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노벨 과학상 이야기 [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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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노벨 과학상 이야기

2019.10.22

10월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고 있는 노벨상 수상자가 선정되어 발표되는 달입니다. 올해로 제119회째를 맞이하는 노벨상의 수상자가 10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그리고 14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마감되었습니다.

시상식은 노벨의 사망일을 기념해 12월 10일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되며, 평화상의 시상식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개최됩니다. 시상식에서 수상자는 수상자의 모국어로 소개되고 추천사는 스웨덴어로 진행되며, 스웨덴 국왕이 시상을 합니다. 수상자는 수상 후 6개월 이내에 수상 업적에 관한 강연을 할 의무가 있으며, 강연 내용의 저작권은 노벨재단에 귀속됩니다.

2019년 노벨 과학상의 수여 내역을 살펴보며,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외에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과학계의 현주소를 돌아봅니다.

7일 발표된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윌리엄 케일린(William G Kaelin Jr, 62세) 교수,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학스쿨의 그레그 서멘자(Gregg L Semenza, 63세) 교수 및 영국 옥스퍼드대 프란시스 클락연구소의 피터 랫클리프(Peter J Ratcliffe, 65세) 박사입니다. 이들은 인체 내 세포가 산소의 농도에 적응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저산소증 유도인자인 'HIF-1'의 유전자 기능을 밝혀내 빈혈이나 암 등 혈중 산소 농도와 관련된 질환의 치료법 개발의 기반을 마련한 공로로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의 생리‧의학상은 면역세포를 도와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의 원리를 발견한 학자들이 수상했습니다.

8일 발표된 물리학상은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임스 피블스(James Peebles, 84세) 명예교수,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Michel Mayor, 77세) 명예교수와 디디에 쿠엘로(Didier Queloz, 53세) 명예교수가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우주 진화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이론적인 해명과 함께 외계 행성을 발견한 업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의 물리학상은 레이저광을 이용해 아주 작은 입자를 포획하는 광학집게 기술의 개발로 의학‧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고도정밀기기 개발에 기여한 학자들이 수상했습니다. 지난해의 물리학상에서 특이한 일은 스트릭랜드 교수가 마리 퀴리(1903년)와 마리아 괴페르트 메이어(1963년)에 이어 55년 만에 세 번째 여성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애슈킨 박사가 96세로 역대 최고령 노벨상 수상 기록을 세운 것이었습니다.  

9일 발표된 화학상은 미국 텍사스대 존 굿이너프(John B Goodenough, 97세) 교수, 미국 뉴욕주립대 빙엄턴캠퍼스의 스탠리 위팅엄(M. Stanley Whittingham, 78세) 교수, 일본 메이조대학 요시노 아키라(Yoshino Akira, 71세) 교수가 리튬 이온 배터리 발명 및 개발 공로로 선정되었습니다. 2018년에는 진화를 기반으로 한 유전적 변화와 선택의 원칙을 단백질 개발에 이용함으로써 인류에게 유익한 바이오연료와 의약품 개발에 기여한 학자들이 수상했습니다. 당시 아놀드 교수는 마리 퀴리(1911년), 아다 요나트(2009년) 등에 이어 역대 다섯 번째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금년 화학상 수여에서 특이한 점은 97세로 수상한 굿이너프 교수가 2018년 96세로 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 벨연구소의 애슈킨 박사의 나이보다 한 살 많아 역대 최고령을 갱신한 것입니다.  

과학상 수상자들의 평균 나이를 살펴보면 생리‧의학상 수상자 63.3세, 물리학상 수상자 73.1세 그리고 화학상 수상자의 경우 82.0세로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51명의 수상 시 연령 분포가 70대(46명, 30.46%), 60대(42명, 27.81%), 50대(30명, 19.87%), 80대 이상(22명, 14.571%) 순으로 60대 이상이 72.8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10년간 노벨 과학상 수상자들이 수상에 이르기까지 연구에 몰두한 시간은 평균 31.4년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는 노벨상 수상을 위해서는 특정 관심 분야 연구에 장기적으로 몰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 환경과 함께 연구자의 처우 개선을 통한 연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웃 일본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는 1949년에 유카와 히데기가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래 2018년의 물리학상에 이어 올해도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으로 모두 24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여했을 뿐 아직까지 다른 분야의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우선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지원정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연구 결과에 대한 단기적 성과 위주 평가 제도가 개선되어 양(量) 중심이 아니라 질(質)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연구 환경 조성도 필요합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와 함께 남다른 생각으로 발상을 전환하는 교육풍토 조성으로 우리나라에서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와 ‘과학입국’의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는 날이 기다려집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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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방재욱

양정고. 서울대 생물교육과 졸.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유전학회, 한국약용작물학회 회장 역임. 현재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총 대전지역연합회 부회장. 대표 저서 : 수필집 ‘나와 그 사람 이야기’, ‘생명너머 삶의 이야기’, ‘생명의 이해’ 등. bangjw@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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