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재입찰 대신 제안서 수정으로 바뀐다/ "10년을 기다렸는데 또 늦춰지네요"… 한남3구역 조합원 '분통'



한남3구역 재입찰 대신 제안서 수정으로 가닥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이 입찰사 과열 경쟁에 대한 정부 수사 의뢰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조합이 위반 사항을 제외하고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등 건설 3사의 수정 제안서를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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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 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날 12명의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재입찰' '위반 사항을 제외한 수정 진행' 등 두 가지 대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조합은 재입찰보다는 시공사들의 위반 사항을 제외하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입찰 보증금 몰수와 재입찰 진행을 주장하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다음 달 초 대의원 회의에서 재개발 사업 방식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채성진 기자 조선일보


"10년을 기다렸는데 또 늦춰지네요"… 한남3구역 조합원 '분통'

    "10년을 넘게 기다렸는데 또 늦춰지게 생겼네요. 서울시가 사업비를 보조해준 것도 아닌데 왜 자꾸 발목만 잡는건지 모르겠습니다."(한남3구역 A조합원)

시공사뿐 아니라 조합까지 수사 의뢰할 수 있다는 정부와 서울시 ‘강공’에 부담을 느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공사가 제안한 것 중 위법한 사안을 배제하는 안과 아예 입찰을 다시 하는 방안 등을 놓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받기로 하는 등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두 방안 모두 사업이 지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28일 개최한 정기 총회에서 종전 입찰 시공사의 수정 제안과 재입찰 등에 대한 조합원 의견을 받았지만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이날 열리기로 했던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시공사 합동설명회는 취소됐다.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조합이 28일 개최한 정기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조합원들 모습. /김민정 기자



이날 총회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조합원 중에는 수정 제안을 받아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길 원하는 조합원이 많았다. 정부가 위법이라고 지적한 내용을 제외하고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사업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뿐더러 시공사의 입찰보증금 몰수 등으로 생길 갈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서다.

조합이 시공사 재입찰을 하기로 결정하면 기존 입찰이 무효화되면서 시공사의 입찰보증금 4500억원도 몰수된다. 이 경우 시공사가 입찰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조합을 상대로 소송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 만난 한남3구역 한 조합원은 "재입찰로 가게 되면 결국 사업만 지연된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입찰보증금을 몰수하면 결국 조합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며 "보증금을 보관한 상태로 입찰 자격을 유지해 다른 건설사도 추가 입찰을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증금을 몰수해 얻는 이익보다 재개발이 늦어지면서 생기는 손해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법 사항을 빼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에 ‘입찰 중단 및 재입찰’을 권고했기 때문. 김성보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이 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제안서를 제출했으니 이번 기회에 문제를 털고 재입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조합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 조합정관 변경의 건, 2019년 운영비 및 사업비 예산(안) 승인의 건 등 11개 안건 중 ‘제5호 조합정관 변경의 건’만 통과되지 않았다. 조합정관 변경의 건이 통과되면 한남3구역 조합은 ‘과반득표’한 업체 대신 ‘다득표’를 얻은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한다.



결국 현재로서는 시공사 선정이 어떻게 진행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조합이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사업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조합이 시공사의 제안서를 수정해 받는 방안과 재입찰 사이에서 고민하는 기간만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를 결정하는 절차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집행부 의견 수렴 이후 이사회 개최, 대의원회 개최, 조합 총회 결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조합은 이사회를 개최한 이후 절차별로 2~3주씩 시간을 둬야 한다. 결국 총회를 열고 시공사 입찰방안을 결정하는 데까지만 6~8주는 걸리게 된다. 이 때문에 시공사 선정에만 계획보다 6개월 정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조합원은 "조합에서는 6개월 안팎으로 지연될 거라고 말했다"며 "짧게는 3개월 정도가 늦춰질 거라고 하지만, 사업이 1년 정도 늦춰질지도 모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재입찰을 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가령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건설사들이 새로 입찰에 뛰어들 경우 새로운 설계안을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조합도 이런 건설사들의 제안을 하나하나 검토해야 한다. 사실상 시공사 선정 절차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셈이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은 지난 26일 한남3구역에 대한 특별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의 이주비 무료 지원, 고분양가 보장 등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한 조합이익 제공이라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민정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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