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는 어떤 두부를 선택하나


[아무튼, 주말- 건축가의 단골] 

김대균 착착 건축사무소 소장





   서울 명동성당 옆 130년 된 건물을 고쳐 만든 '천주교 서울대교구 역사관', 전남 고흥 소록도병원 '소록도 작은미술관', '이상의 집' 레노베이션 등의 프로젝트로 주목받아온 건축가 김대균(45)씨는 "건축과 음식은 공통점이 많다"고 했다. "건축이 건축주·비용·땅 등 여러 관계를 파악해 잘 설정한 결과물인 것처럼, 음식도 식재료·요리사·식당 터 등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음식점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테이블이 세팅된 방식,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과 서빙되는 홀의 동선, 음식이 조리돼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 서빙하는 종업원의 말씨가 모두 음식 그리고 손님의 총체적 식사 경험에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김 소장이 건축가의 시선으로 선택한 단골이다.


서울 삼청동 ‘온마을’ 두부버섯전골(앞)과 서리태두부.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온마을

"매일 만드는 두부도 두부지만 반찬 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는 집이에요. 원래 사장님은 작은 멸치도 일일이 손으로 다듬어 멸치조림을 만들 만큼 디테일을 철저하게 챙기는 분이셨어요. 얼마 전 주인이 바뀌어 맛도 변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대로더라고요. 오래 일해온 종업원들에게 전(前) 사장님의 철저함이 그대로 이어졌더라고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두부와 정갈한 반찬.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준 밥상이 어렸을 적 그 맛 그대로일 때 같은 감동을 주는 식당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건축이라는 게 일상을 담는 그릇인데, 이 식당에서 일상의 중요성을 배운다"고 했다.


영일식당


과메기로 유명한 낙원동 영일식당/네이버블로그 abra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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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에게 장소가 중요하잖아요. 음식도 '테루아(terroir·땅이란 뜻의 프랑스어)'가 중요하잖아요.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디서 난 재료냐에 따라 깊이가 달라지죠. 음식의 테루아를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는 식당입니다." 서울 종로 3가 낙원상가 뒷골목에 있는 영일식당은 매일 경북 포항에서 올라오는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낸다. 잡어회가 특히 유명하다. 요즘 제철인 과메기를 서울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 손꼽힌다. 영일만 바닷바람을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완성된 과메기는 포항의 땅·바다·바람의 맛이 집약된, 그야말로 '음식의 테루아'가 농축돼 있다. 포항 지역 횟집들처럼 살짝 구워 내는 백고둥은 내장까지 버릴 게 없다.


아따블르

"한국에서 프랑스 레스토랑이 오래 못 가잖아요. 이곳은 제가 건축가로서 초창기였던 2003년에 설계했으니 벌써 17년 됐네요. 새 클라이언트에게 '제가 한 건 망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보여주는 집이죠(웃음)." 이제는 삼청동 터줏대감이 된 프랑스식 가정식 음식점. 주방을 설치하기 힘들 만큼 협소한 전통 한옥이라 내부를 온통 흰색으로 마감해 모던하면서 넓어 보이도록 했다. 점심과 저녁을 각각 '오늘의 메뉴' 하나로 제한한 것도 식재료 저장 공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는데, 음식값을 낮추는 효과도 거두었다. 그는 "음식이나 건축이나, 허례허식 없이 최소한의 것이지만 정성을 모았던 게 이 식당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 같다"고 했다.


한식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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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건축사무소 모토가 '인문학적 바탕 위에 보편적인 섬세함을 공간에 담는 것'인데, 조희숙 선생님도 한식에 대한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섬세하게 디테일을 챙기는 음식을 하세요. 국밥을 그대로 내는 대신 곰국에 쌀가루를 넣어 수프처럼 내지만 쌀밥에서 우러난 전분이 국물과 섞였을 때의 맛이 나도록 하는 식이지요." '한식의 대모' '요리사들의 요리사'로 불리는 조희숙 대표가 전통 한식을 창의적으로 풀어낸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판에서 별 1개(최고 3개)를 받았다. 한국 현대 건축에 큰 획을 그은 김수근이 운영한 건축사무소 공간 신사옥 4층에 있다.

조선일보 정리=김성윤 음식전문기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10/20200110022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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