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 확대 없으면 국가채무 급격히 증가할 것"

"단기로는 재정·통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유지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정부의 중장기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하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각각 2.0%, 2.2%인 상황에서는 확대 재정이 맞는 처방이지만, 세입 확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향후 국가채무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경고했다. "중장기적으로 세입증가 없이는 재정정책 유지가 어렵다"는 게 IMF의 지적이다. IMF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해 세입 확보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MF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IMF본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창용(왼쪽 두번째)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이 18일 미국 워싱턴DC IMF 본부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조귀동 기자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은 "올해 아시아 지역 경제는 4월 전망보다 0.4%포인트(P) 낮은 평균 연 5.0% 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주요 교역국의 성장 감속(減速)으로 제조업 생산, 투자, 교역, 성장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심각한 성장 둔화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IMF는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 대비 각각 0.6%P 낮춘 2.0%, 2.2%로 조정했다. 중국은 각각 올해는 4월 대비 0.2%P 낮춘 6.1%, 내년은 0.3%P 낮춘 5.8%로 각각 예상했다.


IMF는 "재정 및 통화 정책이 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한국과 태국의 경우 재정 여력이 있다"며 "재정 정책이 경기 하방 압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한국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생산, 소비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 민간 부문에서 성장을 뒷받침할 원동력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재정정책이 경기 부양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국장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수준이 제 궤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재정정책은 어디에 쓰느냐가 중요한데 한국은 (통합재정수지 기준) 적자 재정 규모가 GDP(국내총생산)의 1.3% 수준으로 기업 투자 지원, 직업 훈련에 재원이 투입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IMF는 정부가 세입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국장은 "중장기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은 세입 증가 없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세입 확보를 중장기 재정정책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사회복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며 "세입을 늘리지 않을 경우 국가채무가 급격히(rapid)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적으로는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책을 펴야하지만, 동시에 재정 수지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IMF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재정 정책에 대해 세입 확보를 본격적으로 주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의 증세(增稅) 추진을 권고한 것이다. 케네스 강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의 재정정책을 묻는 질문에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IMF가 한국 정부에 세입 확보 및 중장기 세입·세출 균형 확보를 주문한 것은 2020년 이후 국가 채무 증가폭이 대폭 늘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8월 말 발표한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중앙정부 부채·D1 기준)는 37.1%로 작년(36.0%)보다 1.1%P 늘어나는데, 내년에는 39.8%로 2.7%P 높아진다. 




2021~2023년에는 각각 2.3%P, 2.1%P, 2.2%P씩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재정적자가 이어지면서 해마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2%P 이상 높아지게 됐다. 2000년 이후 국가채무가 매년 평균 1.0%P 안팎으로 늘어나던 안정적인 부채 관리 기조에서 이탈한 것이다.

워싱턴DC=조귀동 기자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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