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화의 생활건축] 


     ‘장수명 주택’이 있다. 100년의 수명을 목표로 하는 주택이다. 정부의 아파트 연구과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둘 중 하나는 아파트에 사는데, 아파트의 수명은 짧다. 30년이 지나면 노후 및 안전 문제로 재건축 대상이 된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연구의 핵심은 튼튼하면서 쉽게 고쳐 쓸 수 있는 아파트 짓기다. 2014년부터 올 12월까지 진행되는 연구를 위해 총 209억7000만원의 연구비가 책정됐다. 오래 쓰려면 잘 고쳐 써야 하는데 아파트 수리가 쉽지 않다. 우리 주거 문화 및 건설 방식 탓이다.




집수리가 발달한 서구의 경우 습식(시멘트)이 아닌 건식으로 짓는 집이 많다. 배관이 노출되어 있어 고장 나면 갈아 끼우면 된다. 한국은 습식온돌을 써서 난방 배관이 시멘트 바닥 속에 있다. 배관이 고장 나면 바닥을 다 깨야 한다. 내 집 바닥이 아랫집 천장이 되는 아파트에서 어려운 공사다. 화장실의 각종 오수 배관도 아랫집 천장 속에 있다. 역시 고장 나면 아랫집 천장을 뜯어야 한다. 벽식 구조인 탓에 벽을 허물어 공간을 바꿀 수도 없다.


지난달 25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장수명 주택 ‘세종 블루시티’. [사진 LH]

 

장수명 주택에는 건식온돌을 설치했다. 오수 배관을 각 가구의 벽체 안에 뒀고, 벽 구조를 기둥 구조로 바꿨다. 배관 수리도 공간 개조도 쉽다. 그런데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건설사들은 비용 상승을 탓한다. 지금까지 아파트는 대량 생산·공급 체제의 선봉에 서 있었다. 새로운 틀을 만들려면 돈이 든다. 더욱이 가변형 벽체의 경우 건설사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먼저 시도했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한국에는 생애주기 변화에 따라 고치고 바꿔 쓰는 아파트 문화가 없다. 이사가 일상이다. 임차인은 임차 주기에 따라 집을 옮기고, 소유주는 ‘재테크 노마드’의 삶을 택한다. 더 좋은 지역의 더 괜찮은 아파트로 계속 갈아타야 돈 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주거 문화에서 장수명 주택이 정착할 수 있을까. 건설 방식을 넘어선 해법이 필요하다.

한은화 건설부동산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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