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공시가 땜에 기초연금 못받네!/ 조세저항의 최전선 된 감정원


공시가 대폭 오르는 강남·마포, 기초연금 수급 탈락자 대거 나올듯


      정부가 내년에 9억원 이상 주택의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하기로 하면서 기초연금 탈락자가 대거 발생하고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연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내년도 주택 공시가격은 시세 9억원 이상인 주택 중에서 공시가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 위주로 많이 오르게 된다. 특히 서울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일부 지역의 시세 9억원 이상인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 20~30% 이상 오르고 다주택자 보유세는 50% 이상 상승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이문기 주택토지실장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부동산 가격공시 및 공시가격 신뢰성 제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시가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지역 건강보험료다. 지역가입자는 소득뿐 아니라 주택, 자동차 등 보유 자산 가치에 따라 합산 건보료가 부과된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작년 기준으로 768만 세대에 이른다. 이중 재산 건보료를 내는 가입자는 325만 세대다.




올해 1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가입자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재산보험료는 최대 13% 상승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 전문가는 "정부는 건보료 인상을 의식해 공시지가 상승의 영향이 적다고 하겠지만, 부동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 건보료도 덩달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토부 방안에 따르면 시세 16억 원짜리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전용 84.39㎡)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은 6억 8000만원에서 내년 11억8000만원으로 36.5%가 뛴다. 이를 적용해 건강보험공단의 지역가입자 건보료 계산 프로그램으로 건보료 인상폭을 분석해보면 건보료는 월 20만4280원에서 월 24만9560으로 약 22%(4만5280원) 인상된다. 연간으로 따지면 추가 부담액이 54만3000원이다. 은퇴한 뒤 정기적인 소득이 없어 최저보험료(1만3550원)을 내는 경우를 가정했을 때다.


공시지가 상승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공시가격이 30% 인상될 경우 건보료 평균 인상률은 약 4%로 월 최대 상승치는 2만7000원 정도"라면서 "지역가입자 재산보험료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고 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기존 기초연금 수급자가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하위 70%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탈락한 수급자만큼 신규 수급자가 나와 전체 숫자는 변동이 없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시가 9억원 이상 주택에 시행되는 공시가격 현실화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다만 공시가격이 급등한 지역에선 수급자가 대거 탈락하는 등 지역별 수급률 격차는 벌어질 수 있다. 공시가격이 대폭 오를 서울 강남구, 마포구, 서초구, 성동구 등에서 기초연금 수급 탈락자가 상당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상승이 각종 복지 혜택이나 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공시가격 상승과 연관된 복지제도 등 영향을 분석하고 보완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세종=최효정 기자 조선비즈 




조세저항의 최전선 된 감정원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민원에 시달린 공공기관은 한국감정원이다. 


토지·단독주택·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금 폭탄을 맞은 땅·집주인의 항의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주택 공시가격은 기초노령연금, 기초생활보장 등 복지 분야를 비롯해 각종 부담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한국감정원/인사이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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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모든 조세 저항은 일차적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고 발표하는 감정원으로 향했다.


이달 중 표본 단독주택의 공시예정가격 발표를 앞두고 또다시 집중포격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였을까. 감정원은 6일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부동산 공시가격 시스템 설명회 및 현장조사 투어`를 열었다. 공시가격 설명회는 감정원 개원 이래 50년 만에 처음이다. 요즘처럼 공시가격이 크게 관심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공시가격을 `건드리는 것`은 조세 저항을 부르기 때문에 모든 정부에 공시가격은 판도라의 상자 같았다. 이번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이면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감정원은 여느 기관보다 여론과 언론의 눈치를 많이 보게 됐다. 폐쇄적으로 운영했던 공시업무를 처음 공개한 것도 눈치 보기의 결과다.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실무진을 처음 만난 기자들은 계속 질문을 쏟아냈다. 하지만 답변은 한결같았다. 그동안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2016년 도입한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


감정원 직원이 공시가격 현장조사를 할 때 쓰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에는 `언론 보도 단지` 칸이 있었다. 좁은 모바일 화면에서도 그 칸은 해당 단지에 대한 기사 제목, 언론사, 작성 날짜 등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마치 이 아파트는 언론의 관심이 많은 단지이니 조심히 공시가격을 산정하라는 경고 같았다.


이달 중 표본 단독주택의 공시예정가격이 발표되고 앞으로 6개월간 감정원은 또다시 조세 저항을 받을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언론에 보도된 적 없는 주택 소유자라면 눈을 크게 뜨고 공시가격을 점검해야 한다. 자칫 공시가격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부동산부 = 박윤예 기자 yespyy@mk.co.kr]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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