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제치고 "34평형 분양가 24억"…상한제 1순위 후보 이곳

“34평형 분양가 24억원 받아드립니다.”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 제시

이주비 대출 LTV 70~100% 경쟁

주택시장 자극하고 가계 대출 급증


    “집값 100%만큼 이주비 지원합니다.”

 

2017년 하반기 주택시장을 달궜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공사 과열 수주전이 강북 재개발 사업장에서 재연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규제로 현금·고가 선물은 사라졌지만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금전적 이득을 두고 경쟁하는 ‘돈 전쟁’은 그대로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한남뉴타운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제시한 내용.

 

금품·이사비·재건축부담금 등 직접적 금전 제공이 분양가 보장, 이주비 지원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바뀌었다. 수주전 과열은 정비사업 기대감을 높여 분양가와 집값을 자극한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한남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한남3구역의 시공사 입찰이 있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규모가 2017년 초미의 관심을 끈 역대 최대 정비사업장이라는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1,2,4주구(이하 반포1단지)에 못지않다. 



 

건립 가구가 5800여가구이고 조합이 제시한 입찰 예정가격이 1조9000억원이다. 반포1단지가 5300여가구, 공사비 2조6000여억원이다.

 

한남3구역 입찰에 반포1단지에서 맞대결을 펼친 현대건설·GS건설과 대림산업이 참여했다.  

 

GS건설이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 보장을 제시했다. 업계도 놀란 고가다. 지금까지 강남 최고 분양가가 3.3㎡당 4800만원 선이다. GS건설은 같은 한남동에 있고 국내 최고가 고급주택으로 꼽히는 한남더힐 시세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실현되기 쉽지 않은 분양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해 한남더힐 옆에 비슷한 규모의 고급주택인 ‘나인원 한남’의 분양가로 허용한 한도가 4700만원대였다. 



 

그때보다 HUG 분양가 제한이 더 깐깐해졌다. HUG가 허용하는 분양가가 주변에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으면 앞서 분양해 아직 준공하지 않은 단지 분양가의 105% 혹은 공사 중인 아파트가 없을 경우 마지막으로 분양한 단지의 분양가에 해당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을 적용한 금액 이하다. 

 

용산 최고 분양가 3.3㎡당 3630만원 

용산에서 마지막으로 분양한 대단지가 2017년 7월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다. 3.3㎡당 3630만원었다. 내년 8월 입주예정이다. 

 

한남3구역은 시공사 선정 후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주·철거 등을 거쳐 일반분양하는데 앞으로 2년 이상 걸릴 것 같다. HUG 규정대로라면 앞으로 용산 집값이 많이 올라도 분양가를 3.3㎡당 5000만원 넘게 받기 어렵다.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가 분양한 2017년 7월부터 지금까지 용산 집값 상승률이 11%다.  



 위치도


업계는 GS건설이 HUG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본다. 공정 80% 이상에서 HUG 분양 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어 분양가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정부가 이달 말 강화하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 후 집값 상승을 주도하면서 일반분양 예정물량이 많거나 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한 후분양 단지가 확인되는 시·군·구에서 정비사업 이슈가 있고 일반분양물량이 확인되는 동을 선별해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8·2대책 후 지난달까지 용산구 집값 상승률이 11.06%로 서울(평균 7.45%)에서 마포(11.45%)에 이은 두 번째다. 한남3구역이 5개 구역으로 이뤄진 한남뉴타운 첫 분양 예정 사업장이어서 한남3구역의 분양가가 한남뉴타운 분양가의 기준이 된다.

  

한남뉴타운이 민간택지 상한제 1순위 후보로 안성맞춤인 셈이다. 한남뉴타운이 들어서는 동은 한남동·보광동·이태원1동·동빙고동이다.  


