해 여기로 오게 됐습니다. 원자력 관련 자격증을 10개나 갖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발전소 노조 지부장이 됐지요?

"2014년 핵연료 운반용 기중기를 설치하다가 설계에 오류가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게 한 대당 60억원짜리이고 안전 문제와 직결됩니다. 제가 이를 지적하자, 기중기 주문·제작·인수를 담당한 쪽에서 반발했습니다. 설치해놓고 나중에 고치자는 쪽이었습니다. 제가 감사 결재를 받아 올리니 본사에서도 덮으려고 했습니다. 나중에는 제 지적대로 해결됐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배신자'로 찍혔습니다. 그때 방어막이 필요해 노조 간부가 됐습니다. 2017년 지부장에 선출된 뒤 작년에 연임했습니다."

―한수원 전체 노조에서 거의 유일하게 '탈원전'에 맞서고 있는 발전소 지부장인데?

"작년에 뽑힌 한수원 노조 위원장은 '탈원전'을 표방하는 민노총 계열이라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상황은 실제로 원전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괴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을 '탈핵(脫核) 무당'으로 부릅니다."

 


―'탈핵 무당'이라는 용어가 재미있군요.

"환경 단체 사람들은 원전과 상관없는 기형아 사진을 보여주고, 수명이 다한 화력발전소의 냉각탑 폭파 사진을 원전 폭발 사고 사진으로 둔갑시킵니다. '광우병 선동'에서 그랬던 것처럼 국민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원전은 과학의 성과물이고 우리 에너지 현실과 기후·환경을 고려한 선택인데, 이를 '핵폭탄'이니 '방사선 오염' 같은 공포로 왜곡합니다."

―그런 비과학적 선동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정책으로 채택했지요. 취임 한 달 맞은 날(2017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했지요.

"지난 20여 년간 저는 지금의 여당에 정치 후원금을 냈습니다. 탄핵 촛불 집회에는 뜨거운 가슴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여러 차례 참석했습니다. 그때 '제왕적 대통령제'를 규탄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심하게 나오는 걸 보면 정말 후회와 분노로 치를 떱니다."

―어떤 이는 '탈원전은 문 대통령의 국정 문란'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원전에 대한 무지와 판단 잘못으로 엄청난 국가적 재앙을 초래했다는 것이지요. 이제는 문 대통령도 실상을 파악했을 텐데 입을 다물고 있군요.

"이 사태는 문 대통령에게서 비롯됐습니다. 저는 문 대통령을 직권 남용 혐의로 꼭 고발할 것입니다. 지금은 저 같은 사람만 화가 나 있지만, 머지않아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도 탈원전의 문제점을 알게 될 겁니다. 반드시 그날이 옵니다. 그때는 문 대통령은 얼굴을 들고 이 나라를 못 다닐 겁니다. 다만 원전 산업 생태계는 너무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없다는 게 걱정입니다."

―여전히 일부 국민은 원전에 공포심을 갖고 있는데, 발전소 안에서 근무하는 처지에서는 어떤가요?,

"대한민국에서 방사선으로 사망한 사람이 있으면 제 개인 돈으로 1억원을 주겠습니다. 고리 1호기 원전을 가동한 1978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에서 방사선 노출로 죽거나 다친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같은 기간 자동차 사고 사망자는 30만여 명이었다. 원전 비율이 줄고 석탄 소비가 늘자 2017년 한 해 석탄을 캐거나 채석 작업 하다 죽은 사람은 417명이었다. 석탄에 의한 환경 파괴를 제외하고 순전히 사고사로 그렇다. 국민 안전을 위해 탈원전한다는 것은 정말 궤변이다"라고 하더군요.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첫 원전 사고였던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1979년)에서 방사선에 의한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격납 용기도 없이 정말 허술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서는 43명,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는 단 1명이었습니다. 원전은 현재 전기를 만들어내는 어느 발전 형태보다 가장 안전한 셈입니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나요

―발전소에서 오래 근무하면 몸 안에 방사선이 쌓인다는 말도 있지요?

"우리는 초과 근무도 하고 발전소 안에서 살다시피 합니다. 퇴직자가 방사선 오염으로 고생한다는 말도 못 들었습니다. 가족도 발전소 바로 옆 아파트에서 생활합니다. 방사선 누적 위험이 있으면 어느 부모가 자기 자녀를 여기서 키우겠습니까."

