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공격 무력 진압 홍콩시위 다시 격화조짐...고등학생 중태, 인니 기자 실명


홍콩시위 다시 격화조짐 "실탄공격, 피로 갚겠다"

실탄부상 10대 고교생 중태
시위대 격앙…화염병 투척도

경찰 "폭력시위에 정당방위"

2일 홍콩 서카오룽 법원 빌딩 인근에 모인 홍콩 시위대가 전날 시위에 참가한 고등학생에게 실탄을 발사한 진압 경찰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이날 시위대는 지난달 29일 집회에서 경찰에 체포돼 폭동죄로 기소될 96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 연합뉴스]



반중(反中) 홍콩 시위 사태가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시위에 참여한 10대 고등학생이 홍콩 경찰이 쏜 실탄을 맞고 중상을 입자 시위대는 "피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격분했다. 특히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을 맞은 1일 중국 본토에서는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가 연출된 반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7주째 이어지는 홍콩에선 '국경절 애도 시위'가 벌어져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께 홍콩 췬완 지역에서 시위에 나섰던 18세 남학생이 경찰에게 총격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규모 홍콩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9일 이래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실탄을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 영상에 따르면 한 시위자가 경찰을 향해 쇠막대기를 휘두르려 하자 경찰이 이를 피하는 과정에서 시위자 흉부 쪽으로 총을 발사했다. 고등학생이었던 이 시위자는 폐 부분에 총알이 박혀 인근 병원에서 탄환 적출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도중 실탄을 맞은 고등학생. 현재 중태다/데일리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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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 사건은 시위대와 경찰 간 극심한 충돌 속에서 발생했다. 사건에 앞서 홍콩 시위대는 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인 1일을 '애도의 날'로 칭하고 이날 오후 2시 코즈웨이베이 빅토리아공원에서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펼치려고 했다. 시위대가 중국 국경절을 애도의 날로 정한 이유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도 중국이 홍콩의 민주 가치를 훼손하고 '홍콩의 중국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데 대한 반감 때문이다.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불허했지만 시위대는 거리행진을 겸한 시위를 강행했다. '국경(國慶)은 없다. 국상(國喪)만 있다'란 주제로 행진한 시위대는 홍콩 정부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 지역과 금융 중심지구인 센트럴까지 진격했다. 오후 3시가 넘어서는 시위대가 삼삼오오 흩어지며 웡타이신, 사틴, 췬안 등 13곳에 이르는 지역까지 다다랐고,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그러다 오후 4시께 경찰이 실탄을 발포해 고등학생이 중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홍콩 송환법 반대 시위를 취재하던 인도네시아 기자가 홍콩 경찰이 쏜 의문의 발사체에 오른쪽 눈을 맞은 후 영구 실명에 처하게 됐다./자카르타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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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경찰은 "시위가 어느 때보다 폭력적인 양상을 띠었다"며 "생명에 위협을 느껴 발포한 것"이라고 정당방위 논리를 폈다. 경찰 성명에 시위대는 격분했다. 시위대는 "학생 심장을 향해 총을 쏜 것은 살인이나 다름없다"며 "경찰은 피의 빚을 졌고, 우리는 반드시 피로 대갚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홍콩 경찰은 경찰력 6000여 명을 투입해 시위 대응에 나섰다. 이에 시위대는 시내 곳곳에서 중국 공산당의 홍콩 통치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전단을 뿌리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상화를 불태웠다. 



경찰이 최루탄을 쏘며 시위자들을 체포해 연행하는 한편 카오룽 반도에서는 시위대가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지기도 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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