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바이오산업에 믿고 투자할까

    지난 9월 23일 바이오업계에 비보가 ‘또’ 날아들었다. 


코스닥에 등록된  바이오주 가운데 시총 3위인 헬릭스미스(구 바이로메드)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 후보 물질 ‘엔젠시스’의 글로벌 임상3상 톱라인 결과 발표를 연기한다는 소식이었다. 


9월 말 발표 예정이었던 임상3상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엔젠시스를 사용하지 않은 위약효과 그룹의 일부 환자 혈액에서 검출되지 않아야 하는 엔젠시스가 검출된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임상3상 환자에서 위약과 임상대상 약물의 혼용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라젠 주가. 최고가 10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1/10토막이 났다/다음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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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가장 먼저 들었던 궁금증은 헬릭스미스의 주식 보유 현황에 대한 변화 여부였다. 기대감을 모았던 국산 바이오신약의 임상3상 악재를 공식 발표하기 전 헬릭스미스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처분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의구심은 현실이 됐다. 헬릭스미스 오너 일가가 임상3상 관련 악재 공시 전 지분을 대거 처분하면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악재 공시 전 17만원대였던 헬릭스미스 주가는 공시 후 7만원대로 내려앉았고 주가가 폭락하기 전 헬릭스미스 오너와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매도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릭스미스 측은 내부 정보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했으며 임상 관련 공시 전 주식 매도가 이뤄진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세간의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헬릭스미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금융당국의 정확한 조사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의도한 것이든 우연이든 오너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대주주가 악재 공시 전 주식을 매도 처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임상3상 악재 공시를 접하고 오너의 주식 처분 현황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른바 ‘학습효과’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3~4년 전 수조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에 큰 획을 그었던 한미약품을 기억한다. 2016년 10월 한미약품은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공시가 있기 전 일부 임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한 것으로 밝혀져 곤욕을 치렀다. 


당시 바이오 업계에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방안이 집중 검토됐다. 업계 내부에선 자정하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3년이 흘렀고 지난 8월 초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간암치료 3상 시험중단 권고 발표가 나오면서 이같은 노력은 무색해졌다. 발표 한달 전 신라젠 임원이 펙사벡의 시험 중단 관련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약 88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3년 전 학습효과가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임상 실패가 흔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신약 개발에 성공할 확률은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희박하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업계는 임상 실패만큼이나 미공개 정보 활용을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흔하게 나온다. 그 결과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과 바이오 업계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5월 22일 빅데이터와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2025년까지 연 4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청와대가 비메모리 반도체와 미래형 자동차, 바이오를 세계시장 선도 3대 분야로 정하고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힌 데 따른 구체적인 계획이다. 


혁신성장 분야로 떠오른 바이오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업계의 노력, 투자자들의 투자가 함께 뒷받침해야 성장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 신라젠, 헬릭스미스 등 최근 잇따른 악재가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엇박자’를 내고 있지만 바이오산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혁신성장 분야다. 미공개 정보 활용 의혹으로 혁신성장 핵심 분야로 떠오른 바이오 산업 투자에 누가 찬물을 끼얹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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