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실이 황당한 일을 했습니다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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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실이 황당한 일을 했습니다

2019.11.13

정부가 최근 북한을 탈출한 국민(적진을 탈출해 귀화를 원한 사람)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했습니다. 한 장교는 명령 체계를 따르지 않고 엉뚱한 비선(秘線)에게 보고했습니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을 몰래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영원히 베일에 가려졌을 수도 있었던 일이 언론의 안테나에 걸려 만천하에 다 드러났습니다. 만약 사후에 보도가 됐더라면 기자나 언론사가 ‘가짜뉴스’이거나 오보로 몰려 곤욕을 치를 뻔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어떤 이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촉발한 내용(범인 인도문제)보다 더 고약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합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북으로 보내진 국민은 최초 심문에서 우리나라에 살겠다고 귀순의사를 분명히 밝혔습니다. 적진을 탈출해 우리 국민이 되기를 희망한 것입니다. 이들은 동해상에서 어선을 타고 우리나라에 왔습니다. 정부는 세 명(한 명은 북한에 남았음)이 선장을 포함한 열여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 표현했지만 석연치 않습니다. 좁은 배 안에서 세 명이 열여섯 명의 목숨을 빼앗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송환된 두 명은 북한에서 예사 인물이 아닌 것은 틀림없습니다. 이들은 열여섯 명을 바다에서 살해하고 나서 당당하게(?)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배를 정박하고는 한 명이 내렸습니다. 까닭 모를 일이 발생했습니다. 두 명은 삼엄한 항만 경비와 항해 허가 절차를 무시했고, 해상 경비망도 가볍게 뚫었습니다. 선장도 없이 배를 몰고 곧장 남으로 넘어 왔습니다. 이들의 신분과 ‘살해당했다’는 열여섯 명의 신원이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이들의 한국행 출항은 분명 탈출입니다. 마지못해 북한 정권이나 북한군에 협조했더라도 부당함을 피해 나왔다면 의거입니다. 그리고 귀순을 희망하는 순간 우리 국민입니다. 우리 국민이기에 재판이란 절차를 거쳐서 처리했어야 마땅합니다.

송환 때는 판문점에서 북한군을 보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죽음을 예상했겠지요. 스물두 살, 스물세 살의 젊은 국민을 처형자(?)에게 도로 갖다 바친 셈입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결정한 일입니다.
이런 일련의 일을 군 최고 통수권자로부터 결재를 받았는지도 궁금합니다. 국가안보실은 명령기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안보실은 최고 통수권자를 보좌할 뿐입니다.

앞서 국방장관은 두 명이 송환되는 시각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강제송환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모든 군인은 명령복종과 즉시 보고가 전장(戰場)에서 지킬 기본 수칙이라고 교육받습니다. 즉 군인의 기본자세입니다. 직속상관이 명령을 내리면 즉각 행동으로 옮기고, 결과를 보고하라고 강조합니다. 보고는 성공과 실패에 관계없습니다. 성공했다면 효과를 권장해야 합니다. 실패했다면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실패했을 경우의 보고가 더욱 중요합니다. 상급부대에서 명령을 수정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군인의 직속상관에 대한 개념도 중요합니다. 군 내무반에는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직속상관의 직책과 성명(군에서 지겹도록 들은 ‘관등성명’)이 붙어 있습니다. 달달 외워야 합니다. 군인들이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고, 보고해야 하는가를 깨닫게 하는 평소의 교육입니다.
직제표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직속상관이기는 하지만 명령을 받고 실천하는 방안은 또 다른 내용입니다. 보통의 경우, 군인은 바로 위 단계의 명령자로부터 명령을 받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에는 예측할 수 없는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명령을 받는 체계와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순서가 바뀌면 바로 위 명령자에게 다른 명령을 받았다는 것을 보고해야 합니다. 명령내용과 절차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어야 ‘제대로 된 강한 군대’입니다.

청와대는 이참에 참모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모는 정확하게 판단하여 건의하고 오로지 돕는 역할만을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있었다면 반드시 근절해야 합니다. 지금껏 어정쩡한 상태로 내려온 것이 지금의 상황을 불러 일으켰을 수 있습니다. 비선에 눌렸던 부처와 기관들이 제대로 작동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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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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