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땅에 덮친 대재앙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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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땅에 덮친 대재앙

2020.01.17

지난해 9월 시작된 호주 산불이 꺼질 줄 모릅니다. 여름철(호주는 남반부라 현재 여름) 기온이 50도에 육박하자 불이 더 활활 타오른다고 합니다. 어제도 비가 내렸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고,  2월이 되어야 불길을 잡을 수 있는 흡족한 비가 내릴 것이라고 합니다.

피해가 너무 커서 안타깝습니다. 벌써 우리나라 넓이와 비슷한 숲이 불탔습니다. 불탄 집이 2,000채를 넘었고, 사망한 사람도 30명에 가깝습니다. 호주 정부는 국가 비상상태를 선포했고, 긴급재난 구호 자금을 책정했습니다만 피해 복구가 만만찮습니다. 광대한 국토에 적은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원인은 기상이변이랍니다. 기후변화 대응책 마련에 소극적이던 호주 정부가 곤혹스러워 합니다.

불길이 지나가는 산림 위로는 마치 화산이 폭발한 것처럼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습니다. 그 맑고 푸르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온통 검은색뿐입니다. 내뿜는 화염과 열기, 미세먼지로 하늘은 저녁노을처럼 붉게 물들었습니다. 비가 많이 와야 합니다만 오더라도 문제입니다. 스며들 공간이 없어 사막의 와디(비올 때만 잠깐 흐르는 강)처럼 금방 큰물이 집니다. 검은 물이 강에 넘칩니다. 또 맹렬하게 흘러내리는 빗물은 토양을 쓸어 갑니다. 강 속의 생물과 토양미생물조차도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숲이 살아날 때까지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같은 완벽한 생태계 복원은 불가능하거나, 한 세기는 족히 걸릴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서구 언론들은 호주 시민들의 호흡기 이상 가능성을 염려합니다. 호주 정부가 피해지역 주민에게 마스크를 나눠주었습니다만 임시방편입니다. 일반 마스크(P2, P3)는 30분 정도만 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한 소방관은 공기를 잘 걸러내고, 호흡할 때 저항을 줄여주는 호기밸브가 달린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권합니다. 하지만 모든 종류의 오염물질로 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소방관들이 사용하는 마스크(SCBA)뿐입니다. 의사들은 만약 조금이라도 연기를 들이마신 사람들은 반드시 검진을 받아 이상 여부를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 오랜 기간 연기에 노출된 사람들은 폐는 물론 심장, 신장의 이상이나 뇌졸중 당뇨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와 미세먼지, 뜨거워진 공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호주는 물론 지구의 생태계마저 위협합니다. 호주 대륙의 동물들이 대재앙 앞에 속수무책입니다. 소 10만 마리 이상이 화마를 피하지 못 했습니다. 야생동물 피해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외신들은 벌써 10억 마리 이상이 불에 타 죽었을 것이라고 보도합니다. 호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코알라는 어쩌면 멸종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덩치 작은 동물들은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땅에서 견디기가 더욱 모질고 혹독합니다. 작은 동물들이 피해지역에서 먹잇감을 구하고, 몸을 숨기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불 속에서 겨우겨우 목숨만 건졌는데 큰 동물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입니다. 적의 공격에 우거진 숲에 몸을 숨기거나, 나무 위로 뛰어올라 목숨을 부지하던 이들이 천적의 공격에 이제는 완전히 노출된 상태입니다. 아무리 날뛰어봤자 작은 몸을 은폐·엄폐할 곳이 없습니다. 큰 육식동물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호주에서 2,500㎞가량 떨어진 뉴질랜드 남 섬의 빙하는 호주 산불로 증가한 미세먼지 때문에 눈 색깔이 붉게 변했습니다. 뉴질랜드 기상 관계자들이 빙하를 관찰하는 사진 속 얼음은 갈색에 가깝습니다. 남극의 물이라며 광고하던 생수도 어쩌면 판매가 중단될지도 모릅니다.

연기와 미세먼지 때문에 일조량이 줄어들어 기온 변화도 심각합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친구가 전한 상황은 그야말로 놀라울 뿐입니다. 지난주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한여름인데도 오리털이 들어간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추위를 느꼈답니다. 미세먼지가 날아와 며칠간은 하늘이 온통 붉은 노을처럼 물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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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에서 날아온 연기와 미세먼지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하늘을 붉은색으로 물들였습니다.(오클랜드 거주 친구가 보내왔음)

국제사회가 나섰습니다. 미국과 영국 뉴질랜드 등은 소방관과 소화 장비를 보냈습니다. 각국에 나가 있는 호주대사관에는 구호 모금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한 단체에 작은 성금을 보냈습니다. 기상이변이 끝나고, 불길도 잡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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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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