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억 낮춰도 안 팔려...과연 빙하기로 접어든걸까?ㅣ눌러도 강남...특목고 없앤다니 강남


1억 낮춰도 안 팔린다 ‘강남 빙하기’ 진입


염지현 기자 사진염지현 기자


   “대출 규제로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살 사람이 없으니 한 달 사이 호가가 1억원까지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 사장의 얘기다. 그는 “오늘 반포동 미도아파트(전용 84㎡)를 18억원에 팔아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직전까지 19억3000만원에 나오던 매물인데 매수세가 붙지 않으니 호가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2·16 대책 한달 부동산 시장은

서초구 30주 만에 상승률 0%

규제 덜한 강북·수도권 풍선효과

국토부 “특별사법경찰 상시 가동”



강남 주요 아파트 시세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의 12·16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째인 16일 서울 강남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했다. 서초구 방배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계약 한 건 하기도 쉽지 않다”며 “오전에도 삼익아파트(88㎡)를 16억원에 사겠다던 매수자가 갑자기 5000만원을 깎아 달라고 요구해 계약이 깨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아파트 호가를 시세보다 낮춘 급매물은 지난해 가격이 급등한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더 눈에 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84㎡는 최근 22억원에 나왔다. 한 달 전보다 호가가 1억원 떨어졌다.

 

대출 규제와 보유세 중과로 압축되는 12·16 대책은 현금이나 소득이 없는 집주인들에게 먼저 타격을 주고 있다.

 

서울 강남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진모(70)씨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로 4000만원가량 납부해야 할 것 같은데 지난해의 2배 정도여서 버틸 자신이 없다”며 “양도세 중과를 하지 않는 6월 안에 아파트 한 채를 팔거나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치솟던 강남 아파트값에 급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은 것은 통계에서도 감지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전주(0.07%)보다 0.03%포인트 내린 0.04% 상승했다. 대책 발표 이후 상승 폭이 4주 연속 둔화했다. 특히 서초구는 지난해 6월 이후 30주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0%)가 멈췄다. 강남·송파구도 0.01% 오르는 데 그쳐 강남 3구 상승세가 완전히 꺾인 모습이다.

 

고가 아파트 거래량도 줄었다. 지난해 16일 이후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달 11일 국토교통부)에서 15억원 초과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3.9%에 불과하다. 대책 이전 한 달간 거래 비중(8%)의 절반 수준이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인 대출 규제나 보유세 강화 모두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을 정조준하고 있어 강남권 매매시장은 휴점 상태”라고 말했다.

 

12·16 대책을 비껴간 수도권 일부 지역에선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수원·과천·광명시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의 오름세가 가장 눈에 띈다. 이번 주 1.02%(한국감정원) 올라 일주일 사이 2배 이상 상승 폭이 커졌다. 한동안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던 과천 단지(0.13%) 역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상승세 꺾인 강남 아파트값. 그래픽=심정보 shim.jeongbo@joongang.co.kr


양용화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한동안 서울 주택시장은 강남권과 강남 외 시장으로 나눠서 움직일 것”이라며 “대책 영향이 큰 강남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눈치싸움으로 침체되는 반면, 규제가 덜한 강북과 수도권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국토부는 부동산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 강화에 나선다.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특별사법경찰제도를 대폭 늘려 집값 담합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며 “다음달부터는 다운계약과 청약통장 불법 거래, 불법 전매 등 행위를 조사하고 단속하는 특별팀이 국토부에 구성돼 상시 가동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염지현·최현주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눌러도 집값 뛰니 강남으로…특목고 없앤다니 강남으로


정부 부동산 대책의 타깃이 ‘강남’이 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5일 KBS 라디오 방송에서 “전국 공동주택이 1340만 호, 아파트만 1000만 호 넘는데 이 모든 아파트 가격을 다 안정화시킨다는 것은 정책적으로 불가능하다”며 “9억원 이상 고가, 10억원 이상 초고가가 몰려 있는 강남을 안정시키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강남 3구 서울대 합격자 배출한 고교 많고

정부 대책은 이미 강남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12·16 대책의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의 대상이 대부분 강남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가 15억원 초고가 주택은 대출을 전면 금지했는데 서울 시내 전체 15억원 초과 주택의 80%가 몰린 곳이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3구다. 또 종합부동산세가 오르면 가장 타격이 큰 곳 역시 강남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부동산세의 40% 이상을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거둬들였다. 특히 서울 강남구 거주자가 지난해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가장 많은 3943억6700만원의 종합부동산세를 냈다.


학군·교통·편의시설 선망의 대상

대기수요 계속 몰려 집값 올라


1970년대 명문고·대법 등 이전

불모지였던 강남 완벽한 도시로

 

강남3구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정부가 ‘강남 저격’ 총력전에 나선 것은 강남이 서울 집값을 주도한다고 봐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회복한 2015년부터 강남3구의 집값이 서울 평균을 훨씬 웃도는 상승률을 보여줬다. 2016년에는 강남구 집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3.25%)의 2배 수준인 6.04%로 뛰었다. 각종 대책이 쏟아진 지난해 역시 서울 강남구(2.24%)·서초구(1.61%) 등 강남3구 상승률은 서울(1.11%)을 앞섰다. 그 결과 강남구 단지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기준 16억7800만원으로 서울 평균(8억2700만원)의 2배를 넘어섰다.


많은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강남 집값 고공행진의 이유로 성공한 신도시로 쏠린 주택 수요를 꼽는다. 강희용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2016년 펴낸 『강남의 탄생』에서 “강남은 1970년 박정희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과 인구의 급격한 유입으로 가능했다”고 말한다. 경기고·숙명여고 등 강북의 명문 학교와 대법원·검찰청 등 국가기관이 옮겨갔고, 각종 특혜로 불모지였던 강남은 10년 만에 완벽한 도시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저자인 강씨는 “강남은 한국인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미움의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여건이 된다면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강남이라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사교육 1번지인 강남은 학군은 기본이고 인프라·교통·편의시설 등을 갖춰 끊임없이 대기 수요가 몰린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의 프라이빗뱅커는 “대부분의 자산가는 자녀들 집을 사줄 때 첫 번째로 강남권인지를 따진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대학 정시 확대, 특목고 폐지 등으로 강남 전입 수요는 더 커지고 있다”며 “단순히 수요를 차단하는 대책은 단기적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규제 효과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은 “강남 신규 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없앨 수 있는 확실한 공급 신호를 줘야 한다”며 “사학연금·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보유한 강남권 대단지 재건축을 통해 공급만 늘려도 수요가 분산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케이콘텐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