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关系(관시) 때문에 당혹스러운 중국 [신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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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关系(관시) 때문에 당혹스러운 중국

2019.10.16

체코의 수도 프라하 시가 중화인민공화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라하 시와 베이징 시가 체결한 자매결연을 파기한다고 지난주 발표했습니다. 베이징 시도 이틀 뒤 프라하와의 자매결연을 해제한다고 되받아쳤습니다. 프라하 시는 기다렸다는 듯 “우리는 정치 사안이 아닌 문화적 교류에 치중할 방침”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중국이 자주 이용했던 정교분리(政交分離) 즉 정치와 교류를 분리한다는 원칙을 앞세웠습니다.

그간 두 도시 간의 불협화음이 간간히 흘러나오기는 했습니다. 중국은 그러나 프라하 시로부터 이런 모욕을 당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세계를 향해 은근히 고개를 곧추세우던 중국이 프라하 시로부터 뒤통수를 한 대 힘껏 얻어맞은 것이지요.

중국은 지금껏 모든 국가에게 외교 관계 수립의 전제조건으로 ‘하나의 중국’을 내세웠고,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디밀었습니다. 그간 잘 통해왔습니다. 중국 외교당국이 당혹해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베이징 시가 일격을 당했는데 중국 정부가 나섰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체코 주재 중국 대사관)는 프라하 시에게 “신의를 저버렸다”고 항의했습니다. 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것은 중국의 주권 및 영토 보전, 핵심이익과 관련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더하여 “공인된 국제 관계의 준칙이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공통 인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프라하 시를 상대로 전면에 나선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즈데넥 흐리브 프라하 시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 프라하 시가 개최한 중국 관련 행사 때마다 사사건건 충돌했습니다. 흐리브 시장은 지난 3월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교류 확대를 논의했습니다. 프라하 시는 또 중국의 역린(逆鱗)을 건드렸습니다. 티베트 독립 봉기 60주년 기념일에 프라하 시 청사에 티베트 망명 정부의 깃발을 게양했습니다. 동시에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를 프라하 시로 초청했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지난 7월 프라하 시의 외교사절 모임에 대만 외교관도 초청했습니다. 프라하 시민혁명의 상징이며, 반(反)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레넌 벽을 홍콩에도 세웠습니다.

중국 정부가 발끈했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이 프라하 시에 “정책을 바꾸길 충고한다.”고 미리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예상대로 각종 보복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올해 봄 예정되었던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중국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뒤이어 베이징 시가 프라하와 “일체의 관방 교류를 잠정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도시간의 갈등에 국가가 나섰다가 체면을 구긴 것을 알았는지 이 내용은 베이징 시가 발표했습니다.

중간에서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만 곤란하게 됐습니다. 그간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했는데, 이제는 중국의 앙갚음을 걱정합니다. 덩치 큰 중국이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일을 할까봐 전전긍긍입니다. 현재 운항 중인 체코-중국 직항 노선을 다른 나라로 돌리고, 협상 중인 노선은 아예 취소될지도 모른답니다. 그 밖에도 각종 지원과 투자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내놓았습니다.

중국이 발끈한 실제 이유는 다른 것입니다. 프라하 시가 대만의 타이베이 시와도 자매결연관계를 맺고 있어 늘 불만이었습니다. 드러내 놓고 불만을 나타낼 수 없었습니다. 속으로만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하지만 프라하 시가 협정문에서 하나의 중국이란 문구를 빼자고 하자 더 이상 인내할 수 없었습니다.

흐리브가 이처럼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받은 충실한 ‘중국 전통의 관시(關係) 교육’ 때문입니다. 흐리브는 의대 재학 중 교환학생으로 대만에 갔습니다. 거기서 중국의 관시가 갖는 의미를 정말 잘 배웠습니다. 대만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지요.

중국은 공자학당을 내세워 세계 각국에 유교 문화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가르친 신의(信義)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지요. 중국이 프라하 시에게 공자의 신의를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습니다. “새 친구” 때문에 “옛 친구”와 단교한 우리나라의 얕았던 식견을 프라하 시에 비추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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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신현덕

서울대학교, 서독 Georg-August-Universitaet,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몽골 국립아카데미에서 수업. 몽골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 방어. 국민일보 국제문제대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경인방송 사장 역임. 현재는 국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서독은 독일보다 더 크다, 아내를 빌려 주는 나라, 몽골 풍속기, 몽골, 가장 간편한 글쓰기 등의 저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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