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수리온 추락헬기 정부 소송 패소


[단독] 정부, KAI 수리온 추락헬기 170억원대 손배소 졌다

    정부가 첫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17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소송 제기 2년 반 만에 나온 결과다. 방위사업청은 노후 군용헬기를 대체하기 위해 1조29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수리온을 개발했지만 2015년 추락 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 논란에 시달려 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진상범)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리온 제조사 KAI와 엔진 개발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삼성테크윈)에게 171억여원을 손해배상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KAI와 체계 개발계약을 맺고 2006~2012년 수리온 개발을 진행했다. KAI는 2012년 9월~2013년 12월 헬기 24대 순차 납품을 시작으로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KAI는 이 과정에서 당시 삼성테크윈에서 엔진을 납품받아 헬기에 설치했다.

문제는 2015년 12월 수리온 4호기가 전북 익산 인근에서 훈련 도중 추락하면서 불거졌다. 저온의 고(高)고도에서 엔진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한 ‘방빙(防氷)장치’ 작동 도중 엔진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수리온은 두 개의 엔진으로 기동할 수 있게 돼 있어 엔진 한쪽이 정지돼도 남은 엔진으로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다. 사고 당시 이상이 생긴 건 2번 엔진이었다. 하지만 정상 가동 중이던 1번 엔진에도 경고등이 들어오자 조종사는 1번 엔진 동력을 차단하고 고장 난 2번 엔진으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조종사는 다행히 생존했지만 헬기는 완파됐다. 같은 해 1~2월에도 수리온 2호기와 12호기가 엔진 이상으로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있었다.

국가를 소송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헬기 파손으로 입은 손해액 17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2017년 3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엔진 설계·제조에 문제가 있었고, 계기판의 경고등 표시 결함으로 조종사 오판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KAI는 조종사 실수가 추락 원인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재판부는 수리온 엔진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검토 의견을 토대로 “한 엔진이 고장 났을 때 다른 엔진의 경고등까지 켜진 것은 소프트웨어 설계에 따라 정상 작동하는 것”이라며 “결함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는 당초 GE가 한쪽 엔진이 고장나면 다른 쪽 엔진의 부하가 커지는 점을 감안해 양쪽 모두 경고등이 켜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앞서 수리온 2호기도 2015년 2월 같은 원인으로 사고를 겪었었다. 사고 직후 KAI는 소프트웨어 변경으로 ‘경고등 동시 점등’ 문제를 해결하려다 비용 문제 때문에 비상대응 요령을 사용자 교범에 넣는 데 그쳤다. 



그로부터 10개월 뒤 4호기 추락사고가 터진 뒤에서야 방위사업청과 KAI는 고장 엔진에만 경고등이 켜지도록 소프트웨어를 바뀌기로 했다. 이 때문에 방위사업청과 KAI가 2015년 초 사고 때 헬기 결함을 알면서도 태만하게 방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사건에서 “방위사업청과 KAI가 수차례 사고로 인식한 문제점을 놓고 개선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E가 제공한 소프트웨어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게 된 상황에서 처음부터 두 엔진의 경고등이 동시에 켜지지 않도록 설계할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KAI의 손해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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