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파 포진 산업부·한수원, 회의 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목적 '경제성 평가기준' 바꿔버려


산업부·한수원 회의 후… 월성 1호기 경제성 1778억→224억 '둔갑'


조기 폐쇄하려 평가기준 바꿔

 

     7000억원을 들여 전면 보수했지만, 영구정지키로 결정된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고의로 축소·왜곡된 정황이 드러났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의결한 한국수력원자력의 2018년 6월 이사회 한 달 전인 5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맡았던 삼덕회계법인이 "계속 가동하는 것이 1778억원 이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산업통상자원부·한수원 등의 검토를 거친 뒤 계속 가동 시 이익이 거의 없는 것으로 수정됐고, 이를 근거로 한수원 이사회는 폐쇄를 결정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경제성 분석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데도 지난 12월 24일 전체회의를 열어, 영구정지를 의결했다. 한수원은 '계속 가동할 때 이익이 1778억원에 달한다'는 보고서 초안이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국회 제출 자료에서도 경제성 분석 숫자를 지우는 등 은폐에 급급했다.

 

 


월성 1호기는 전면 보수를 거쳐 2022년 11월까지 수명이 연장됐지만,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때문에 해체될 운명을 맞고 있다.

13일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이 입수한 삼덕회계법인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면 1379억원의 이익이 나고, 즉시 가동 중단하면 3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다. 가동 중단 손실분 보전분까지 합치면 1778억원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이때 원전 이용률은 70%로 가정했다. 또 판매단가는 1kWh(킬로와트시)당 60.76원에 인상률은 0~1.9%로 상정해,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전 이용률은 36~40%라고 전망했다.


실제 2001~2017년 월성 1호기의 평균 이용률은 79.5%였고, 전력 판매 단가 역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평균 kWh당 63.8원이었다. 월성 1호기의 실적보다도 훨씬 불리한 조건을 적용해 계산했지만 거액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러나 2018년 5월 11일 산업부와 한수원, 삼덕회계법인이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한 뒤 경제성 분석에 필요한 전제 조건이 더 불리한 쪽으로 대거 바뀌었다. 최종 보고서에서 원전 이용률은 초안보다 10%포인트 하락한 60%로 가정토록 했다. 최종 보고서에서의 전력 판매 단가도 2022년까지 kWh당 48.78원까지 지속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때문에 손익분기점이 되는 원전 이용률도 최종 보고서에선 54.4%로 훨씬 높아졌다.

월성 1호기에 대한 경제성 지표를 이렇게 불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최종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급전직하했다. 계속 가동할 경우, 91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으로 둔갑했고, 즉시 정지할 때 315억원의 손실이 나는 것을 감안하면, 바로 세우는 것보다는 224억원 평가이익이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불리하게 평가했음에도, 최종 보고서에서도 초안보다는 크게 줄어들었지만 계속 가동이 즉시 정지보다는 이득이라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한수원은 이 보고서 내용조차 무시한 채 조기 폐쇄를 밀어붙였다. 한수원은 보고서를 이사들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계속 가동 시 1778억원 이득이라는 초안 분석 결과는 묻혔다. 국회의 요청에 따라 최종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긴 했지만, 각종 수치는 먹칠로 가렸다.

 


국회가 지난 9월 30일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과 한수원 이사들의 배임 행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 요구안을 의결,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가 감사 중이지만 원안위는 영구정지를 표결로 밀어붙였다. 원안위 회의가 소집되기 1주일 전 위원들에게 통보한 안건에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건은 포함돼 있지도 않았지만 뒤늦게 끼워넣었다. 당초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연말까지 나오게 돼 있던 것을 감안, 원안위가 이보다 앞서 결정을 내기 위해 무리하게 표결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유섭 의원은 "경제성 평가 전제가 갑자기 바뀌었다는 것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강행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경제성 평가에 대해 산업부가 지시·강요한 바가 없다"며 "평가 전제 변경은 한수원과 회계법인의 판단이었다"고 했다. 한수원은 "용역사가 자체적으로 경제성 평가 전제를 바꿨을 뿐 한수원이 요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덕회계법인은 보고서 첫 페이지에 "우리는 회사(한수원)에서 제시한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성 평가 업무를 수행했다"며 "자료의 진위 및 적정성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한수원이 제시한 자료를 그대로 썼다는 것이다.
안준호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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