한남3구역이 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을 넘기 어려울 것 같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 갈현1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현대건설이 제시한 '3.3㎡당 2600만원'도 현실적으로 받기 어려운 금액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같은 은평구 내 응암동 '힐스테이트녹번역' 분양가가 3.3㎡당 1900만원대였다. HUG 규제를 받으면 2100만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 추가분담금 억대 감소 

건설사의 높은 분양가 보장은 간접적으로 조합원에게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주는 것이다. 일반분양가가 올라가면 일반분양 수입이 늘고 그만큼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줄어든다. 대우건설이 경기도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가를 후분양으로 3.3㎡당 600만원가량 올리면서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가구당 9000만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남3구역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 더 올라가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2억5000만원 정도 감소한다. 

 



정비사업 분양가 상승은 집값을 올리는 불씨다. 추가분담금이 줄어들어 사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면 매수자가 그만큼 이익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 주인이 집값을 올린다. 과천주공1단지 분양가가 오른 뒤 과천 집값이 들썩거렸다.   


한남뉴타운 개발 예정지(왼쪽)와 사업승인 받은 한남3구역 조감도.


고분양가 보장은 건설사 입장에선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분양가가 3.3㎡당 7200만원 밑으로 내려가면 차액만큼 책임져야 한다. 3.3㎡당 3000만원 더 낮을 경우 GS건설이 떠안아야 하는 돈이 1조원이다. 공사비의 절반 정도나 되는 금액이다.

 

이번 한남3구역 입찰에서 눈길을 끄는 다른 파격적인 조건이 이주비다. 이주비는 조합원이 재개발 공사 동안 임시로 거주할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명목으로 빌리는 돈이다. 기존 집의 감정평가금액 기준으로 대림산업이 LTV(담보인정비율) 100%, GS건설 90%, 현대건설 70%(최저 5억원)를 제시했다.  

 

재개발 이주비 제한 없어 

지난해 9·13대책을 통해 이주비 대출 한도가 40%로 제한됐다. 다만 재개발은 추가로 건설사에서 지원할 수 있다.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재건축보다 낡은 단독주택·다세대가 몰려 있는 재개발에 영세한 주민이 많다는 이유다.

 



건설사들이 이런 허점을 이용해 대출액을 늘린 것이다.   

 

불법 대출 우려도 있다. 건설사는 이주비를 지원하더라도 조합이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금리 수준으로 유상 지원만 할 수 있게 돼 있다. 갈현1구역 입찰에 현대건설이 'LTV 80% 무이자 대여'를 약속했다. 


지난해 9·13대책에 따라 다주택자는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한다. 건설사들이 이주비가 아니라 사업비 등 다른 명목으로 다주택자에게 이주비를 우회적으로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이주비 대출은 가계 부채를 악화시킨다. 이주비 중 상당한 금액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실제로 이주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보다 이주비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다른 데 거주하는 집이 있고 재개발 주택을 임대할 경우 더 많이 남는다. 재개발 주택이 낡아 임대료가 저렴하다. 5억원을 이주비로 받아 5000만원을 전세보증금으로 돌려주면 4억5000만원이 남는다. 이주비는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지만 저금리여서 투자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한남3구역에서 풀리는 이주비가 3조~4조원은 될 것 같다.  


현대건설이 갈현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제안한 이주비 무이자 조건.


한남3구역 임대주택 건립도 도마 위에 오를 것 같다. 대림산업은 임대 '0' 가구 고급 프리미엄 아파트를 내세웠다. 재개발 단지는 재건축과 달리 임대주택 건립이 의무화돼 있다. 전체 건립가구수의 15%다. 한남3구역이 사업승인 받은 재개발 건립 계획에도 전용 39~54㎡ 876가구(15%)가 임대주택으로 포함돼 있다. 



 

정부가 2017년 강남 재건축 수주전 과열을 겪고 강도 높은 시공사 선정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수주전이 정부 기대와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다. 

 

반포1단지 수주전 뒤인 2017년 10월 국토부는 “시공사 선정 제도 전반에 걸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며 “앞으로 건설사는 시공사 수주 경쟁 과정에서 이사비 등의 금전 지원이 아니라 시공 품질을 높이고 공사비를 절감해 조합원의 분담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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