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넓힐 생각말고 교통문제부터"... '주민 반대'에 얼굴 굳은 박원순


     "귀가 찢어질 듯이 구호를 외쳐도 65데시벨(db) 이하랍니다. 7분 외치고 3분 조용합니다. 이런데도 불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주민들은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광화문광장을 3.7배 확장하는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3일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주민들은 "주말마다 시위 때문에 버스가 안 다닌다" "도심 속 ‘섬 사람’이 된 주민들 먼저 생각 좀 해달라" "밤에도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잔다" 등의 불만을 쏟아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청에서 주민들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관련 현장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관련 지역주민 현장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앞다퉈 발언 기회를 신청했고, 대부분 항의성 발언을 이어갔다. 3시간여 동안 이어진 토론회 내내 박 시장은 굳은 표정으로 주민들 요구를 메모하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광장 집회하는 시민들에게만 돌려줬다"

주민들은 "광화문광장을 넓히는 문제보다 이 일대 심각한 교통문제부터 해결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부암동 주민 A씨는 "부암동은 가두리 (양식장)"이라며 "열악한 교통 문제부터 해결하고 광화문광장 확장 공사를 시작해달라"고 했다. 사직동 주민 B씨도 "종로구는 주차장은 적어 갓길주차가 기승이어서 등·하굣길 아이들 안전이 늘 걱정"이라며 "광화문 광장 조성 이전에 주민들의 교통안전 대책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특히 주말이면 수만명씩 몰려드는 집회·시위에 대한 우려도 컸다. 삼청동에 40년째 살고 있다는 C씨는 "집회나 시위 때문에 딱 한대 있는 종로11번 마을버스마저 못 다니고 있다"면서 "이곳 주민들은 외출하려면 ‘빙글빙글 쇼’를 하느라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다. 사직동 주민 D씨는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은 맞지만, 문제는 집회에 참가하는 시민들에게만 돌려주는 꼴이 된다는 것"이라며 "실제 광화문광장 주변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주민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토론회장 곳곳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맞습니다" 하고 고함치는 이들도 있었다. 한 주민은 "암 걸려 죽으면 집회하는 사람들 때문인 줄 알라"며 격앙된 모습도 보였다.


지난 8월 28일 청와대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집회·시위를 자제해달라며 침묵행진을 하고 있다. /조선DB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삼청동을 찾았다. 박 시장 뒤로 삼청동 주민들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 결사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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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주민들의 의견을 일일이 메모했다. 머리를 끄덕이거나 긁적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주민들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굳은 표정으로 듣기는 했지만, 따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게 무슨 토론회냐" "이럴거면 왜 불러모았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사직동에 사는 한 주민은 "토론회인데 서로 의견을 주고 받아야지, 듣기만 할거면 왜 이런 자리를 만들었냐"면서 "이 많은 주민들 이야기를 언제 다 대답해주실 거냐. 시장님 답변을 듣고 싶다"고 했다.


"지난 3년 동안 시민·전문가들과 많이 이야기를 나눠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러분들 이야기를 들으니 아니었네요. 지금은 광화문광장 확대 반대하는 플래카드 많이 붙어있지만, 합의 과정 잘 만들어내 '우리 같이 하자'라는 찬성의 플래카드가 붙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주민들 요구에 답변을 미루던 박 시장은 10여분 동안 마무리 발언을 하면서 "더 노력하겠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했다.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 조감도/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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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로 결제하려던 박 시장, "안된다"는 말에 ‘민망’

박 시장은 토론회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부터 청운효자동과, 부암동, 평창동 등을 찾아가 주민들을 만났다. 이들 역시 광화문광장 확장에는 한결같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집회 열렸다 하면 지하철 환승을 네번이나 해야 한다. 이동권을 잃어버렸다" "16차선을 10차선으로 줄인지 얼마나 됐다고 광장을 또 넓히나" 며 반발했다.




통인시장을 찾았을 때는 상인들이 "장사가 너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 채소 가게에서는 "장사는 잘되시냐"고 물으니 "싸게 내놔도 팔리지가 않는다"고 했다. 달고나 가게에서는 상인이 먼저 "시위 때문에 피해가 많다"고 하자, 박 시장은 "피해가 많네요. 달고나 한번 맛 볼게요"라고 했다.


박 시장은 통인동의 한 제과점에서 양갱을 집어들고서 "제로페이로 결제되죠?"라고 물었다가 "최근 리모델링을 한 뒤 아직 설치를 못했다"는 주인 답변에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제로페이가 돼야 이걸 살 수 있는데..."하면서 돌아섰다. 결국 다른 빵 몇가지를 골라 보좌관이 건넨 신용카드로 다시 결제했다.

권오은 기자 이은영 기자 정민하 기자 조선일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3/201911030137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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