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文정부’ 먼지 대책도 가짜다

김병직 논설위원

原電 탄소배출계수 0 가까워
미세먼지·탄소배출 동시차단

가능한 유일한 에너지원 꼽혀

묻지마式 원전 허물기는 暴政
대통령 ‘탈원전 아집’내려놔야
법적·역사적 책임 묻게 될 것


삼한사미(三寒四微) 계절이 왔다. ‘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의 이 말이 삼한사온(三寒四溫)을 대신하는 겨울철 대명사로 쓰인다고 하니 미세먼지의 위세를 실감케 한다. 12월 들어 ‘미세먼지 시즌제’가 시행되면서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내 운행이 통제되는 등 국민 일상에 적잖은 불편이 따르지만 대부분 묵묵히 감수하고 있다. 미세먼지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저감노력도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제시한 2030년 배출 목표치를 좀 더 야심 차게 상향했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인구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 4위로 ‘기후 악당’이란 오명까지 쓰고 있는 한국 입장에서 탄소배출 저감은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글로벌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그런데 미세먼지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와 액션 플랜이 총동원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내에서 거론 자체가 금기시되는 게 하나 있다. 원전(原電)이 그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이산화탄소 배출 계수(g/㎾h)는 태양광 54, 액화천연가스(LNG) 549, 석유 782, 석탄 991인데 원자력은 10에 불과하다. 이것도 보수적으로 추산한 것이고, 원자력의 탄소 배출 계수를 제로(0)로 평가하는 기관도 적지 않다. 과학자들이 원자력 확대를 ‘그린 뉴딜(Green New Deal)’이라 칭하며 인류 최대 위협인 기후변화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한 경쟁력의 에너지원으로 꼽는 이유다. 그런데도 문 정부는 멀쩡한 원전을 ‘적폐’인 양 낙인찍고, 원전보다 탄소 배출계수가 5∼50배 이상 높은 태양광과 LNG 사용을 대폭 늘려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니 문명사회에 이런 블랙코미디도 없다.

 


한국의 막무가내 탈원전 정책은 해외에서 보기에도 안타까운 모양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11월 26일 ‘온실가스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19’를 통해 “한국은 탈원전 정책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계속 추진한다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긴커녕 오히려 목표치보다 탄소 배출량이 15%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싱크탱크 원자력혁신동맹(NIA)은 11월 보고서에서 “한국이 원전을 적극 활용하면 2030년까지 2017년 탄소 배출량의 77%를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해외의 경고와 권고도 문 정부엔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고리1호기 퇴역식에서 노후 원전을 ‘세월호’에 비유하며 탈원전을 선언한 뒤, 탈원전 정책은 그 어떤 타협도 거부하는 좌파진영의 도그마가 됐다. 영국이 2035년까지 13기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등 주요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원전 활용에 매진하고 있지만 문 정부엔 ‘남의 일’이다. 현재 중단돼 있는 신한울 3·4호기 건설만 재개하더라도 한국 원전 생태계 붕괴를 피하면서 미세먼지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지만 ‘이념’이 ‘과학’을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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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의 과학적 지식으로 미세먼지와 탄소배출을 동시에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은 원전이다. 그런데 이런 원전을 배격한 채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논하고 탄소 배출목표 상향 운운하는 건 국민 기만이자 위선이다. 원전의 잠재적 위험성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 위험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해나갈 것인지 더 고민하고 노력하면 된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인한 외재적 위험과 방사능으로 인한 내재적 리스크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 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인지는 치열한 토론과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게 더 좋을지, 나쁠지 겨뤄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과학계와 산업계가 지난 60여 년간 피땀으로 일군 원전 신화를 5년 임기의 정권이 탈원전이란 답을 정해놓은 채 이론(異論)을 허용치 않고 허물겠다는 건 폭정이다. 이젠 문 대통령의 ‘탈원전 아집’에 대해 정부와 여권 내에서도 할 말을 해야 한다. 이런 책무조차 외면한다면 이로 인해 빚어질 참담한 결과에 대해 법적·역사적 책임을 묻는 날이 머지않아 반드시 닥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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