그의 승용차에 옮겨 타고 동해안 간절곶을 따라 20분쯤 달려 신고리 3·4호기(새울발전소)에 도착했다. 그가 신고리 3·4호기 종합 준공 기념탑으로 안내했다.

"작년 12월에 준공식이 있었습니다. 신고리 3·4호기는 국내 첫 한국형 원전으로 UAE에 수출한 모델이지요. 그런데 여길 보십시오.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에 맞춰 원전을 허무는 데 가장 앞장선 정재훈 한수원 사장 이름이 제일 앞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코미디가 또 있습니까."

―공기업 사장으로서는 불가피하지 않았을까요?

"이분은 원전의 필요성에 관해 잘 아는 산자부 공무원 출신입니다. 한수원 간부들도 처음에는 내심 반발했지만 결국 인사와 밥그릇 때문에 다들 탈원전을 따라갔습니다. 본부장인 A씨는 10년 전 한수원 원자력정책처(현 기술전략처)에서 근무할 때 '월성 1호기를 계속 운전하면 탄소세 감축 등까지 포함해 4조원의 경제적 이익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던 사람인데, 지금은 '계속 돌리면 손해'라는 입장으로 돌변했습니다."


 


―월성 1호기는 7000억원 들여 핵심 부품과 설비를 다 교체한 뒤 2015년 수명 연장 심사를 통과했던 원전입니다. 하지만 취임 초 문 대통령이 "설계 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를 가동해온 것은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말해 명을 다하게 된 것이지요. 한수원 이사회가 대통령 뜻을 헤아려 조기 폐쇄를 의결했지요?


"저는 이를 '생매장'이라고 말합니다. 월성 1호기를 생매장하기 위해 먼저 경제성 평가를 해야 했습니다. 삼덕회계법인에 용역을 줬습니다. 하지만 한수원의 의도와 달리 재작년 5월 10일 삼덕회계법인은 '월성 1호를 계속 돌리면 1778억원의 경제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러자 다음 날 산자부 공무원, 한수원 담당자, 삼덕회계법인 관계자가 회의를 했습니다. 월성 1호기의 평균 가동률을 60%대로 낮추고 한전의 전기 구매 단가도 48원까지 낮추는 등 계산값을 바꿨습니다."

―수치를 마사지했다는 건가요? 그렇게 해서 월성 1호기를 계속 돌리면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을 냈다는 겁니까?

"그렇게 수치를 바꿨지만 여전히 224억원의 경제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향후 원전 전망이 어둡다'는 식의 보고서를 만들어 생매장 근거 자료를 마련해줬습니다. 이렇게 해서 재작년 6월 15일 한수원 이사회는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배임, 문서 변조, 업무 방해에 해당하고, 이는 명백히 '게이트'급 범죄행위입니다."

 


목 자르는 王朝시대가 아니다

―작년 말 성윤모 산자부 장관을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2017년 2월 산업부가 울진군수에게 보낸 공문에는 '전기사업법에 의거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허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는 탈원전의 로드맵이라는 '8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신(新)원전 건설을 중단시켰습니다. 원전 설계와 기자재 제작이 거의 다 이뤄져 조(兆) 단위가 이미 들어가 있는데 말입니다.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사업을 한낱 행정 계획으로 뒤엎은 겁니다."

―산자부 장관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나요?

"산자부는 작년 4월 울진군수 앞으로 '8차 전력 계획에 의해 신한울 3·4호기는 적법하게 취소됐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해 8월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장관도 '8차 전력 계획에 의해 3·4호기는 취소된 적 있다'고 답했습니다. 스스로 직권 남용을 인정한 겁니다."

울산역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의 연설 하나로 탈원전이 법적 근거도 없이 진행될 때 남들보다 많이 배웠고 실상을 잘 아는 사람들마저 다 줄 서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목 자르는 왕조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자신의 불편과 불이익을 조금만 감수하면 되는데 말입니다. 저는 아이 셋을 둔 아버지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에 눈감고 모르는 체하는 것은 우리 자녀에게 어른 역할을 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현 정권의 위험한 폭주(暴走) 속에서 우리나라가 지탱하는 것은 기적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도 자기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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