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특별건축구역 특화설계안 인허가 불가"


서울시 "특화설계안은 인허가 안 해준다"


10% 내외 경미한 변경만 허용

"건설사 과당 수주 경쟁 원인

비용 결국 조합원에게 전가"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에서 아파트를 고급화하기 위해 특화설계하는 것을 금지키로 했다. 특별건축구역은 도시경관 보호, 창의적인 디자인 유도 등을 위해 서울시가 지정하는 구역이다. 이에 따라 용산구 한남뉴타운,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송파구 미성·크로바 진주 등 알짜 재건축·재개발구역에서 특화설계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에서 특화·혁신설계를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 방침에 따라 특화설계 포기를 추진 중인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한경DB




서울시 “혁신·특화설계 막을 것”

12일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한남3재개발구역 사례처럼 특별건축구역에서 특화·혁신설계를 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화·혁신설계란 기존 건축심의 내용의 10% 이상을 바꿔 단지를 고급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건설업체들의 소모적인 경쟁과 설계변경으로 발생한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 부담이 된다”며 “일반적인 건축심의뿐만 아니라 특별건축구역 내에서 행해지는 설계에 대해서도 주변 경관과의 조화 및 공공성을 고려하도록 적극 유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특별건축구역 제도를 재건축 사업장의 과도한 설계 변경을 방지하는 데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송파구 일대 재건축 단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잠실진주, 미성·크로바 등은 2017년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향후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전제로 사업 인허가를 진행했다. 이들 단지는 같은 해 12월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일단 피했다. 하지만 특별건축구역 지정에 따른 인허가를 다시 밟는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사업시행계획 변경 단계에서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설계안을 요구했다. 시공사를 선정하면서 도입한 혁신·특화 설계를 버리란 의미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서울시 요구를 반영한 건축심의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 조합은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제안한 특화설계를 대부분 제외한 설계변경안을 지난해 5월 제출했다. 또 지난달 서울시 요구에 따라 전용면적 59㎡ 이하 임대가구를 추가하고 도로변 인접 동(棟)의 최저 높이를 6층으로 낮추는 내용의 설계변경안을 다시 마련해 시에 제출했다. 미성·크로바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 제안을 받아들여 사업을 빨리 끝내는 게 낫다는 입장과 재산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9월 25일 서울시로부터 “특별건축구역에 준하는 설계를 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이 조합은 지난해 5월 사업시행계획 변경을 위한 건축심의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용적률을 기존 276%에서 300%까지 올리고 가구 수를 변경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위한 설계 변경을 요구하면서 건축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됐다. 서울시는 잠실진주가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먼저 받고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잠실진주 조합은 서울시 방침에 따라 건축위원회의 특별건축구역 지정 승인을 받기 위한 사전절차를 서울시와 협의 중이다. 설계변경 기간만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늘어났다. 이 조합 관계자는 “사업이 더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서울시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주까지 마친 상태에서 이주비 대출에 대한 이자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시공사 특화설계 대거 폐기될 듯”

서울시가 모든 특별건축구역에서 특화설계를 불허할 예정이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3구역,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등 총 19개 사업장이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고시돼 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인허가를 받은 단지들이 모두 설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특화·혁신 설계에 대해선 인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제시된 모든 특화설계안이 무용지물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특별건축구역은 계속 늘어날 수 있다. 특별건축구역은 건축심의 과정에서 특별소위원회 자문을 거쳐 지정될 수 있다. 서울에서는 300가구 이상 재건축 아파트면 구역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 부장은 “서울시가 부촌도 일반 동네 수준으로 설계할 것을 요구하면서 주거 수준의 하향 평준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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